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클린업’ 프로젝트/사진출처=THE OCEANCLEANUP 홈페이지

얼마 전 뉴스를 살피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보았습니다. 보얀 슬라트(Boyan Slat)라는 네덜란드 청년이 발명하고 작년 9월 전 세계의 호응 속에서 실제 시도된 ‘오션클린업’ 프로젝트가 문제에 부딪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태평양에 큰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한 것으로, '시스템 001'이라고 이름 붙인 쓰레기 수거 장치가 쓰레기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쓰레기들 중 일부를 놓치면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요즘 환경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는 해양플라스틱의 중요한 솔루션 실험이 실패로 끝나는 것 같아 큰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다행이도 이 도전이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얀 슬라트와 오션클린업재단은 확인된 문제점을 개선하며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와는 다르게 진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시도로 그쳐버리는 프로젝트도 참 많습니다. 물론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도라면 그 도전과 실행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쳐주어야 하지만 그런 선한 의도만으로는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방송에서 광고까지 했고 상도 많이 받았던 ‘생명의 다리’라는 캠페인이 있습니다. 실제 의도가 어떠했는지까지 알지 못합니다만, 자살자를 막기 위한 이 캠페인의 결과로 사실은 자살시도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충분히 비판의 근거가 됩니다. 분명 감동적이고 그럴듯한 요소들도 있고, 내부적으로 자신이 있기에 대중광고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그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너무도 많습니다. 글로벌에 유명한 사례인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를 아이들 놀이터에 있는 뺑뺑이와 연결한 플레이펌프가 결국 사용되지 않고 버려졌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이죠. 비영리, 영리할 것 없이, 정부나 사회적기업 할 것 없이 이런 경우는 허다합니다.

요즘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세상의 변화, 소셜 임팩트, 사회혁신 등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의적인 담론을 넘어서 어떻게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어떻게 더 잘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빈약합니다. 영리건 비영리건, 정부건 사회적기업이건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참 드물지요. 

물론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양한 시스템의 능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란 우리의 다이어트 도전이나 결혼 자금을 저축하는 노력보다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 외에도 우리가 진짜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데 덜 집중해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오션클린업처럼 처음부터 명확한 가설과 성과에 대한 기획을 갖고 또 중간에 실제적인 결과를 측정해가며 개선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선한 일에는 그 일이 만든 결과보다도 진정성과 선한 의도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과와 이를 위한 냉철한 노력의 가치를 폄하한다면, 그 의도나 동기와 달리 실제적인 사회 변화를 얻어내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사회 변화는 최선을 다해 혁신을 하고 가진 방법들을 다 동원해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창업 초기 한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Good is not good enough)”라는 문장은 이런 고민과 반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우리도 다시한번 이 문장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은 더 충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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