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해외에서 유학 및 연수 중인 우리나라 학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학교 휴업에 따른 교육공백, 기숙사 폐쇄 등으로 인한 주거 문제로 난처한 상황이다. 해외 취업 연수생 중 일부는 무급 휴직 통보 등을 받아 귀국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남은 기간 현지에 체류하자니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전염병 위험이 커지면서 귀국을 택하는 이들도 많다.

많은 학생 일정 포기하고 귀국길 택해

김하늘 씨(가명)는 미국 뉴저지 인근 디자인 회사에 학생 인턴으로 올 2월 말 입사했다. 해외 근무 경험이 향후 진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회사에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하루 수당은 약 120달러 정도며, 같이 채용된 한국인 학생 인턴끼리 작은 아파트를 구해 살고 있다. 

그는 최근 회사로부터 무급 휴가 권고를 받았다. 미국에 도착해 적응하면서 단 한 달 근무했을 뿐인데, 근무 두 번째 달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됐다. 계속 남아있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언제 다시 출근하게 될지 몰라, 귀국을 선택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코로나19가 퍼진 중국과 유럽에서 각각 15명씩 30명의 교환학생이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조기 귀국했다고 밝혔다. 미국, 일본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곳에서도 귀국이 이어지고 있어, 유학생 귀국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인 인종차별 폭행으로 이어져

유학생은 아시인을 향한 인종차별 공포가 점차 커지자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제가 발생했듯이 유럽에서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이은아 씨(가명)는 한국을 떠난 지 약 한 달 만인 3월 20일 루마니아에서 돌아왔다. 루마니아는 이 씨가 교환학생을 하기 위해 찾았던 곳이다. 이 씨는 “인종차별과 코로나19 감염 불안 때문에 작년 여름부터 준비했던 교환학생이었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루마니아에 머물면서 인종차별은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길을 걸으면 현지인들이 대뜸 '니하오'라며 시비를 걸었다. 반갑다는 인사가 아니라, 중국을 넘어 아시아인에 대한 분노와 조롱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은아 씨는 귀국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떠나는 버스에서 폭행 사건도 경험했다. 새벽 3시경 잠을 자던 일행이 현재 40~50대로 보이는 남성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은아 씨는 공항에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음성이다./사진=이은아

코로나19 치료 외국보다 한국이 더 안심

지난 1월 스페인 빌바오로 떠난 김현희 씨(가명)는 약 2달 만인 3월 20일 귀국했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다. 3월 26일 기준으로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는 약 4만 7000명. 하루 최대 1만 명 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휴지, 식료품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고, 마스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김 씨는 "여기서 감염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며 "이럴 바에 가족이 있고 비교적 안전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 유명 호텔에 학생 인턴으로 취업돼 1월 부터 근무한 원정환 씨(가명)도 4월초 귀국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구하고 있다. 그 역시 코로나19 감염되면 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한국행을 꾀하고 있다.

사재기 현상으로 슈퍼마켓 마트 진열대가 비어있다. 김현희 씨가 스페인 현지에서 찍은 사진./사진=김현희

귀국 후 학교에서도 설자리 없어

교환 학생과 학생 인턴으로 떠났던 학생은 귀국 후 학교 내에서도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귀국했지만 대학교 주요 과목 수강신청은 이미 진행된 상태로, 원하는 과목 수강 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학생들은 귀국한 교환학생을 위해 수업 정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별도의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학교는 등록금을 환불해줄테니, 휴학을 신청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예비 교환학생, 다음 학기 떠날 수 있을지

2학기 교환학생이 예정된 학생도 걱정이 많다. 대학교 3학년 박가을 씨(가명)는 2학기에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행에 많은 걸림돌이 생겼다. 미국으로 가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미국은 현재 비자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언제 비자 발급이 재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준비하던 교환학생 장학생 모집 기간이 연기되고, 세계 경제 불안으로 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충분했을 유학자금이 부족해졌다. 

이와 관련 대학 당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교환학생을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는 이번에 귀국을 결정한 학생에게는 아직 선발되지 않은 2학기 교환학생 선발에 한해 프로그램 참가 우선권을 줄 예정이다. 2학기 교환학생 예정이 변경될 경우를 대비해서는 2021년도 1학기 선발인원 확대를 위해 자매 대학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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