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미(Carolyn, H.M. KIM) 대표. 
김형미(Carolyn, H.M. KIM) 대표. 

“대부분 테라피(therapy)를 치료 또는 관리로 알고 있어요. 테라피는 약 처방 없이 마음을 치유하는 거예요. 가장 간단한 설명이죠. 테라피에선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예술을 접목한 대화나 음악 등으로 찾아요. 테라피는 내면을 더 강하고 긍정적이게 만들죠. 테라피는 치료보다는 치유의 개념이에요.”

김형미 인유인터내셔널(In-U International) 대표는 통계학을 전공하고 애널리스트, 무역분야 등을 거쳤다. 이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먹고사니즘’ 때문에 나중으로 미뤄왔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할수록 심리치료 공부가 더 하고 싶어졌다. 또 일상에서도 심리학의 중요성이 자꾸만 보였다.

김 대표는 “일하다 만난 사람들 특히나 결정권자들은 본인 행위의 파급력이 커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더 크다”며 “이전에 회사에 다닐 때 보스의 기분이 그 날 회사의 날씨라고 항상 웃으시라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왜 지금 못하지?’, ‘왜 나중에 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공부의 시기를 당겼다. 초반엔 전문분야가 달라 대학에서 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돈 낭비, 시간 낭비 하지 말아라. 마음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1년 후에 다시 학교에서 만나자”고 대답했다. 이후 1년 간 필요한 자격증과 과정을 이수해 다시 디렉터를 만났고 멜번대학교에 입학해 음악심리치료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과 홍콩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며 경험을 쌓았고 이후 가장 강한 힘은 당신 안에 있다(In-U)는 의미가 담긴 인유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테라피를 좀 더 쉽고 친숙하게 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요가와 테라피를 접목한 웰빙세션, 음악 및 예술을 활용한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테라피와 친숙한 요소들을 결합해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유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며 “테라피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와 범위는 넓지만 아직까지 제한된 범위에서만 머무르고 있어 테라피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 테라피에 녹여

출처=인유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출처=인유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처음에 몸이 뻣뻣해서 친구한테 끌려가듯 요가를 배웠어요. 저를 찾으려면 요가를 제일 못하는 사람을 보면 됐었죠.(웃음) 10년 간 요가를 하면서 몸 구석구석 안아픈 곳이 없었어요. 아픈 과정이 몸을 유연하게 해요. 이건 삶과도 이어지는 거에요. 고통스러운 경험을 잘 극복하면 좀더 친절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고, 극복하지 못하면 폐쇄적이고 뻣뻣한 사람이 되죠.”

사례를 통한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테라피와 관련된 활동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홍콩에서는 광동어(홍콩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인한 언어적 한계를 다양하게 극복했다. 고립감을 느끼는 고객에게 광동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속 나홀로 한국어를 사용하며 유대감을 쌓기도 했다. 

언어의 한계를 느껴 한국에서 실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익숙한 언어가 있는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어의 한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한국에서 깨닫기도 했다. 국내에서 만난 한 고객은 예민한 성격으로 대화가 어려워 음악과 예술을 통한 소통만 할 수 있었다. 그는 “홍콩에서 쓰는 감탄사인 ‘아이야’라는 표현은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딱 들어맞는 표현이 없다”며 “영어, 한국어, 광동어 등 각종 언어에서 번역으로 들어맞지 않는 비언어적인 공통분모 같은 부분들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테라피로 살필 수 있다”며 테라피가 가진 효과를 설명했다. 

“이전에 영어를 배울 때 커뮤니케이션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부분은 30%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비언어적인 부분들이 많아요. 테라피 역시 이런 영역을 다룰 수 있어요. 그래서 테라피의 가능성과 매력에 끌리는 것 같아요.”

느리지만 강한 테라피의 힘

음악테라피를 진행하는 김형미 대표/출처=김형미 대표
음악테라피를 진행하는 김형미 대표/출처=김형미 대표

“몸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마음과 정신건강을 위한 내적운동도 필요해요. 특히 현대사회는 삶이 너무 빨리빨리 돌아가잖아요. 그러면 자기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요. 그렇게 되면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 안에 갇혀 살게 돼요. 테라피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내 맘을 보는 거에요.”

김 대표는 한국과 홍콩에 위치한 특수학교, 요양원, 병원, 암센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 및 복지센터에서 다양한 음악심리치료 경험을 쌓았다. 경험을 쌓으며 테라피의 효과를 거듭 확인했다. 테라피는 내면의 변화를 가져와 효과를 외적으로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테라피가 많다.

한 기관에서 뇌의 기능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주버트 증후근을 앓는 환자의 곁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환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음악을 찾아 스위치를 돌려주는 게 주 업무였다. 그는 “클래식, 동요, 팝송, 한국가요 등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동요에는 리듬을 타듯 몸을 흔들기도 하고 어두운 클래식이 나오면 얼굴을 찡그리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며 “그 때 음악의 놀라운 효과를 경험했고 이를 활용한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폐증을 앓는 한 고객은 글자를 좋아해 책을 보는 것 외에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 방안을 고민하던 중 악보를 숫자(글씨)로 바꾸고 피아노 건반에도 이를 붙였다. 그리고 학교종이 땡땡땡, 송아지 등을 연주하며 함께 들었다. 이후 책만 보던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나중에는 연주하지 않고 숫자만 봐도 어떤 곡인지 맞출정도였다”며 “숫자 악보를 보고 학교종이 땡땡땡 음악인걸 알자 씨익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항상 고혈압에 시달리던 비장애인 수강생도 웰빙세션에 참여한 후 혈압이 정상수치를 찾았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테라피 꼭 한 번 경험해 보세요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칼럼을 쓰면서 글의 힘을 느꼈어요. 글로 테라피를 정리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더 깊어질 수 있었어요. 칼럼을 읽은 독자들이 테라피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고 친근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홍콩에서 활동하며 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그는 “종종 한국 친구들에게도 자녀들을 위한 예술치료사 추천 요청, 테라피를 공부하고 싶다는 문의, 학생들의 고민상담 같은 연락들이 많이 온다”며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테라피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인유인터내셔널과 김 대표는 테라피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요가를 접목한 웰빙세션의 운영과 더불어 홍콩으로 여행을 온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계획중이다. 그는 “홍콩에 오면 인스턴트 힐링인 쇼핑을 많이 하는데 다른 관광코스로 즐길 수 있는  테라피 세션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며 “코로나19로 멈춰버린 것들이 많지만 상황이 완화되면 계획한 것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칼럼을 관심 깊게 살펴주시고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한가지 권하고 싶은 건 테라피를 직접 체험해 보시라는 거예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좋은지 백마디로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먹어보는 게 최고인 것처럼요. 칼럼으로 생긴 테라피에 대한 관심을 생각에만 그치지 마시고 꼭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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