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실업, 자영업자의 몰락, 양극화, 지역격차 그리고 불평등, 기후위기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누군가 내게 이것들 중 가장 근본이 되는 문제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불평등의 문제가 본질이라고 하고 싶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과 ‘자본과 아데올로기’를 통해 불평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느 인간사회든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불평등의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이를 지배서사라 한다고 했다. 하여 누군가는 어머니의 배가 아니라 알을 가르고 세상에 오거나 태양의 아들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류가 왕정사회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일부만이 자유로웠던 시대를 넘어 모든 시민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시대로 진화하면서, 인류사회는 이에 합당한 새로운 지배서사를 요구했다.

우리 는 능력주의에 기반한 불평등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용인한다면, 가난한 자와 부자의 차이는 더욱 가속화되고, 지구별은 기후위기로 더욱 힘들어 질 것 이다.
우리 는 능력주의에 기반한 불평등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용인한다면, 가난한 자와 부자의 차이는 더욱 가속화되고, 지구별은 기후위기로 더욱 힘들어 질 것 이다.

우리사회의 지배서사는 ‘능력주의’다.

당신의 부유함이나 가난함은 당신 노력의 결과이며 사회는 이를 조작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 기반한 사회를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라고 부른다. 메리토크라시의 사회에서는 출신이나 가문이 아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보수가 결정된다. 그러나 메리토크라시와 같은 능력주의 지배서사에 근거한 불평등이야 말로 정치적인 것이다.

수많은 연구가 증명하듯 개인의 학업성적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한편 능력주의에 기반하여 정의된 소유와 소유체제의 정당화 역시 정치적이다.

만약, 기업들에게 이윤은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하는 일을 정치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여 능력주의에 기반한 불평등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상상해보자! 대기업 ceo와 노동자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과연 그 차이가 수천 배에 달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급여의 연대라는 원칙을 두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최고경영자와 신입 노동자의 급여가 결정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진 것 이다.

1844년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 출현한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원래 이름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로치데일공정개척자연합(Rochdale Society of Equitable Pioneers)’이었다.

공정개척자, 그들이 공정하게 개척하고 자 한 세상은 당시 상업자본가들이 밀가루에 회분을 섞고 귀리에 자갈돌을 섞어 중량을 속이는 행위에 대항하여 정직과 신뢰를 기반으로 노동자들에게 식료품과 의류 등을 판매하는 점포를 설립하고, 농사 짓던 농토에서 쫒겨 도시로 흘러든 노동자들에게 살 집을 마련해 주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임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노동자들의 고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우리가 능력주의에 기반한 이 불평등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용인한다면, 가난한 자와 부자의 차이는 더욱 가속화되고, 지구별은 기후위기로 더욱 힘들어 질 것 이다.

로치데일공정개척자들 처럼, 몬드라곤 협동조합 처럼, 이제 함께 불평등의 지배서사에 대항할 대안서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