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에 루트임팩트의 창립자이자 당시 대표였던 정경선 대표의 제안으로 임팩트스퀘어가 서울숲 소셜벤처 클러스터 초기 기획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규모와 속도를 계획에 포함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민간의 주도로 우리가 상상하는 집합지역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그 일을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여러 질문을 들었습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혹은 만들고 있는 장소가 많은데 그걸 왜 직접 하는지?” 혹은 “꼭 그렇게 인위적으로 모아 놓아야 하는지?” 등 대부분 그 도전의 의도와 필요성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몇몇 분들은 응원해주셨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여러 행운과 많은 분들의 도움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제는 서울숲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전국의 임팩트 추구 조직들의 연합체인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창립총회도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서울숲에 있는 소셜벤처들은 물론 전국의 비영리스타트업, 유관 생태계 조직 등이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저는 소셜벤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소셜벤처만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다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는 조직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조직들의 구체적인 연합체로서의 역할이 시작되는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시작은 루트임팩트의 허재형 대표,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한상엽 대표, 크레비스파트너스의 김재현 대표 그리고 제가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한달에 한두번씩 모이는 모임을 약 2년전부터 시작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위 생태계 조직이라고 불리고 각자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이 네 조직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무엇이라도 더 낫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종종 시간을 내어 커피 한잔을 나누던 일이 이렇게 발전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소셜벤처 클러스터는 정경선 대표가 주축이 되어 운영하던 소셜벤처 대표들의 친목 모임(2013년경)에서 나온 “우리 이런 시간이 너무 좋은데, 근처에 모여서 있을까?”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잘 살펴보면 많은 사건과 협업은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설계해서도 나오지만, 비계획적이고 그저 우연처럼 다가오는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심지어 매일매일 신속하게 움직이고 사회와 시장에 반응하는 소셜벤처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2015년 빠른 성장을 하던 '마리몬드'가 물류와 관련된 곤란함을 겪던 차에 노숙인을 고용해 자립을 꾀하던 '두손컴퍼니'에 물류를 맡기고 여기에 신속하게 투자금이 들어간 경우도 그렇습니다. 가까이 지내서 서로의 고민을 잘 알고 신뢰를 기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일은 더 쉽게 일어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단독으로 해결하기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조직이 커지고 역할이 중요해질수록 우리는 협력을 반드시 전제해야 합니다. 물론 한 곳에 물리적으로 몰려있는 것이 다는 아닙니다만, 그렇게 시작하는 방법은 꽤 검증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의 주도성이 강력한 때일수록 곳곳에서 모이고 흩어지는 민간의 움직임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집니다. 큰 물길이 흐르는 길에 중요한 힘이 있다는 사실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 대세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해초, 작은 돌들에 부딪히며 생기는 물거품이 되겠지요. 이제 이 생태계의 외연이 커진 만큼 그 속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가 더 힘써 모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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