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된 지금,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한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26년 3월 시행을 앞둔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를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지만, 현장은 과연 준비되고 있을까?

국내 65세 이상 인구 20% 돌파 초고령 사회 진입 / 그래픽=뉴시스
국내 65세 이상 인구 20% 돌파 초고령 사회 진입 / 그래픽=뉴시스

◆ 인구 자연감소 지속, 출생아 늘었지만 사망자 증가...고령층 증가로 돌봄 수요도 커져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 394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결혼 건수가 반등하면서 출산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인이 증가했고, 그 결과 출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주 출산 연령대인 30대 초반 여성 인구의 증가, 출산 인식의 변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3만 9473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1.9% 증가했다. 이는 1983년 월간 사망 통계 집계 이래 1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조사망률도 전년 7.5명에서 9.1명으로 상승했다.

사망자 증가의 원인으로는 고령층 인구 증가와 함께, "1월 한파·강설 등 기상 악화가 건강 취약 계층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실제 1월에는 평균 12일 이상 한파 또는 강설, 7일 이상의 강우가 관측됐다.

이로 인해 올 1월 한 달간 인구는 총 1만 5526명 자연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11월 이후 4년 2개월 연속 인구 자연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전체 인구는 감소세에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돌봄 수요 증가와 함께 세대 간 갈등, 부양 부담 등 새로운 사회 문제도 빠르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생률 반등이 반가운 신호이긴 하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돌봄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며,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복지 재정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돌봄 정책, 인프라 확충, 간병 인력 확보 등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통계청 출생아, 사망자 추이 / 그래픽=뉴시스
지난 3월 통계청 출생아, 사망자 추이 / 그래픽=뉴시스

◆ 고령층 지속 증가…돌봄 수요 급증 대비 필요

이처럼 급격한 고령화는 경제활동인구 감소, 의료·복지 수요 폭증, 고령층 빈곤율 심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함께 돌봄 수요의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만성질환자, 생애말기 환자 등은 병원이 아닌 '살던 곳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의 제도와 인프라는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

김대균 가톨릭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는 "국민 10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희망하는 '집에서의 임종'은 아직도 제도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75.5%는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았으며, 가정 임종은 15.5%에 불과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지만 재가 돌봄 인프라 부족으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회전문 현상'은 돌봄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생애말기 돌봄 체계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장기요양보험 기반의 재택의료센터, 또 하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호스피스센터다. 두 체계 모두 건강보험 재원을 활용하지만, 운영 주체와 대상, 서비스 방식이 달라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재택의료 등 기존 제도는 따로 작동하고 있어 연속적 돌봄이 불가능하다"며, “가정 임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제도 간 연계·통합과 지자체 기반의 연속 돌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호스피스·재택의료 등 기존 제도는 따로 작동하고 있어 연속적 돌봄이 불가능하다"며 "국민이 스스로 체계를 선택해야 하며, 연계 프로토콜도 없어 조율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2026년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되더라도 현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생애말기 돌봄은 가정 임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속성과 통합성을 갖춘 지역 기반 체계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시절 '커뮤니티 케어'로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시행일은 2026년 3월 27일로,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2023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12월까지 수행될 예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공급자 중심의 분절적인 기존 서비스 전달체계를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군·구가 중심이 돼 의료-요양-돌봄 지원을 통합·연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자체가 노쇠·장애·질병·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장애인 등을 선정해, 보건 의료·건강 관리·장기 요양·일상 생활·가족 지원 등 정책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연계해 주는 게 골자다.

서울의 한 요양센터에서 보호자 딸이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요양센터에서 보호자 딸이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 사진=뉴시스

◆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1년 앞뒀지만… 지자체는 "모른다"

하지만 정작 시행을 1년 앞두고도, 상당수 지자체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11~12월 22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자체별 의료-돌봄 통합지원 운영현황 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15%에 불과했다. 10%는 "시범사업이 추진되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229개 지자체 중 시범사업을 운영 중인 지자체를 제외한 217개소에 설문지를 보냈고 그 중 167개 지자체가 조사에 응답했다.

먼저 통합돌봄과 관련한 사업 추진 여부를 물어본 결과 167개 지자체 중 지자체 차원의 공적제도권 이외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거나 지자체 차원의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50개소(29.9%)로 나타났다 .

50개소 가운데 28개소는 통합돌봄 지원을 위해 전담부서나 인력을 배치하고 있었으며, 33개소는 건보공단 지사 등 협력기관과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통합지원의 대상자를 보면 46개소는 노인을 대상자로 포함하고 있었으며 21개소는 노인과 장애인이 동시에 포함됐다. 10개소는 정신질환자를 포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고 있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167개소 중 25개소(15.0%)에 그쳤다. 대다수의 지자체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고 했으며 18개소(10.8%)는 시범사업 추진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향후 해당 지자체에서 통합지원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점을 물었을 땐 '시범사업 참여관계자 대상 교육과정 운영'(4점 척도에서 평균 3.40점)의 필요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은 지자체와 공공-민간기관 간 협업체계 구축(3.36점), 지자체-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정보공유시스템 운영 (3.35점) 순이었다.

시범사업 참여 의향이 있는 지자체는 167개소 중 101개소(60.5%)였고 그 중 16개소는 매우 참여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통합지원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필요한 중앙정부 지원으로는 별도 예산 지원(39.5%),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28.1%), 방문의료·장기요양·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기존 제도 확대(24.6%) 등이 꼽혔다. 지자체 및 유관기관 협력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 교육 및 컨설팅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연구진은 통합지원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적은 점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추진 목표가 무엇이며 단기 및 장기적으로 어떠한 실행전략을 갖고 있는지, 지자체는 어떠한 준비작업에 착수해야 하는지 다양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자체들이 단순한 틈새돌봄지원 중심의 서비스 개발 및 적용이 아닌 지자체 주도적으로 지역단위 의료-돌봄의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가 의료급여 돌봄 서비스 / 사진=서울시
재가 의료급여 돌봄 서비스 / 사진=서울시

◆ 정부, 전략 부재… 전달체계 개편 없이 서비스만 나열

통합돌봄지원법은 '누구나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역 기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선 '전달체계 개편'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기조는 여전히 서비스 확대 중심에 머물러 있다.

윤석열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의료·요양·돌봄 연계' 중심으로 계승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내용은 재가서비스 확대(통합재가, 재택간호센터, 돌봄주택 등)에 집중돼 있다. '전달체계 개편'이라는 전략적 방향은 없다. 

2023년 12월 발표된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2024~2028), 2024년 복지부 업무계획에도 '통합돌봄'은 시범사업 형태로만 제시됐다. 이처럼 구조 개편 없이 서비스만 나열하는 정책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재가서비스 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연결해서' 제공할지에 대한 구조적 설계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의 수단보다 전달 주체와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통합돌봄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서비스 항목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원화된 의료·요양·돌봄 체계를 통합하고,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와 전달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돌봄의 재설계는 단지 '서비스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공공성을 지역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는 이를 "단순한 재가서비스 확대가 아닌 지역기반의 생활권 중심 체계 재구성"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시장이 아닌 지역사회와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생의 돌봄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5년 관련 예산, 71억 원에 불과

무엇보다 정책을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노인·의료 통합지원 관련 예산(지역사회 보건복지 연계 재가 서비스 체계 구축)은 71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예산은 많지 않았지만, 2020년 177억 원, 2021년 181억 원, 2022년 158억 원 수준이었다.

오히려 시행 1년 전이라는 시점에서 예산이 반 토막난 셈이다. 이마저도 통합돌봄지원법 제정 이후 처음 반영된 예산이기에, 정책 추진의 진정성조차 의심받는 상황이다.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에서 실행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의 실효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 2025. 04. 11. 이수진 에디터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에서 실행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의 실효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 2025. 04. 11. 이수진 에디터

◆ 병원 아닌 삶의 터전에서… 통합돌봄, 지역사회 중심 제도화 및 협치·연계·재정이 관건

한편,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1년 앞두고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에서 실행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의 실효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보건의료, 사회적 경제 현장의 전문가,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통합돌봄 정책이 어떻게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는 "통합돌봄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설계돼야 하며, 지자체가 책임지고 주민과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치 구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돌봄 전달체계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 재정 분권과 공공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균 가톨릭대 교수는 "생애말기 돌봄은 병원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재택의료-호스피스 간 연계, 가족 부담 경감, 지역 기반의 통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화와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단순한 재가서비스 확대가 아닌, 돌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역기반 시스템 재구성의 과정"이라며 "시장의 논리보다는 지역 주민과 사회연대경제가 중심이 돼 협력과 공생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11일 김연아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발표하고 있는 돌봄통합지원법 국회토론회 모습 / 2025. 04. 11. 이수진 에디터
4월 11일 김연아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발표하고 있는 돌봄통합지원법 국회토론회 모습 / 2025. 04. 11. 이수진 에디터

이제 돌봄통합지원법은 내년 3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이 법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자체는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고, 정부는 전달체계 개편 없이 서비스 확장에만 머물러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이 돌봄체계 전환을 준비할 '골든타임'이다.

실효성 있는 통합돌봄을 위해서는 제도 설계의 정교화, 충분한 예산 확보, 지역 기반의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라는 목표가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이제라도 정책의 무게중심을 지역사회 기반 시스템 재구성과 돌봄의 공공성, 지속가능성에 맞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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