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을 요약하자면 진검승부가 시작된 해입니다. 2018년부터 정부와 기업을 통해 투입된 자원이 어느정도 축적됐고, 다소간 안정된 생태계 구성상황에서 많은 소셜벤처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성장도 큰 폭으로 일어났지만, 실패나 실수가 빠르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잘하고 못하고, 잘되고 어려운 상황이 과거와 달리 표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2020년은 소셜벤처에게 생태계 성장의 해가 될 것입니다. 자금과 인재의 유입, 시도와 성과의 확인, 그리고 학습과 재도전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상방 나선형을 그리는 생태계의 성장궤도가 드러나는 중요한 전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중 3가지 뚜렷한 흐름에 대해서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규모화에 대한 추구가 두드러지리라 판단합니다. 규모화가 이루어지는 배경은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문제 해결 솔루션으로서 소셜벤처에게 요구되는 규모화의 방향성 때문입니다. 이는 소셜벤처의 정체성 자체가 규모화를 통하여 좀 더 문화적이거나 시스템적인 혁신을 일으키는 데 초점을 가진다는 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100만명 이상의 취약계층에게 영향을 끼치는 솔루션을 널리 알리자는 ‘밀리언라이브스클럽(MLC, Million Lives Club)’과 같은 글로벌 무브먼트와도 그 흐름을 같이 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러한 맥락의 요청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다른 하나는 국내 생태계에 공급된 소셜벤처 투자금을 통한 촉진 및 압박입니다. 정부가 제공한 임팩트 펀드는 대부분 회수기간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고, 그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을 추구하도록 요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투자금을 받았다면 그 투자금을 활용해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규모화에 대한 2번째 배경은 자칫 잘못하면 규모화 자체는 성공하는데 사회적 가치가 크게 희석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요즘 소셜벤처 영역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진입 기업들의 사업 방식이나 아이디어의 유사성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소셜벤처 생태계 내에서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지원사업과 정책이 있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규 소셜벤처들의 숫자와 상호 유사도가 증가할수록 이 경향은 더 뚜렷하게 관찰될 것입니다. 다만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성을 초기부터 명확하게 고민하거나, 시작시점부터 글로벌을 무대로 생각하고 설계되는 소셜벤처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실천적 사례가 크게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간 논의는 무수했지만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시도와 축적된 사례는 부족했는데, 이제는 정부의 추진의지와 글로벌 연계성을 고려한 실천적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IMP(impact management project)’와 같은 글로벌 표준화 방향성이 이런 국내 시도에 큰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이런 흐름이 앞서 언급한 규모화와 경쟁심화를 실제적인 사회혁신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합니다.
최근 소셜벤처 생태계의 활성화를 보고 혹자는 거품이라 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위기라고도 합니다.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일견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큰 확신은, 더 많은 사람들의 도전과 노력과 협력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쌓아간다면 분명히 그 기대를 충족할 만한 2020년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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