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지속가능발전목표의 세부목표가 추구하는 정신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젠더서밋에서 다룬 내용을 통해 가난과 빈곤을 줄이고 포용 성장에 박차를 가하며 진정한 젠더 평등에 다다를 것이라 자부합니다.“

19일 개막한 ‘2020 젠더서밋’에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 5개 영역에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된 국제사회 최대 공동목표다.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젠더서밋은 과학기술분야 연구자와 정치, 사회 분야 리더가 모여 여성의 과학기술 분야 참여 확대 및 젠더 혁신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2020 젠더서밋'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사진=2020 젠더서밋 유튜브 캡처

2020 젠더서밋 주제는 ‘UN지속발전가능목표 달성을 위한 젠더혁신의 역할 점검’이다. ‘젠더혁신’이란 과학기술분야에서 생물학적 성에 따른 특성과 사회문화적 젠더분석을 활용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이로운 지식 창출과 혁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방법론이다.

SDGs 채택 5년...성평등 현주소는?

이날 연사들은 각 분야에서 SDGs에 관해 연구한 젠더 통계를 내놨다. 파파 세크 유엔(UN)여성기구 수석 통계담당관은 UN여성기구가 2018년 내놓은 보고서 ‘약속을 행동으로 :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의 양성평등 부문(Turning promises into action: Gender equality in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통해 집단 종류에 따른 여성의 SDGs 결과를 수치화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저소득가정에 있는 히스패닉 여성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을 확률이 고소득층 백인 여성의 13배이며, 건강보험이 없을 확률은 10배다.

미국 시민단체 ‘Equal Measures 2030’에서 활동 중인 통계 전문가 알버트 모티번스는 조직 차원에서 만든 지표로 129개 나라와 세계 여성 95%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17개 목표 중 5번(성평등), 9번(산업, 혁신, 인프라), 13번(기후 행동), 17번(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에서 특히 성별 간 불평등이 심하다고 제시했다.

연사들은 소속 기관에서 만든 젠더 통계들을 설명했다. 사진 속 인물은 알버트 모티번스. 사진=2020 젠더서밋 유튜브 캡처

영국 옥스퍼드 대학 셰릴 도스 부교수는 성별 간 보유 자산 차이를 조사한 통계를 선보였다. 에콰도르, 가나, 인도 카르나타카를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가구 단위보다 개인 단위로 조사하는 데 초점을 뒀다. 조사 결과 여성 사업주 비율은 카르나타카 31%, 가나 70%, 에콰도르 54%인데, 사업으로 창출한 부에서 여성이 가지는 몫은 각각 5%, 38%, 28%로 더 낮았다. 도스 교수는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 가치가 남성보다 낮게 계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소유 방식에서도 불평등이 나타났다. 카르나타카의 경우 남성이 64%, 여성이 23%, 공동으로 4%를 소유했으며, 가나는 남성이 51%, 여성이 25%, 공동으로 11% 소유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재클린 맥글레이드 교수는 기후변화와 성평등의 관계를 언급했다. 여성은 사회적 계층이 낮을 확률이 높아 재난재해가 생겼을 때 남성의 1.5~4배 정도 타격을 입는다. 맥글레이드 교수는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했던 시기를 예로 들며 “자차가 없어 도망칠 기회를 놓치거나, 구조가 약한 집에 살아 피해를 본 여성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피해지역이었던 미시시피주에서는 성차별 기반 폭력 사건이 약 4배 더 발생했다.

절대적 여성 통계 부족 “신분증도 없어”

맥글레이드 교수는 젠더 데이터가 재난상황에서 올바른 대응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2020 젠더서밋 유튜브 캡처

파파 세크 담당관은 이런 젠더 관련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이드라인과 툴이 필요하며, 기술과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젠더 통계를 위한 투자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 상황에는 젠더 데이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모두에게 타격을 입히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2030년 여성과 남성 간 빈부격차가 팬데믹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UN 차원에서 SDGs 젠더 관련 타겟 모니터링에 필요한 통계가 아직 45% 정도밖에 모이지 않았다”며 “이는 팬데믹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장 취약한 여성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맥글레이드 교수는 신분증을 발급하지 않은 여성이 많아 재난상황에서 젠더 통계를 모으기 힘든 점도 지적했다. 그는 “케냐에서 극심한 가뭄이 일어났을 때 여성이 얼마나 죽었는지 통계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런 경우 개발 정책 방향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젠더서밋은 201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해 10년간 18회 열렸으며, 서울에서는 2015년에 이어 2번째로 열렸다. 세계 단위로 국내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최초다. 젠더혁신연구센터, PORTIA,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녹색기술센터가 주최했으며,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행사는 19일 5개 세션, 20일 4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연사 6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전 세계 68개국에서 1000명 이상 신청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