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구 해방촌은 한국전쟁 후 실향민과 이주민이 서울역과 가까운 남산에 모여들면서 형성된 남산 아래 첫 동네다. 70~80년대에는 니트와 스웨터 등 의류를 생산하며 성장했지만, 이후 생산시설이 교외로 이전하고 마을 인구가 감소하며 주거환경도 노후됐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해방촌의 매력에 빠진 젊은 예술가와 상인, 외국인들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은 16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마을 입구인 해방촌오거리, 신흥시장, 보성여중 등을 가로지르는 보행길의 낡은 계단과 보도가 정비됐다. 보안등과 CCTV도 새롭게 설치됐다. 해방촌과 함께 성장한 ‘신흥시장’은 올 연말까지 칙칙한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아케이드?간판 설치 등 환경정비가 꾸준히 이뤄질 예정이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바뀌고 있는 해방촌 '신흥시장'의 모습. 사업은 16년부터 시작해 올해 10월에 완공될 예정이다./출처=서울시청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 지역 8곳의 주거재생 시범?선도사업이 올해 말 마무리된다. 해당 지역은 창신?숭인, 해방촌, 가리봉(선도사업), 성수, 신촌, 장위, 암사, 상도(시범사업)다. 이들은 낙후된 지역을 철거하지 않고 고쳐서 다시 쓴다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대표적을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 ‘가꿈주택’은 사용승인일부터 20년 이상 지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대상으로 집수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1호 가꿈주택은 ‘장위동 연주황 골목길’이다. 집의 담장을 보수하고 넓어진 골목길에 벤치와 식물을 조성했다. 화사해진 마을에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서울시 가꿈주택 1호 '장위동 연주황 골목길' 모습. 사업은 총 20호를 대상으로 17년부터 18년까지 추진됐다./출처=서울시청

해방촌 ‘신흥시장’은 의류 제조업의 전통을 살려 청년과 함께 ‘공동 판매장’을 조성했다. 토박이 장인들은 청년들에게 니트 등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청년들은 새로운 예술 공방에서 의류를 제작하며 팔기도 한다. 신흥시장은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시설을 보수해 연말까지 ‘현대 아트마켓’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창신·숭인동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개관했다. 창신동의 수공업·봉제 장인들이 패션 디자이너와 힘을 합친 결과다. 대표적으로 17년부터 19년까지 ‘상상패션런웨이’를 개최해 모델을 꿈꾸는 전국 대학생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줬다. 봉제장인과 청년 봉제인이 함께 하는 ‘소잉마스터 아카데미’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가리봉동은 60년대 구로공단 시절 젊은 노동자들이 살았던 단칸방인 ‘벌집’을 개조해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었다. 암사동은 선사시대 유적지라는 특성을 살려 마을에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했다. 성수는 소셜벤처가 많은 특징을 살려 ‘산업혁신공간 조성사업’을 시작했고, 대학이 많은 신촌은 ‘상권공간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 중인 상도는 청년창업 입주공간인 열린 스튜디오를 만들 예정이다.

빈 공간이었던 철도 밑에 새롭게 조성된 성수 '산업혁신공간'의 모습. 청년혁신공간, 체험공방, 홍보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출처=서울시청

서울의 도시재생 성공에는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도시재생 사업지는 지역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선정부터 진행까지 주도하도록 도왔다.

특히 8개 지역의 앵커시설 20개와 4개 지역의 도시재생기업(CRC) 8개가 큰 역할을 했다. 앵커시설은 도시재생지원센터, 돌봄 키움센터, 카페, 도서관, 운동시설 등 마을 안에 설립된 커뮤니티 공간을 말한다. 주민이 모든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어 활발한 소통을 이끄는 기반이 됐다.

도시재생기업은 주민 스스로 지역 자산을 발굴하고 도시재생을 이끄는 마을기업이다. 17년 창신숭인에 전국 1호 도시재생기업인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해방촌에 ‘다사리협동조합’, ‘더스페이스프렌즈’, ‘온지곤지협동조합’ 등 3개, 암사에 ‘캔디뮤지컬’, ‘생각실헙협동조합’, ‘오라클라운지’ 등 3개, 상도에 ‘상4랑협동조합’ 1개가 생겼다. 이들 기업은 주체적으로 마을시설을 관리하고 주민 대상 교육이나 문화콘텐츠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뒤에도 주민주도의 지역 발전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시재생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 전역 기준으로 선정 또는 활동 중인 도시재생기업은 총 13개다. 서울시는 앞으로 매년마다 도시재생기업을 계속해서 발굴해 육성할 예정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도시재생의 핵심적인 성과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앵커시설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주민 공간으로, 도시재생기업(CRC)은 지역 자생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창신숭인·해방촌 등 선도·시범지역 8곳의 5년에 걸친 도시재생 현장 이야기를 참여주체의 시각으로 담은 'Re-Seoul 함께 읽는 도시재생(8권, 1세트)'으로 발간했다. 서울시 도시재생포털에서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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