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의 밀폐된 공간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힘든 환경이 감염의 이유로 꼽힌다. 경남 창녕에서는 코인노래방에서 근무하는 직원 등 6명이 감염됐고 서울 동대문구 PC방을 왔다 간 4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노래방·PC방·클럽·스포츠센터·학원 등을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래방과 PC방은 개학이 미뤄진 학생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규제가 신속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이었으면 학생들로 가득할 대학가의 한 코인노래방을 11일 방문했다. 상가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사용 중인 방은 하나도 없었다.

코인노래방 총 20개 방 중에 사용 중인 방은 0개였다. 방 문은 대부분 열려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학생들의 즐거운 노랫소리로 가득하던 상가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인노래방의 재사용되는 마이크와 밀폐된 공간 탓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공기 중 작은 비말 입자로도 전염될 수 있어 마이크 덮개 등은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철저한 방역과 환기만이 감염을 막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코인노래방은 비용과 여건 등에서 무리라는 입장이다.

같은 날 노래방 바로 건너편에 있는 PC방도 방문했다. 콜센터와 비슷하게 자리들이 줄지어서 붙어 있었고 환기 가능한 창문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던 코인노래방과 달리 군데군데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PC방을 방문한 고등학생 A씨의 PC 앞에는 휴대용 손 소독제가 놓여있었다. 자리 구석에 사용한 향균 물티슈도 보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내린 상태에서 게임 관련 대화를 하고 있었다. PC방은 타인과 가까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컴퓨터와 키보드 등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크다. 친구 2명과 함께 방문한 고등학생 A씨는 “아직 개학 전이라 종종 온다”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손 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면서 외부에서는 무조건 바른다”며 키보드 앞에 놓아둔 자신의 손 소독제를 보여줬다.

PC방 아르바이트생 B씨는 “오히려 요즘은 손님들이 더 불안해한다”며 “청소가 끝난 자리인데도 자리에 앉자마자 자체적으로 소독제를 뿌리거나 물티슈로 닦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 B씨는 “손님이 사용한 자리와 키보드, 마우스는 무조건 닦는다”며 손수 사용하는 소독제와 수건을 보여주었다.

개인과 사업장에서 감염 예방에 힘쓰고 있어도 업주들의 근심은 더 깊어지게 됐다. 방역이 뚫리면 다중이용시설이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은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것도 아예 정지될 위기에 처했다. 아르바이트생 B씨는 “사장님께도 물어봤는데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말하셨다”며 “이러다 진짜 영업장도 폐쇄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계신다”라고 귀띔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특별시 시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영업 중지 권고를 내리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특히 노래방이나 PC방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어 코로나19의 감염에 상당히 취약하다”며 별도의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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