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젠더관점의 투자(GLI)프로젝트로 '투자자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스페이스살림에서 지난 14일 진행됐다.
2021 젠더관점의 투자(GLI)프로젝트로 '투자자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스페이스살림에서 지난 14일 진행됐다.

젠더관점의 투자는 왜 필요할까? 국내 여성 법인 창업비율 26.8%, 국내 여성 기업 투자 건수 6.6%, 국내 여성 VC 비율 7%, 글로벌 VC 여성 파트너 비율 4.4%. 이런 수치에서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젠더 관점의 투자(Gender Lens Investing)'의 저자 재키 밴 더브룩과 조셉 P.퀸란은 "안경을 쓰면 안보이는 것이 보이는 것처럼, 젠더라는 안경을 쓰면 세상을 명확하고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비유를 한다. 젠더 관점의 투자는 여성에게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짐을 바로잡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사례다. 젠더렌즈를 쓰면 기울어진 운동장인 자본시장이 보인다. 이를 통해 계속적인 의식과 장치마련을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스페이스 살림(단장 강현숙)과 소풍벤처스(대표 한상엽)가 2021 젠더관점의 투자(GLI)프로젝트 '투자자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지난 14일 대방동 스페이스 살림에서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젠더관점 투자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부에서는 ‘젠더관점의 리포트로 젠더렌즈 써보기’를 주제로 소풍벤처스 홍지애 팀장이 젠더관점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2부에서는 ‘창업, 투자 생태계 내 젠더렌즈가 적용된 사례 알아보기’로 차지은 옐로우독 파트너, 이화윤 스파크랩 이사, 김형진 전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장, 강현숙 스페이스 살림 단장이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발표 종료 후 참가자들이 투자자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강현숙 단장은 "스페이스 살림에는 여성, 성평등, 건강함 등을 키워드로 한 11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며 "다양한 기업이 입주해 있는만큼 고유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기업 간 커뮤니티 활성화, 기업과 그 구성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지애 소풍벤처스 팀장
홍지애 소풍벤처스 팀장

젠더관점의 투자, 여성 포함 모든 주체가 함께해야

젠더관점의 투자는 투자자가 젠더편향적 투자관행을 인지하고 젠더평등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집행한다. 젠더(Gender)는 사회적인 성으로 생물학적인 구분과는 다르다. 사회, 문화, 심리적 특징이 반영 된 것으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규정에 사회적 영향이 작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풍벤처스의 GLI 비율은 35.7%(84팀중 30팀, 2021년 기준)다. GLI 포트폴리오 후속 투자비율도 50%(30팀 중 15팀)에 달한다. 홍지애 소풍벤처스 팀장은 젠더 관점 투자를 위한 태도로 ▲여성을 '위해' 디자인하지 말고 여성과 '함께' 디자인하라 ▲좁은 기회를 더 확장하기 위해 젠더 관점을 사용하라 ▲쿼터제(할당제)를 두려워 하지 마라 ▲가치사슬 전반에서 젠더관점을 사용하라 ▲여성들에게 시스템에 맞게 바꾸라고 요청하지 마라 ▲달리 증명되기 전까지는 여성에 대한 암묵적인 편견이 있음을 전제하라 ▲시작하라를 꼽았다. 홍 팀장은 "'인간'은 규범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으로 이미 (사회의) 틀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젠더렌즈를 끼고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아직 완벽하게 젠더관점의 투자를 마스터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 자체로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어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편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주체가 함께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차치은 옐로우독 파트너
차치은 옐로우독 파트너

옐로우독의 경우 투자한 31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여성창업기업이다. 차지은 옐로우독 파트너는 유기농 생리대를 정기배송하는 해피문데이, 일하는 여성의 커뮤니티 헤이조이스, 여성의 돌봄노동을 비즈니스화 한 째깍악어 등 여성의 니즈를 사업화한 쉬코노미(Sheconomy)에 투자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세포배양 방식으로 새우를 길러내는 싱가포르의 기업 시옥미트(Shiok Meats),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소재인 TPU 등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미국의 기업 노보루프(Novoloop) 등 딥테크(Deep Tech) 기업의 사례도 소개했다.

차 파트너는 "여성이 있는 테크기업이 성과가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온 연구가 있는데 이를 누가 더 우수하다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벤처투자를 받기 위한 허들이 여성에게 더 높다라는 것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기업 대표에게는 '앞으로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장려형 질문보다 '이제까지 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나'라는 방어형 질문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방어형 질문을 받았을 때 장려형으로 대답한다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윤 스파크랩 이사
이희윤 스파크랩 이사

한국형 VC시장 다양성 커져 

창업, 투자 생태계 전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스파크랩은 극 초기기업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액셀러레이터다. 170개의 포트폴리오 중 여성대표 기업은 20개다. 여성대표와 여성관련 산업 기업 인터뷰에는 여성 임원을 배석해 심사하고 있다. 주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시드 투자를 통해 극 초기기업들의 성장속도 단축을 목표로 한다. 이희윤 스파크랩 이사는 “올해 초 여성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MOU 체결을 진행했다”며 “새롭게 주목하게 된 문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진 전 센터장은 벤처캐피털 생태계를 LP(Limited Partner,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관점에서 소개했다. 김 전 센터장은 ▲한국형 VC펀드 ▲비한국형 VC펀드로 유형을 분류해 LP의 구성과 성향을 설명했다. 한국형 VC펀드는 정책자금이 40% 이상으로 구성 돼 주요 금융기관들이 매칭 출자를 진행한다. 정책목표에 맞는 분야에 60% 이상 투자의무를 부여하고 안정성 위주의 투자를 지향한다.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안정성을 중심으로 부진한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한다. 

김형진 전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장
김형진 전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장

비한국형 VC펀드는 연기금 40% 이상으로 금융기관, 사모펀드, 기업, 학교 등이 조성한 펀드에서 전략적 목적에 맞춰 출자한다. 국가에 제약을 두지 않고 전략에 맞는 회사에 투자가 가능하다. 주로 성장성이 높은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한다. 또한 토스,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에 투자한 비한국형 VC 사례를 시리즈A에서 D까지 진행과정으로 설명했다. 김 전 센터장은 “한국 VC 시장은 정부의 정책자금 집행, 민간시장의 출자와 회수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정부주도의 수직적인 생태계 구조에서 시장 기업주도의 생태계 변화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발표 종료 후 진행 된 Q&A 내용 일부.

Q.투자를 받은 여성 창업기관은 뷰티, 패션, 푸드, 교육 등의 업종을 다루는 비율이 많은지? 아니면 이외에 떠오르는 분야가 있는지?

이희윤 이사 : 스파크랩에서 투자한 70개사 중 20개사가 여성대표기업이다. 20개사 중 9개가 앞서 말한 뷰티, 패션 등을 다루는 기업이다. 나머지 11개가 그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성이 가장 공감하는 문제에서 창업하는 비율이 높았던 반면 요즘엔 좀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핀테크나 보안 등 다양한 기술 분야를 망라한다. 예를 들자면 대안신용평가를 만들어가는 핀테크 기업 크레파스가 있다.

Q. GLI의 투자 방향성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여성들이 많이 창업하는 분야에 집중하게 될지 아니면 여성이 비교적 적은 테크 산업 등에서 파이를 넓히는 투자의 방향이 될지? 아니면 경계가 없다고 보는게 맞을까?

차지은 파트너 : 옐로우독은 여성 창업가에 투자하는 ‘힘을 싣다’ 투자조합을 조성하기도 했다. 투자 한 기업의 분야는 교육, 보육, 테크 등으로 다양했다. 앞서 질문에서 언급한 두 가지 투자방향을 채택해 투자 전략으로 삼고 있진 않다. 역량이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창업가라면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경계보다는 역량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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