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허영인 회장은 검찰의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후 체포된 상태다. 사진은 허 회장이 지난 2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SPC 허영인 회장은 검찰의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후 체포된 상태다. 사진은 허 회장이 지난 2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또다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사기관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세 차례 연속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객관적 사고 원인 규명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0일 성명을 통해 "SPC 측이 사고와 관련된 자료를 은닉할 수 있는 초기 시점에서 압수수색이 무산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법원이 사망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수사 활동조차 차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5월 19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최근 4년 동안 SPC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로, 현장 내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노동부, 검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은 현장 내부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와 설비 운영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화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획했으나, 법원이 세 차례에 걸쳐 이를 기각하면서 수사는 큰 제약을 받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 지에프에스 본사 앞에서 열린 '반복되는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과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 지에프에스 본사 앞에서 열린 '반복되는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과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성명에 따르면 현재 수사팀은 SPC 측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료 은폐 및 누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회의 측은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기 어렵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수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팀은 영장 기각 사유를 바탕으로 압수수색 대상 범위와 자료 항목을 구체화해 4차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시민회의는 "법원이 4차 영장도 기각할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밝히고 사법 절차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첫걸음은 사고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공장 가동과 수익보다 노동자의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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