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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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즘(Ableism)'이라는 용어를 알고, 이해하고, 생활속에서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테라피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접한 용어다. 한국어로는 '장애인 차별주의'라고 번역 된다. 좀 더 넓은 의미로 풀어쓰자면, 다수가 할 수 있는 일을 못하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은 학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래서 학생시절, 수업시간에 이 용어를 접했을 때 기본적인 이해는 쉽게 했다. 단순히 아는 것이 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 체험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과거 정신병동에서 40-50대 환자들을 위한 음악테라피 실습을 했다. 한 클라이언트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끊임없이 쉬지 않고 했다. 그룹 멤버나, 병원 직원들은 그만 좀 하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음악의 요소들을 이용하여 특정 행동을 지양하거나 지향하도록 조절하는게 음악테라피이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그의 행동을 멈추고 그룹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게 커다란 과제였다.

강의노트들을 살펴보던 중 에이블리즘에 눈길이 갔다. 그러다 문득, 어쩌면 나를 포함한 그의 주변사람들은 말을 논리적으로 하지 못하는 그를 차별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로 인한 소외감이 그의 행동을 악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 후, 음악테라피 시간에 한사람씩 노래를 부르게 유도했다. 그리고 그의 순서에서 내가 먼저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노래를 불렀다. 그는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를 홀로 신나게 부르는 나를 보며, 말을 멈추고 웃는 반응을 보였다. 

지켜보던 병원직원은 그가 말을 멈추고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것 같다며 감탄했고, 엄격했던 실습감독관마저도 찬사를 보냈다. 테라피 테크닉 중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하는 복사기법을 적용한 면도 있지만 그의 변화를 유도한 시발점은 에이블리즘의 이해와 적용이었다.        

우리는 정보가 과도하게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게 뭘까? 라는 의문이 드는 동시에 인터넷에서 바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뉴스 하나를 클릭해서 읽으면 기사 하단에 연관된 다른 기사들이 의도치않게 나의 의식과 호기심의 흐름을 바꿔버린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정보의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을 느낄 때가 많다. 전문적이고 자세하기 보다 간단하게 요약된 정보들이 많다. 아는 것은 많아지지만, 체험과 노력은 작아지고, 생각의 깊이는 줄어드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에이블리즘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사회적 시각에서는 장애인 차별주의가 된다. 하지만 개인적 시각에서 좀 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자신이 일상에서 평범하게 하는 건 타인도 당연히 해야한다는 무의식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뿌리 깊은 편견이 주변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는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에이블리즘의 이해로 우리의 일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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