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AP 메인 홀./사진출처=SOCAP 홈페이지

SOCAP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임팩트 금융 컨퍼런스입니다.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데 올해도 3000명이 넘는 임팩트 투자자와 유관 기관들이 참여했습니다. 필자도 중소벤처기업부의 후원으로 약 20명의 소셜벤처와 중간조직 종사자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올해 다루어진 다양한 논의와 도출된 함의들 중 반드시 주목해볼 세 가지 함의에 대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다양성에 대한 추구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직접적으로 세션이 많았다거나 중요한 주제로 두드러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향성과 컨텐츠의 구성에서 이 부분은 과거와 상당히 다른 수준으로 중요성을 부여받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본래 매우 유명한 한명이 멋지게 나와서 긴 시간 이야기를 하는 플레너리 세션들이 이제는 그 정도의 유명도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패널이나 옴니버스 형식으로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각 세션들의 패널도 인종, 성별, 대변하는 관점에 있어서 다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의도성이 매우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노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묻는 제 질문에 행사관계자는 임팩트 금융 생태계는 성장하는 중에 어떤 목소리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답해왔습니다. 이 구성은 컨텐츠를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제가 참석했던 한 세션에서는 성과보상사업에 대해서 정부 관계자와 민간의 활동가가 크게 대립하는 장면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평등관점투자(Gender Lens Investing) 등의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세션이 하나로 존재하는 수준을 한참 뛰어넘어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확인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실제적인 실행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 임팩트 투자가 초기라서 큰 성과를 목도할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글로벌에서는 선진 사례들이 이미 존재하고 실패에 대한 학습, 새로운 도전들이 끊임없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담론의 싸움보다는 정말 무엇이 사회를 혁신하는지에 대한 실행 수준에서의 살아있는 논의가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이 분야에서는 때론 개념 하나를 가지고 본질을 흐리거나 몇 년이 지나도 담론 싸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도 빠르게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한 발걸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특히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로 통칭되는 펀드 구조가 올해 좋은 예시였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크게 추구하되 경제적 추구가 낮은 자선적 기금이 단순 기부를 넘어서서 후순위 성격을 자처함으로써 어떻게 민간의 큰 자금을 임팩트 영역으로 끌고 올 수 있는지, 이에 부작용은 무엇인지가 매우 활발하고 실제적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참고로 여기에서 후순위는 이익분배의 참가순위를 후위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행사에 참여했던 한 투자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지 설명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OCAP 행사장 전경./사진출처=SOCAP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규모화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졌습니다. 혁신적으로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큰 규모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SOCAP 기간 중에 밀리언 라이브스 클럽(MLC, Million Lives Club)의 공표와 세션이 여럿 있었습니다. MLC는 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100만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루션을 리스팅하고 더 많은 지원이 있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USAID, UNDP 등이 협력해 자원, 인재, 협력, 정책 등등 지원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소개합니다. MLC의 한 세션에서 USAID의 한 관련자는 ‘100만명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 100개만 만들어도 1억명의 삶이 나아집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말하며 이 가치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임팩트 생태계가 점점 활성화 되고, 이런 행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당연히 우리도 충분히 잘하고 있을 것이고, 아마도 더 잘하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실행적으로, 좀 더 성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배우고 연결해가며 그런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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