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무더운 여름이다. 아열대 몬순형의 기후인 홍콩의 여름은 고온다습하다. 곳곳에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 실내는 쾌적하지만, 실외로 나가면 푹푹 찌는 날씨에 숨이 턱 막힌다. 이럴 때 비가 적당히 와주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몇 일전 홍콩의 폭우 경보 중 가장 높은 흑색경보와 함께 온 맹렬한 폭우는 반갑지 않았다. 하늘도 더위를 먹었는지, 그 날 이후로 흐렸다, 맑았다, 소나기가 왔다 갔다 날씨가 불안정했다. 그리고 태풍이 홍콩에 근접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데, 음악테라피 실습 시작 후에는 비 오는 날을 예전처럼 마냥 즐기기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 양로원, 요양원, 정신병동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오는 날이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을 궂은 날씨라고 일컫는 것이리라. 궂은 날씨에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여느때와는 좀 다른 힘겨운 날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가 오는 날 아침이면, 음악테라피 실습생들끼리 서로서로 격려하는 문자를 보내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음악테라피 요법 중 동질성의 원리(ISO Principle)를 이용해 음악으로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는 방법이 있다. 비오는 날, 음악테라피 시간은 대부분 차분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차분한 음악이 비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비 오는 날에는 사람들의 감정이 대부분 가라앉아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현재 감정 상태에 맞춘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음악을 느끼고 음악에 반응하기 시작하면, 서서히 밝고 명쾌한 음악으로 바꾸면서 클라이언트 감정이 음악을 따라 밝아지게 하는 요법이다.

비 오는 날,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지 못해서 속이 상한 아이가 울고 있다. 그러면 아이의 우는 상황에 맞춰서 음악이 시작된다. 시끄럽게 울고 있는 아이에게는 시끄러운 울음 소리 레벨과 아이 감정에 맞춘 음악으로 시작 한 후 서서히 차분한 음악으로 변화시켜 준다. 조용히 훌쩍거리고 있는 아이라면, 조용하고 슬픈 음악으로 시작을 한 후 서서히 밝은 음악으로 변화시켜 준다. 아이들의 경우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보단 라이브로 아이 감정에 맞춰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불러주는게 더 큰 효과가 있다. 

동질성의 원리를 이용한 음악테라피 요법은, 뛰고 있는 사람을 갑자기 멈추게 한다던지,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을 갑자기 뛰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시작해 서서히 안정을 주거나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사람의 감정에 있어서는 ‘나는 너와 함께다’ 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게 중요하다. 음악테라피에서는 음악이 바로 그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우울한 날에 도움이 되는 나만을 위한 음악리스트를 만들어보자. 먼저, 자주 듣는 음악이나, 떠오르는 음악을 늘어놓고 느낌대로 분류해보자. 차분한 음악, 명쾌한 음악, 신나는 음악, 슬픈 음악, 기쁜 음악, 조용한 음악, 안정이 되는 음악 등으로 분류를 한 후, 우울한 음악/슬픈 음악 -> 차분한 음악/조용한 음악/안정이 되는 음악 -> 밝은 음악/명쾌한 음악/기쁜 음악 순서대로 자동으로 음악이 재생되도록 목록을 만들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저장해 둔다.

날씨가 혹은 삶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 때, 이 음악리스트를 들으며 음악에 흠뻑 빠져보자. 음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