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잠시 멈추면서 대기 환경이 깨끗해졌고, 자취를 감춘 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배달·택배가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증가했고, 위생에 대한 우려로 일회용 컵이나 마스크 등 사용 빈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간은 자연은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을까.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코로나 시대에 직면한 환경문제, 기후위기 등 현 상황을 진단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코로나19와 환경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라 현장 참여 대신 TBS TV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으며, 700명에 육박한 시민들이 유튜브 시청에 참여하는 등 열기를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예전과 같은 방식의 경제 살리기 방식을 고수한다면 ‘기후악당’이라는 불명예는 계속되고, 비슷한 재난은 반복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막고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 인간 생존의 가장 큰 토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그린뉴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조현철 녹색연합 상임대표가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는 질병의 문제이자 개발·경제·사람의 문제, 극복할 대상이자 귀를 기울여야 할 대상, 세계적 재난이자 어떤 측면에서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획일화를 강요하는 세계화가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지역화로 전환해야 한다”며 “자연을 팔 것에서 살 곳으로 본다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서울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100명의 전문가·시민·기업이 시정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이하 녹색위)’ 각 분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각 영역에서 활동 내용을 발표했다. 녹색위는 지난 1995년부터 환경 분야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한 자문과 모니터링, 시민 의견 수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후·에너지 분과 백승진 전 홈플러스 시공총괄본부장은 미세먼지 절감, 원전 감축 등을 위해 노력한 서울시 정책을 소개하며 “민관 협치가 더 중요해진 시점에 투명한 보건정책과 IT·AI·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의 전략이 기준이 되는 ‘K-노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보건 분과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전염성·독성이 더 강한 전염병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과속방지턱을 넘은 뒤 액셀을 밟지 않고 모든 체계를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한국은 지도자의 역할, 메르스의 경험, 의료진의 헌신, 국민의 참여 덕분에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지만, 공공의료 시스템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앞으로 체계적 의료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원순환 분과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일회용품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감염병 위기에서 위생과 안전,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위협 사이 딜레마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은 “위기 상황에서 생활방역과 환경보호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환경 분야에서 오래 활동해온 조홍섭 한겨레신문 기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새 포식자’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겁에 떨게 하는 호랑이 같은 새로운 포식자로 코로나19가 등장했다”고 발표했다. 조 기자는 “미꾸라지가 많은 곳에 메기를 넣으면 활발히 움직인다는 ‘메기효과’는 생태학적으로 틀렸다”며 “코로나19라는 포식자 때문에 사람들은 밖에 나가길 꺼리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면역력도 떨어지는 등 공포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댕긴 이원재 랩2050 대표는 ‘그린과 뉴딜은 만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그린과 뉴딜은 함께 갈 수 없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린’이 우선이 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간이 경제활동을 멈추니 기후위기가 개선되는 지표가 나타나는 등 ‘두려운 정답’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에너지전환·기본소득제·사회적경제 등 반등이 아닌, 느리지만 단단한 방법으로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포스트코로나, 서울시민 모두가 환경운동가, 전환의 주체가 되는 시간’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한 교수는 “앞서 ‘헬조선’이라 불리던 한국이 코로나19 이후 ‘국뽕’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며 “기존의 선진국 프레임이나 성장주의, 과학기술주의, 엘리티즘에서 빠져나와 자율과 자치의 기반을 조성해 시민 차원에서 위기에 대응하고 상호부조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 2차로 기획된 이번 토론회는 이날 1차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현 상황을 진단하고 기후위기, 자원순환 등 문제를 다각도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오는 7월 2차 토론회를 통해 서울시 정책과 시민 행동 방향 등에 대해 추가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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