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명의 임팩트비즈니스리뷰] 12.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생태계의 미래
[도현명의 임팩트비즈니스리뷰] 12.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생태계의 미래
  • 이로운넷=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 승인 2019.12.1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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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캡(SOCAP, Social Capital Market)에는 20명의 한국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국내 지원사업에서 매우 드물게 투자기관, 육성기관 등 중간지원조직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하였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꼭 소셜벤처가 아니더라도 사회적경제 전반에서 대부분의 지원은 개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물론 그들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생태계적 관점에서의 투자와 지원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생태계 스스로가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데 말입니다. 

이번 행사는 미국의 주요 생태계 조직들이 참여하는 만큼, 우리 생태계의 미래에 닥칠 여러가지 일들을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배울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부터 유의해야 하겠다는 요소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27일 서울 성동구 공간성수에서 진행된 ‘소셜벤처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성과공유회’./사진제공=임팩트스퀘어
지난 11월 27일 서울 성동구 공간성수에서 진행된 ‘소셜벤처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성과공유회’./사진제공=임팩트스퀘어

먼저 생태계가 커지고 다양한 조직과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생기는 ‘미션에 대한 오염’이 대표적인 유의점이었습니다. 특히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목적성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전체 시장의 규모는 크게 확장되었으나, 임팩트 조직이나 프로젝트가 단기 수익에 치우치게 만드는 경향은 분명히 관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가 참여한 한 세션에서는 유명한 미국의 일반 투자자가 “그냥 SDGs와 관련되었다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그 정도면 다들 좋아하고 넘어간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조짐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빠르게 양적 확대를 거듭하는 사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정말 맞을지 모르겠는 조직들이 무수히 생태계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정부의 임팩트 펀드를 받아 위의 사례와 같이 SDGs의 연결점 정도를 보이며 본래의 목적을 흐리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연결하여 보자면 국내 임팩트 금융에 민간 부분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크게 느꼈습니다. 미국은 대형 재단을 위시하여 민간의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지만, 국내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많은 자금을 출자한 것은 당연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의 자금을 늘려가는 것 보다는 마중물로서의 가치를 잘 개발해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지 못하면 생태계의 제대로 된 정착은 요원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생태계 조직 자체를 키우는 작업이 시작돼야 합니다. 소캡에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프로보노 단체, 법률 단체, 컨설팅 조직, 사회적 가치 측정 전문가, 심지어 로비 조직까지 다양한 생태계 조직들이 참여합니다. 그들의 상호 견제와 연계, 시너지는 건강한 생태계를 지속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매우 중요한 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만큼의 역사와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에 더 관심을 기울여 생태계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간의 개별 창업 조직 투자 일변도에서 이제 좀 더 폭 넓은 생태계 관점의 지원과 투자가 시작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태계의 범주는 한 국가 내로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최소한 아시아 단위에서의 생태계를 고려하고 구축해가야 합니다. 한국을 벋어나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소셜벤처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또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생태계 조직들도 점점 더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바라보는 생태계는 국내라는 범주에 갇힐 필요 없이 더 넓게 연결된 범주를 지금부터 고려하고 확장의 개념으로 키워가야 합니다.

이번 소캡에서 한국 대표단 단독으로 가졌던 세미나가 두 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한번은 3명의 현지 임팩트 투자자가 참석해 우리 소셜벤처 팀들의 발표에 자문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시 현지 임팩트 투자자들이 사전 설명을 듣고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정부가 이런 것까지 도와주냐'고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우리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생태계를 성장시켜가야 합니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말이죠. 지금이 그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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