<편집자주>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의제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프로젝트는 5개월에서 걸쳐 '온라인 공모 → 오픈테이블 → 최종 발표 → 프로젝트 실행' 등의 단계를 거친다. 최종 선발된 5개팀은 총 3천만 원 내에서 사업개발비를 차등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서울시 청년청이 주최,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가 주관한다.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흰밥에 잘 익은 김치 한조각만 있어도 행복해진다. 여기에 입맛을 돋우는 특별한 음식이 추가되면 한 끼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평소에 궁금했지만,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같은 식재료를 이용했지만 다른 조리방법으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약 그게 북한의 맛 이라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26일 개최된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오픈 테이블에서는 남북이 도시락 레시피를 공유해 도시락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사진 = 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 = 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남북 도시락 사업…남북 경제협력으로 확대 가능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국내외 청년들이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의제를 찾고 실험하는 것을 지원한다. 이번에는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를 주제로 한 아이디어에 대해 오픈테이블이 진행됐다. 발제는 강주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학생이 맡았다. 강주은 학생은 “도시락 사업은 무형 자원의 거래이기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프로젝트에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오픈테이블에는 강주은 학생을 비롯해 ▲김영진 서울청년평화경제 피스메이커 ▲노진호 공감만세 여행사업이사 ▲김민지 마인드디자인 대표 ▲신병두 전 홍익대 사대부고 교사 등 총 17명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다. 

강주은 학생은 “북한 거주민이나 탈북자가 소개한 레시피로 남한 내에 도시락을 유통하겠다”고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남한 도시락 또한 북한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덧붙였다. 강주은 학생은 “만약 실패한다 해도 성과는 있을 것”이라며 “북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추후 진행될 남북 경제사업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북 도시락 사업이 대북지원정책과 다를게 없다고요?” 

하지만 많은 대북 관련 사업이 그렇듯 팔도락 사업도 ‘북한에게는 보탬이고, 남한에게는 손실’이라고 말하는 대북지원정책과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더구나 북한 음식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레시피로 만든 도시락이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개최된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란 주제의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왼쪽 위부터) 김영진 피스메이커, 윤수진 학생, 박양호 학생, 윤채현 학생, 노진호 공감만세 이사, 신병두 전 홍익대 사대부고 교사, 김보미 학생, 강주은 학생, 김민지 마인드 디자인 대표 등 17명이 참석했다. /사진=공감만세
지난달 26일 개최된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란 주제의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왼쪽 위부터) 김영진 피스메이커, 윤수진 학생, 박양호 학생, 윤채현 학생, 노진호 공감만세 이사, 신병두 전 홍익대 사대부고 교사, 김보미 학생, 강주은 학생, 김민지 마인드 디자인 대표 등 17명이 참석했다. /사진=공감만세

이에 대해 강주은 학생은 “음식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기 때문에 시장 확보가 쉬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한국(남한) 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고, 성장동력도 약해지고 있다. 팔도락 같은 남북간 경제협력사업은 새로운 역동을 창출해 내수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사전조사·레시피 현지화로 소비자 공략해야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레시피가 필요한데, 정작 북한 주민들과 직접적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큰 문제다. 

대안으로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민들과 접촉하면 남과 북 두 곳의 시장지형과 생태계를 예측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탈북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낼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영진 피스메이커는 “탈북민을 어떤 경로로 채용할 것인지, 이들과의 수익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 구상단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업에 참여하는 탈북민은 없다. 통일부 산하 남북통합문화센터와 연계하면 탈북민들과 협업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주은 학생은 “센터에서 주관하는 탈북민 대상 요리교실과 사업을 공유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포화된 도시락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도시락을 분석하고 설문을 거쳐 어떤 맛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 경우에 따라 북한의 레시피를 우리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 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도시락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 등 젊은층을 공략한 매력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SNS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젊은이들을 공략한 마케팅’으로 다가가야 한다. 강주은 학생은 “요리 유튜버와 협업해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또 ‘00씨의 음식 이야기’ 형식으로 제품에 얽힌 탈북민 개인의 서사를 소개하는 방법도 좋다”며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하고 도시락 내 QR코드를 부착하면 대중의 흥미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편의점 기획 상품이나 프리미엄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유통업체와 협업해 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음식은 이념이 아니에요”…소비자 인식개선 프로그램 계획 논의

‘북한’이 가진 이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도시락 사업과 소비자 인식개선 프로그램이 같이 진행되면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영진 피스메이커는 “민간 단위에서 이같은 사업을 추진한다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점진적인 인식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병두 전 교사 역시 “음식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개선 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는 강주은 학생이 노란색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참여자들의 의견을 초록, 빨강색으로 덧붙였다./사진제공=공감만세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는 강주은 학생이 노란색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참여자들의 의견을 초록, 빨강색으로 덧붙였다./사진제공=공감만세

강주은 학생은 “북한관련 영상 콘텐츠나, SNS를 보면 조회수가 높다. 이는 북한의 부정적 인식 역시 관심의 일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도시락 사업이 인식개선에 기여하고 나아가서는 남북간 경제협력까지 이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32개 팀의 오픈테이블이 지난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10월 21일 5개팀을 선발했고, 11월 13일 오프라인 발표를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최종 선발된 팀은 내년 2월까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각자 프로젝트를 실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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