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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의제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프로젝트는 5개월에서 걸쳐 '온라인 공모 → 오픈테이블 → 최종 발표 → 프로젝트 실행' 등의 단계를 거친다. 최종 선발된 5개팀은 총 3천만 원 내에서 사업개발비를 차등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서울시 청년청이 주최,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가 주관한다.

인접국 일본은 잦은 재난재해를 겪으며 방재체제의 정비·강화, 재해정보 전달 수단 관리 등 대응 체계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정부를 중심으로 지방과 연계 대응을 위한 법·제도적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에도 재난재해 대응 역량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전역이 태풍과 홍수로 몸살을 앓으면서,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난 대응은 이제 한 국가나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지난 16일 진행된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오픈테이블에서는 재난재해 관리가 남북한 평화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러 지역의 재해정보를 공유하고,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초국적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사진=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주관하는 행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청년 아이디어를 찾고 실험한다. 이번 아이디어 제안자인 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총괄실장은 “일본에서는 여러 재해 피해 경험을 통해 재난 대응에 관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있다”며 “관련 활동가들의 역량으로 남한과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안을 도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스톱 재해 구호 활동 전문 INGO ‘피스윈즈재팬’

이날 오픈테이블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지역 긴급재해, 재난구호를 위한 초국적 플랫폼 구축’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대표 ▲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총괄실장 ▲사카타 타이조 피스윈즈재팬 ARROWs 사업부 의사 ▲이연경 패어트레블재팬 팀장 등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카타 씨는 외과 의사로 활동하다 작년에 재난 대응 INGO(국제 비영리기구) ‘피스윈즈재팬(Peace Winds Japan)’ 구성원이 됐다. 일본 현지 수해 대응 현장에 직접 참여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코로나19 대응에 나서 의료 물자 지원 구매-조달-배분 활동을 하는 중이다.

피스윈즈재팬의 해외사업은 주로 재해 발생 시 긴급 구조사업, 분쟁 지역의 난민지원 사업 등이다. 사카타 씨는 재해 구호 단계를 3개로 나눠 설명했다. 재해 발생부터 약 1주일간은 구조팀 및 의료팀의 구조 활동이 일어나는 급성기다. 급성기 다음은 피난소에 물자 지원이 시작되는 단계로, 음식·침구류 등 물품이 제공된다. 물자 지원 후에는 의료팀이 다시 파견된다. 마지막 부흥기에는 재난 극복을 위해 마을을 회복시키는 작업이 이뤄진다.

사카타 씨는 각 단계에 모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피스윈즈재팬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눈앞 문제 해결을 넘어, 이후에 뭐가 필요한지 미리미리 준비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비교하면 제도나 절차가 간소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고, 정부 손에 닿기 어려운 곳까지 망라할 수 있어 지원 사각지대를 메운다.

피스윈즈재팬은 방글라데시 로히야 난민캠프에서 코로나19 관련 인식 제고 교육을 했다. 사진=피스윈즈재팬 웹사이트 
피스윈즈재팬은 방글라데시 로히야 난민캠프에서 코로나19 관련 인식 제고 교육을 했다. 사진=피스윈즈재팬 웹사이트 

사카타 씨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캠프로 지원활동을 갔던 경험을 공유했다. 초기에는 당장 긴급한 의료 지원이나 약 배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난민들의 만성 질환을 찬찬히 살펴보고 관리하는 등 부흥기에 맞는 의료 지원을 하는 중이다. 보건 분야를 담당하는 세계보건기구(WHO)도 함께 있다. 피스윈즈재팬은 진료 정보를 모아 WHO에 전달하고, 방글라데시 안에서 난민지원을 하는 대신 방글라데시 국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활동을 펼치는 방식으로 정부에 협조한다.

복잡한 국가관계...지금 할 수 있는 건? “정보 교류 플랫폼 구축해보자”

(둘째 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두환 대표, 이장우 총괄실장, 이연경 패어트레블재팬 팀장, 사카타 타이조 의사. 사진=공감만세
(둘째 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두환 대표, 이장우 총괄실장, 이연경 패어트레블재팬 팀장, 사카타 타이조 의사. 사진=공감만세

‘한반도 평화’, ‘평화경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 있는 주제다. 일본에서 남북한 관계, 한반도 교류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고 대표의 질문에 현재 일본에 사는 이연경 패어트레블재팬 팀장은 “내 주변에는 한반도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도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 친구들이 대부분”이라며 “정치적 문제가 생겼을 때 민간 차원의 교류가 끊기는 일이 많은데, 재해 상황에서만큼은 협력하는 통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장우 총괄실장도 “일본에서는 한국-일본, 북한-일본 관계를 개별로 여기는 듯해 동시에 해결하는 건 어려울 수 있겠다”면서도 “인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다가선다면 바람직한 평화 구축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사카타는 “정치적 관계가 악화해도 함께 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려면 민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한과 북한 관계처럼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도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패널들은 이날 관계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보를 교류할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인도적 차원의 평화를 이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국적 플랫폼을 만들면 제삼자를 거치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나눌 수 있어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이 쉬워진다. 사타카는 “예를 들어 재난 상황이 벌어진 국가에 피난소가 어디 있는지 공유되면 재난 용품이나 위생 키트, 일회용 화장실을 보내줄 수 있다”면서 필요한 정보만 있다면 원격 대응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패널들은 이를 위해서 한국과 일본 중심의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북 지원 단체를 대상으로 연합이나 동맹 등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관계가 개선된다면 현장 정보가 잘 모이는 곳에 본부를 설치할 수도 있다.

한편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프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30개팀의 오픈테이블은 10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각 오프테이블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주제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오픈테이블 주제와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후 오픈테이블을 진행한 30개팀 중 5개팀을 선정하여 11월 13일(금)에 최종 발표 및 심사를 진행하는 일정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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