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열린 사회적가치연구원 개원식. 연구원의 이사장을 맡은 최태원 SK회장(앞줄 왼쪽 5번째)과 사회적가치연구원 구성원들./사진제공=SK

지난 30일, 한남동 한 건물에서 열린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이전 개원식에 참석했습니다. 연구원의 이사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긴 시간 진행되었습니다. 필자는 과거에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도구를 개발하고 다양한 소셜벤처들을 평가했던 경험이 있다보니 이 시간은 특히 큰 감동이었습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이 해당일에 발표하였듯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측정과 평가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임팩트스퀘어가 2010년 창업 직후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한국가스공사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사회적 가치 측정 일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만나는 사람마다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측정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필자가 답변을 해도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 기업은 물론 비영리, 소셜벤처 투자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다만 이 시점에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두 가지 당부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글로벌과 연결된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이 우리나라에서 느끼기에는 이제 막 시작되는 새로운 개념인 것 같지만, 이미 필자가 10여년 전에 시작했고, 그보다 훨씬 먼저 글로벌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실험되고 있었습니다.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1950년대에 처음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하니 상당히 오래되었죠. 또 포드재단, 락펠러재단, 빅소사이어티캐피털, GSG 같은 기관들이 큰 돈을 지원하고 임팩트 투자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해당 영역의 발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지표 라이브러리인 아이리스플러스, 사회적 가치 평가 및 보고를 위한 프레임워크와 가이드라인인 임팩트매니지먼트 프로젝트 등이 그 결과물들입니다. 

국내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역사도 짧고, 투자된 돈이나 네트워크도 아직 미미합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측정이야 말로 약속의 영역이자, 표준화가 진행되는 영역입니다. 마치 회계 기준처럼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발전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글로벌의 축적된 지식을 학습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단, 실제 지역적 적용에서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발휘해야 겠지요. 현재 국내의 사회적 가치 측정 흐름은 아쉽게도 글로벌의 그것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지금 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소통과 협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두번째로는 측정은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국내의 많은 측정과 평가가 정부에 의해서 시작되다 보니 측정의 본의와 상관없이 특정 집단의 자격을 구분하거나 줄을 세우기 위한 결론과 동치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본래 이런 측정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고 할 때 활용하는 정보의 생성 목적입니다. 즉 어떤 포인트에 투자하고 신경 써야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여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까라는 추구의 일환이라는 것이죠.

제가 많은 조직들의 사회적 가치 측정 프로젝트 요청을 받으면 꼭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렇게 측정을 하면 그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서 사업도 꽤 변경되고 조직 구조도 좀 바뀔 수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측정과 평가는 최소한 이 사회적 가치 부문에 있어서는 프로젝트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진지한 다짐에 가깝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가치연구원 자문위원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좀 늦게 시작은 하는 편이지만 결국 따라잡잖아요? 사회적 가치 영역도 그럴겁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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