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미투운동, 혜화 시위 등을 통해 나타난 ‘2030세대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발표했다./사진=unsplash

국내 20대 여성 2명 중 1명, 20대 남성 10명 중 1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과 남성 모두 젠더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미투운동,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혜화 시위) 등을 통해 나타난 ‘2030세대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을 지난해 두 차례 조사해 15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2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과 11월 실시했다. 전화조사를 통해 7월에는 1004명, 11월에는 1015명이 참여해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페미니스트다’라고 응답한 여성은 7월 48.9%, 11월 42.7%, 남성은 7월 14.6%, 11월 10.3%로 조사됐다. 11월에 수치가 줄어들었지만 여성 10명 중 4~5명, 남성 10명 중 1명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응답한 셈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일어난 페미니즘 운동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정체성으로 확장됐을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상당한 비율로 형성돼 있어 20대의 가치관, 삶의 기획, 정치적 욕구를 검토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0대 여성은 약 50%, 남성은 약 1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자료제공=한국여성정책연구원

‘미투 운동 지지도’는 20대 여성은 7월 88.8%, 11월 80.2%로, 20대 남성은 7월 56.5%, 11월 43.6%로 11월에 다소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20대 여성 10명 중 8명이, 20대 남성 중 5명이 지지해 사회적 공감대가 크게 확보됐음을 보여줬다.

‘우리사회 성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여성의 경우 7월 81.5%, 11월 79.4%, 20대 남성의 경우 7월 71.3%에서 11월 68.2%로 조사됐다. 여성과 남성 모두 소폭 하락했지만 10명 중 7~8명이 성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차별, 혐오 등에 대한 인식 면에서 20대 여성과 남성은 격차를 보였다. 

‘일상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 심각성’에 대해 20대 여성은 ‘심각하다’는 답변이 7월 79.3%, 11월 73.5%였지만, 20대 남성의 경우 7월 42.6%, 11월 33.1%로 조사됐다. ‘우리사회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비율 역시 20대 여성은 7월 70.4%에서 11월 69.4%, 20대 남성은 7월 27.9%에서 11월 28.5%였다. 

여성정책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의 공감도나 민감성은 낮았지만, 20대 남성  중에도 성불평등, 성차별 문제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남성들이 상당 비율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는 남성 내부에도 여러 의견이 존재하며, 성평등 실현을 위한 동력으로서의 20대 남성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젠더 문제 관련한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남녀간 생각의 차이를 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 결과’에 대해 20대 여성 중 69.8%, 20대 남성 중 44.6%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인식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질문에는 20대 여성 중 74.2%, 20대 남성 중 47.6%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혜화 시위’로 불리는 홍대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대한 규탄 시위에 대해서는 여성 중 57.6%, 남성 중 15%가 긍정 반응을 보였다. 여성스러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서는 여성 중 56.3%, 남성 중 19.1%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정폭력 사건 대응 시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는 20대 여성(96.9%)과 남성(92.5%) 대다수가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선택해 인권 존중에 대해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권인숙 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이번 조사는 젠더 문제가 한국사회의 메인 이슈로서 보편화, 대중화했음을 보여준다”며 “각종 젠더 이슈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인식 차이가 크지만, 남성 30~40%는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성평등 의제들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우리사회 성불평등 문제를 풀어나갈 중심 동력으로 20대를 보다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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