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어려움을 안겼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라도 진실하게 예배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코로나19가 외부유입 단계를 넘어 지역확산 단계로 접어들면서 종교계에서도 종교 행사와 집회를 일시 중단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면서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관련 종교계를 향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며 종교계의 협조를 호소하기도 했다.

다수의 신자들이 협소하고 폐쇄된 장소에 모여 드리는 예배·미사·법회 대신, 집에서 온라인 채널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종교의 날’인 일요일 풍경도 완전히 달라졌다.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헌금을 송금하고, TV 방송을 보며 미사에 참여하는 등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독교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2주간의 잠시 멈춤에 동참한다./사진제공=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서울 동대문구 A교회 신자인 허모 씨(33)는 지난달 23일부터 모든 예배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일요일 오전을 집에서 보내게 됐다. 그는 “온라인 예배는 처음이라 낯설기도 하고, 아무래도 집에서 혼자 예배를 드려야 하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지만, 지금 같은 때에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릴 수는 없다. 헌금도 교회 계좌를 통해 앱으로 송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종교활동 자제를 요청하기 전부터 A교회는 선제적 조치로 예배를 온라인 전환하고, 신도들에게 크고 작은 종교 모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지난 4일 해당 교회 전도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교회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등록 교인 56만명이 넘는 서울의 대표적 대형교회 중 하나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월 1일부터 2주간 주일 예배 등 모든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기로 했다. 출석 교인 이모(58) 씨도 오는 3월 8일로 2주째 집에서 예배를 드리게 된다. 그는 “유튜브에서 실시간 예배영상을 틀어놓고 온 가족이 함께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데 색다른 매력이 있다”면서도 “텅 빈 교회에서 목사님 혼자 설교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쓸쓸했다. 하루빨리 상황이 안정돼 현장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기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주민교회도 3월 1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실시간 영상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고 현장예배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훈삼 주민교회 담임목사는 “전염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영상예배를 결정했다”며 “영상예배는 낯선 경험이지만, 현장성과 거룩함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국의 크고 작은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 등에 동참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일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2주간 잠시 멈춤에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교회 주일 예배도 잠시 중단할 수 있으며, 사회적 거리를 두는 시간 2주간 신앙적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당부했다.

명동성당을 포함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미사 중단을 결정했다./사진제공=명동성당

모태 천주교 신자인 정모(62) 씨도 미사 중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주말 오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는 가정 예배로 대체했다. 그는 “미사가 중단되기 전인 2월 말 성당에 갔을 때 신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 속에 미사 중단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천주교는 지난달 26일 전국 16개 모든 교구가 주일 미사를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미사를 중단하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발표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8’에 따르면, 국내 천주교 16개 교구 소속 본당 수는 1747개, 신자는 586만여 명에 달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신자들에게 “주일 미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집에서 묵주기도 5단, 독서와 복음 봉독, 선행 등으로 참여 의무를 대신하자”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미사 때 신체 접촉과 비말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고, 평화의 인사 때 악수나 포옹을 하지 않으며, 성체와 성혈을 함께 모시는 양형영성체도 삼간다. 고해성사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하고, 미사를 제외한 교육과 모임 개최는 최소화하자”라고 덧붙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측은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을 위해 활용 가능한 플랫폼도 함께 소개했다. 미사의 기도문, 독서, 복음, 묵상 해설을 날짜별로 엮은 정기간행물 ‘매일미사’ 본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가톨릭평화방송(CPBC)에서는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환우들이나 노약자들을 위해 ‘TV 매일미사’를 유튜브 등을 통해 방송하고 있다.

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제공=대한불교조계종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6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담화문을 통해 “신도들께서는 당장 법회에 동참하는 신행 활동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정에서 신행 활동의 끈을 놓지 말고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는 정진의 시간을 가져주시길 당부한다”고 발표했다.

불교계 역시 주요 법회를 중단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2000여 개 사찰에 긴급지침을 보내 “초하루 법회를 비롯해 1개월간 모든 법회, 성지순례, 교육 등 대중이 참여하는 행사와 모임은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전국 주요 사찰들이 산문(山門)을 닫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스님끼리만 자체적으로 법회를 열고 있다.

원행스님은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인드라망의 세계’라 부르는데,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뜻하는 말”이라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인드라망과 같아 서로가 연결돼 서로를 비추어주는 세계다. 지극한 마음으로 함께 발원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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