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의 또 다른 이름이다. 봄 춘(春) 자에 내 천(川)에서 순우리말을 가져왔다. 지역 이름 자체가 ‘봄이 흐르는 강’이라 4월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춘천을 떠올린다. 

춘천은 지금 청년 지원과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춘천의 옛스런 공간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현대 편의시설의 공존을 장점으로 살렸다.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업지인 ‘육림고개’를 찾았다.

육림고개는 과거 춘천 문화의 중심지었지만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17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청년몰 조성사업'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상태다. 사진=노산들 인턴 기자

육림고개는 춘천 문화의 중심지였다. ‘육림극장’이라는 가장 큰 영화관이 있었고 춘천의 중심인 명동 근처라 유동인구가 많았다. 하지만 극장이 사라지고 인근 명동을 현대화하면서 뒷골목의 육림고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육림고개에 17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조성사업’과 ‘일반근린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함께 시작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도시재생 사업은 217억 규모로 21년까지 이어진다.

19년부터는 ‘청년몰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본격적인 ‘상권 살리기’에 들어갔다. 옛 육림극장 건물을 활용해 영화를 틀고, 할로윈 축제 등을 열었다. 문화가 살아나자 사람들이 골목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10억원 규모의 ‘청년몰 확장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공사가 덜 된 건물을 보강하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설립도 추진한다.

육림고개에 특색 있는 청년 상점들이 들어오면서 '뉴트로' 감성을 담긴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노산들 인턴 기자

3월 말, 육림고개가 따뜻한 햇살 속에 포근히 잠겨있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점포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육림고개는 이른바 ‘뉴트로’ 감성을 담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뉴트로는 ‘New’와 ‘Retro’의 합성어로 과거 7080시대에 유행했던 것에서 새로운 걸 찾는다는 뜻이다. 약간 바랜듯한 필름 사진, 원색의 복고풍 물건과 패션, 턴테이블 음악 등이 유행하는 건 뉴트로 열풍의 영향이다. 

춘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보통 도시재생이 새로 들어오는 청년들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기존에 계셨던 상인들도 소외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며 “노후 상점을 개선하고 뉴트로 풍으로 거리를 조성해 청년과 중장년층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어쩌다농부'의 청년 대표 3명은 '도시와 농촌이 결합된 춘천의 매력'에 이끌려 직접 가게를 차렸다. 현재는 춘천 농가에서 농산물 납품을 받고 '농싸' 프로젝트로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한다./출처=어쩌다농부 인스타그램

육림고개에 위치한 ‘어쩌다농부’는 한상연, 김은희, 노보원 대표 청년 3명이 모여 창업한 친환경 농산물 음식점이다. 농부네 한 그릇 텃밭, 명란 들기름 파스타 등 건강한 음식이 가득하다. 비빔밥은 보리와 싱싱한 새싹이 들어가 식감이 좋고 들기름 파스타는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퓨전 양식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 점장 3명의 고향은 철원, 안산, 용인으로 모두 다르다. 그들이 춘천을 사업지로 선택한 이유는 ‘도시와 농촌의 결합’이었다. 노보원 어쩌다농부 점장은 “도시는 농사를 지을 땅이 없고 농촌에서는 소비가 되지 않았다. 춘천은 서울과 가까우면서 주위는 외각이라 농사를 지어 납품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어쩌다농부는 작년에 ‘농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춘천 서면에 밭을 마련하고 몇 개의 틀로 나누어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다. 각자 ‘틀밭’을 가꾸면서 함께 농사하고 수확하는 방식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은 춘천 시민, 대학생, 기자, 가게 손님까지 다양했다. 

노보원 점장은 “예전에는 가게에 앉아서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세봤는데, 정말 할아버지랑 할머니 몇 분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사람이 많아진 게 느껴진다.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도 이제 육림고개를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농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농사와 가게 운영에 노력을 기울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플로티'는 시기에 맞는 향긋한 꽃으로 차와 수제청을 만들어 판매한다./출처=플로티 인스타그램

꽃이 피어나는 4월을 맞아 향기로운 꽃차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카페인의 두근거림에 가끔 지칠 때, 우리는 마음이 편해지는 꽃차를 마신다.

‘플로티’는 육림고개에서 꽃차를 파는 유일한 가게다. 최윤희 플로티 사장은 “춘천에는 카페가 참 많다. 저는 커피를 못 마시는데 꽃차를 파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창업 이유를 밝혔다. 플로티는 전문 업체나 직접 농가에서 장미나 라벤더 등의 꽃을 가져와 차와 수제 꽃청을 만든다. 

주 고객은 젊은 층이다. 직접 집에서 차를 만들어 먹는 ‘홈카페’ 족이 늘어나면서 꽃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윤희 사장은 “건강을 생각해 미리 찾아보신 뒤 가게에 와서 수제 꽃청을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육림고개는 길이 가파르고 인도가 분리되지 않아 위험한 편이었다. 지속적인 문화 공연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길과 건물 등 환경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진=노산들 인턴 기자

육림고개는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남았다. 지리적 특성상 길이 가파르고 인도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위험한 모습이다. 또한, 길이 좁고 공간이 넓지 않아 교통이 불편했다. 육림고개의 위쪽에 공영주차장이 있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조윤희 사장은 “도로, 가로등, 건물 등 환경 보수를 기반으로 단발성이 아니라 문화공연이 정기적으로 이어진다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일회성 손님으로 상권이 유지되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다. 할인 쿠폰 등을 다른 상점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춘천시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17년부터 육림고개를 조성하기 시작해 19년도에 활성화 사업으로 문화와 공연 등을 지속해서 개최했다”며 “올해는 확장 사업으로 청년몰의 점포 외관이나 바닥 통행로 등을 보수해 환경 조성에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의 육림고개가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완성된 육림고개는 어떤 모습일까. 옛 정취를 간직한 채 과거 청년이었을 때 방문했던 50대 중년들부터, 현 시대 청년들까지 사랑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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