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미래세대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역사적인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처음 시작된 가운데 청구인 측과 정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구인 측에서는 '탄소배출 40% 감축'을 설정한 정부의 대책이 미래세대의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 측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위헌심판청구(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기후미디어허브 등 기후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한국 정부의 기후소송 첫 공개변론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손 피켓 등을 들고 헌재의 합리적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변론에 앞서 "기후소송은 정부가 탄소중립 기본법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환경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가 쟁점"이라며 "세계적인 이슈로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제기돼서 다양한 결론이 선고됐다. 최근에는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스위스의 대책이 여성과 노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선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며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충실히 심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줄이기로 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 기본법)과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이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리협정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각자의 능력에 따른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것에 따르면 선진국에 속한 우리나라의 책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구인 측 김영희 변호사는 "연도별 대책이 없고, 실패 대비 계획도 없다는 문제도 있다. 2030년 이후인 2031~2041년 계획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또 지금까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단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구비례 기준으로 전세계 탄소예산과 국가별 탄소예산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예산은 2025년이면 모두 소진되는 수준"이라며 "미래세대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것 역시 기본권 보호 의무에 위배된다"며 국제 사례를 제시했다.
앞서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위법하다고 결정했고, 2021년에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위헌이라고 심판했다. 올해에는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스위스 정부의 기후대응이 인권 침해라고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정부 측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목표를 설정한 것이고, '탄소배출 40% 감축' 목표 역시 정부로서는 도전적인 목표 설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장, 환경부장관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에서는 "무리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무리한 경우에는 기업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정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40% 감축으로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산업구조가 다른 나라와 다르다. 제조업 비중이 26.1%로 미국 10.6%, 유럽 14%에 비해 탄소배출 저감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40% 감축 역시 도전적인 목표 설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은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과도기를 겪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파리협정에 따라 곧장 감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청구인 측 주장대로 더 큰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경우 사회경제적 대전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파리협정의 주요 원칙인 '자발적 목표 설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국가별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정부법무공단에서는 "글로벌 탄소 예산은 임의 기준이며, 이를 각 국가에 배분하는 것은 파리협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글로벌 탄소 예산을 인구비례에 따라 국가별 할당량을 부여하는 것은 교토의정서와 같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려면 현저히 일어나야 하고, 단순히 장래에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재 판례가 있다"며 "또 정부 초지가 충분하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장래에 발생한다는 것은 미래에 정부 조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계획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획대로 또는 목표를 초과 달성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 대응은 감축과 적응 대책의 종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오는 5월21일 오후 2시, 2차 변론을 진행하고 추가 참고인들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향후 평의 등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기후소송 공개변론 시작에 헌법재판소와 함께 국회도 주목
정부의 기후대응 계획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헌법소원 제기 4 년 1 개월만에 열리면서 그간의 진행과정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4 년 여만에 공개변론을 진행하면서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으로 주목받게 되었는데 그 배경으로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수원시갑)은 2023년 10 월 6 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헌재가 기후소송과 관련해 소극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면서 "( 기후소송이 제기된 지 ) 3년7 월 지났는데도 아직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며 "헌재에서 3 년이 넘은 이 사건에 대해 공개심리를 하든 결론을 내든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
이에 대해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공감하며 "늦지 않게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고 , 최근 공개 심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
김승원 의원은 "이번 기후소송은 국민의 환경권 등 기본권과 직결되고 전 지구적인 문제"라면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기후소송 관련 공개 변론을 진행하면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
이어 "헌재 심리가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주시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덜 수 있는 노력도 국회에서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
한편 헌법재판소는 오는 5월21일 오후 2시, 2차 변론을 진행하고 향후 평의 등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