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의제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프로젝트는 5개월에서 걸쳐 '온라인 공모 → 오픈테이블 → 최종 발표 → 프로젝트 실행' 등의 단계를 거친다. 최종 선발된 5개팀은 총 3천만 원 내에서 사업개발비를 차등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서울시 청년청이 주최,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가 주관한다.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향수’ 소개 화면./사진제공=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향수’ 소개 화면./사진제공=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한국의 국화 무궁화와 북한의 국화 목란으로 ‘향수’를 만들어 ‘평화’를 떠올리게 한다면?”

진부하고 무거운 방식이 아닌, 트렌디하고 가볍게 평화를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바로 인간의 후각을 자극해 긍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특정 상품 판매로도 연결해 매출을 올리는 기법인 ‘향기 마케팅(Aroma Marketing)’이 그것이다.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향수’를 주제로, 남북관계와 평화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주목한 문제는 평화에 대한 청년들의 ‘무관심과 선입견’이다. 향기를 통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관련 제품으로 관심을 환기해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첫걸음으로 삼아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 9월 26일 ‘향수를 일으키는 우리 향수’를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오픈 테이블에 참여한 팀원들과 사무국국./사진제공=공감만세
지난 9월 26일 ‘향수를 일으키는 우리 향수’를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오픈 테이블에 참여한 팀원들과 사무국국./사진제공=공감만세

지난 9월 26일 열린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오픈 테이블은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와 북한의 국화인 목란의 향을 기본으로 한 향수 2종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로 마련됐다. 상품으로 남북관계 및 평화경제에 이바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아이디어는 △박한울(한국외대 이란어과) △박영서(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김지인(경기대 법학과) △김수정(숙명여대 회화과)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부생 4명이 한 팀을 이뤄 제안했다. 이들은 “앞서 북한 관련 사업은 진부하고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를 포함한 미래세대가 통일과 평화라는 이슈를 가볍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한울 학생은 “이번에 제안한 향수 아이디어는 사업 실현가능성이 높고, 평화에 대한 대중적 논의를 비교적 거부감 없이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발생한 수익으로 또 다른 상생경제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 비누 등 관련 사업으로 확장이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국화 무궁화와 북한의 국화 목란을 바탕으로 한 향수를 통해 '상생, 평화'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1차 오픈랩 테이블에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박한울 학생의 모습./사진제공=공감만세
한국의 국화 무궁화와 북한의 국화 목란을 바탕으로 한 향수를 통해 '상생, 평화'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1차 오픈랩 테이블에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박한울 학생의 모습./사진제공=공감만세

다만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보완점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됐다. 1순위로 무궁화와 목란 기반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향수 전문 제작사와의 협력이 거론됐다. 박한울 학생은 “향기 마케팅 관련 콜라보 경험이 많은 제작사와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향기와 평화의 이미지를 어떻게 연결할지가 과제인데, 어떤 향이 탄생할지는 우리 팀보다 제작사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팀에서 집중하려는 분야는 향수가 출시된 뒤, 어떤 장소나 서비스를 통해 대중이 그 향을 맡게 할지에 대해서다. 박영서 학생은 “최근 사람들이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흥미를 느낄 만한 서비스와 연계해 향기를 노출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다수의 시민들이 찾는 서울시 공공기관 내 화장실에 향을 입힌 액체비누 등을 비치하면, 자연스럽게 향기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향수를 통한 남북관계 인식 개선’이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QR코드 등을 통한 정보 전달이라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김지인 학생은 “향수가 비치된 공간에 QR코드를 띄워놓고, 남북 관련 사회적 이슈를 중립적·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전달한다면, 좀 더 지속적인 관심 유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 박한울 학생은 “통일이라는 맹목적 의미보다는 상생이나 평화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향수를 만들고 싶다”며 “2030 젊은 세대가 관심을 두도록 온라인 중심으로 홍보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인 학생 역시 “향수를 통해 남북통일보다는 평화의 향이라는 이미지를 주고자 한다”며 “모두에게 쉽게 접근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수정 학생은 “남북관계에 무관심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프로젝트를 통해 나 자신부터 돌아보게 됐다”며 “향수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도 관심이 환기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박영서 학생은 “위안부 문제에 대응하는 대표적 브랜드로 ‘마리몬드’를 꼽듯, 남북평화에 대해서는 향후 만들어질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주관하는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국내외 청년들이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항구적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실험하는 것을 지원하는 공모전 형태의 행사다. 평화를 주제로 청년(만 19~39세)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실현가능성, 창의성, 파급력’을 기준으로 우수 팀 5곳을 선정한 뒤 사업개발비 총 3천만원을 차등 지원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향수’ 팀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최종 우수 5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된 5개팀은 아이디어 보완 및 사업 개발을 거쳐 오는 13일 열릴 최종 발표회에서 심사를 통해 사업비 300~1000만원을 각각 차등 지급받아 시제품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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