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개최한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로 ‘지역’을 조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릉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는 이들을 통해 지역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지역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속으로 조명해 본다.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는 지역재생의 패터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사진=이로운넷

“과거에는 한 아이의 엄마가 식사 준비를 했다고 자기 아이에게만 밥을 주지 않았어요. 오늘은 우리집에서 먹고, 내일은 또 다른 친구집에서 먹곤 했죠.”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가 설명하는 로컬리티(Locality)는 어린시절 기억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웃과의 관계다. 이제는 희미해진 개념이지만, 지역재생을 위해서는 로컬리티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게 임 대표의 주장이다. 로컬리티는 취약계층에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 

임 대표는 인터뷰 내내 ‘진정한 의미의 지역재생’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도시재생사업 바로잡기 활동에도 나섰다. 얼마 전 출범한 '지역발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지역재생활동연대' 설립준비위원장으로 참여하며 도시재생사업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임 대표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Q. 협동조합 이장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협동조합 이장(이하 이장)은 조합원 10명이 모여 지난해 설립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준비위원회 20명, 실무자 4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장은 현재 시민자산화를 통한 부동산 문제 해소를 고민한다. 청년이 저렴하게 공간을 임대하거나 건물 일부 소유권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건물을 임대할 때 보증금에 일부 금액을 더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일부 소유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일하던 곳에서 일을 그만두고 나가더라도 돌려받은 임대료로 또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240평 규모의 대지에 게스트하우스, 원룸, 약 8평 정도의 소형 독립주거공간을 복합화하고, 농업과 연관된 작업공간을 마련하는 경과적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경과적 주거지도 준비 중이다. 집을 임대해 들어오면 계약기간 월세를 내야 하는데, 지역에 온 청년들은 끝까지 여기산다는 보장이 없어 쉽게 빠져나갈 주거지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조합을 만들어 출자하고, 펀딩을 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다. 현재 땅은 매입했고, 건축 설계 중이다.

이장은 현재 마련중인 토지의 3%만을 소유할 예정이다. 단, 총회 정관에 부동산 처분과 관련해서는 만장일치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항을 삽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이장)의 동의 없이 토지용도가 바뀔수 없다. 이런 장치를 통해 토지가 후세대까지 지역 자원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농촌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농촌형 사업이다. 현재 사업이 마무리 되면 도시 주거지·상업지에서 도시형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Q. 이장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가 있나.

▶ 현재 거주하는 전라북도 완주군에는 청년이 많다. 모든 지역이 그런건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농촌을 찾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청년들은 지역에서 농사부터 지역을 위한 다양한 도전을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 즉 공간이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려 해도 토지가가 비싸서 거기에 돈을 투자하고 나면 빚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농사 수입만으로는 그 빚을 갚을 수 없다. 창업도 비슷하다. 비용을 투자해서 잘 운영해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쫒겨나는 경우도 있다. 청년들이 어려운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협동조합 이장은 완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Q. 다른 지역에 비해 완주에 청년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 대도시에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있어도 평생 일할 수 없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와 '하고싶은 일을 해 보자'는 흐름이 있다. 특히 완주에 청년들이 많은 이유는 기존에 청년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완주는 기존에 청년들이 일부 거주하던 지역 중 하나다.

청년들을 위한 공간, 일자리가 타 지역에 비해서 많은 것도 한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는 '내가 직장처럼 꾸준히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다. 지역 카페에서 일하기도 하고, 농작물 수확 시기에는 농사일도 한다.

한달에 수백만원씩 벌지 않아도 살수 있는 청년들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 이것을 우리는 로컬리티라고 보는 것이다.

임 대표는 지역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고민한다.

Q. 최근에는 지역재생활동연대 설립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어떤 모임인가.

▶ 지역재생활동연대는 준비위원회 20명, 실무자 4명이 함께한다.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100명의 사람들이 지역재생활동연대 지향성에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목표는 사회 변화에 따라 지역재생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동안의 지역재생은 주로 토지를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쓰지 않는 땅에 공장이나 집, 관광단지를 만드는 식이다. 물론 과거에는 이게 통했다. 재생된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인구가 늘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 지역재생을 한다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다. A지역에 있던 걸 B지역으로 가져오면 A지역에 있던 건 사라지는 것 뿐이다.

지역재생(발전)의 목표가 인구 성장으로 귀결돼서는 안된다. 적정한 인구 규모를 유지하고, 건강한 인구 구조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많은 농촌에서 청년이 사라진다. 모든 지역이 적정 인구를 뒷받침 하는 방식의 인구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Q. 지금 도시재생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통목표는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활성화다. 하지만 전국의 도시재생 뉴딜지역을 모두 활성화되려면 도시 인구와 경제 규모가 늘어야 한다.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존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자본주의적으로 어떻게 살리는지에만 집중한다는 거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예산만 낭비될 뿐이다.

Q. 지금에 와서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능할까.

▶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대안이 없다. 신도시를 만들면 당연히 상권은 그쪽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도, 신도시가 형성되는 지역에서 3~4km 떨어진 곳에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 토지건설 사업에 준해서만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많은 지자체들이 옛날 방식의 부동산 중심 지역개발을 이야기한다. 그러니 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시작했다.

도시재생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을 디자인해야 한다. 지역에서 작은 일을 시도하며 성과를 확장시켜야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역사회 역량을 높이고, 규모가 작은 사업을 진행해보다가 점차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작은 사업을 연결하다보면 시행되는 사업이 삭제, 연결, 융합 과정을 거치며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지금은 도시재생을 하기 위해 대규모 물량을 먼저 투입하는 식이다. 그 순서가 사람에 맞게 사업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Q. 지역재생활동연대 활동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 정부 정책을 견인하는 것이다. 지역재생 활동 전문가, 활동가, 지역주민 중 리더들이 모여 정부가 하는 일이 제대로 된 돕고자 한다.

현재 지자체가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지역재생 입장에서 지역화폐는 근본적인 지역화폐가 아니라 상품권이다. 지역화폐가 제대로 잡리잡으려면 지역사회 커뮤니티 복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이 지역에서 제대로 자리잡게 하는 일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것의 정의와 확산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 단기적으로는 시민자산화 부동산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지역재생활동연대가 공식 창립했으니 제대로 자리잡길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의 지역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곳에서 경험을 나눴으면 한다. 사실 해외 지역개발도 모두 부동산 개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최근 들어서 지속가능한 개발 쪽으로 가는 추세다. 그런 곳에서 지역개발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 또 청년학교를 만들 때 지역재생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에 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소박한 계획으로는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거다.(웃음)

이장은 지자체가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고민한다.

사진제공=협동조합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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