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생태계에서 청년들의 협동조합 활동은 주목받는다. 하지만, 정작 청년협동조합 내에서는 운영하는 과정에서 봉착하는 어려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불만도 나온다. 청년협동조합의 설립 취지나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운영상의 고충이나 어려움에도 주목한다면 더 많은 청년협동조합이 존속하는 데 힘이 될 게 당연. 지난 8월 16일 은평 새싹공간에서 열린 청년협동조합연합회(회장 이두영 협동조합가치연구소 대표, 이하 청동회) 네트워크 모임은 이런 목소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청동회는 청년협동조합의 금전상·실무상·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2017년 4월 설립했다. 이날 모임에는 조합사인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쿠피협동조합·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헤이르협동조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살림을 비롯해 청년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참석했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 회원사인 쿠피협동조합의 권영기 수석파트너가 발표하고 있다

“청년협동조합 간 협업이 필요합니다”

이 날 발표를 맡은 권영기 쿠퍼협동조합 수석파트너는 “청년협동조합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해서 자본조달이나 경영지원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창업 단계에서 지원은 있지만 실무 과정에서 교육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협동조합 다수가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년협동조합이 중장년층이 주축이 되는 협동조합과 구별되는 지점이 분명 있지만, 기존 연합회나 협의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청년협동조합만이 갖고 있는 청년 의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성진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 이사는 협동조합에서 청년층의 (상대적)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얘기했다.

박 이사는 “현재 협동조합 대다수는 청년이 아닌 기성세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주를 이루는 분들도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인데, 청년들까지 교육할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도 협동조합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의지도 적은 듯하다”며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경험하거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의 목표 PPT

 

청년협동조합연합회에 가입되어있는 7개의 회원조합사

▶청년협동조합연합회는

현재 7개 청년협동조합이 회원사로 참여중이다. 한국의 협동조합운동 또는 기존의 연합회나 협의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협동조합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청년이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는 5가지 주요 목표를 세웠다. 1)청년이 중심이 되는 협동조합 발굴 및 지원 2)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 제공 3)협업을 위한 채널 및 플랫폼 제공 4)청년협동조합간 네트워크와 지지기반 형성 5)청년협동조합 리더들의 역량증진 및 협업 촉진 등이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는 이미 운영중인 청년협동조합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는 창업비즈니스모델이나 청년협동조합전략모델을 육성해서 협동조합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컨설팅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한다. 먼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제안해서 똑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PPT

권 수석파트너는 ICA(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 발표한 협동조합의 7원칙 중 6원칙인 ‘협동조합 간 협동’을 상기했다.

“협동조합이 스스로 생존해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협동조합간 협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는 “협동조합 간 서비스와 상품 구매·조합원과 직원들 대상 교육·육성이나 재정 지원에 대한 요구를 함께하면 더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청년협동조합뿐 아니라 중간지원조직이나 인지도가 높은 협동조합에 일하는 청년들도 조직에서 ‘청년’으로서 갖고 있는 고민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문제의식과 고충도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ICA에서 강조합 협동조합간 협동 PPT

“하소연부터 실무적 고민까지 공유합시다”

올해 6월 설립된 한국웹툰협동조합(대표 권재욱 이하 웹툰협동조합)은 메이저 플랫폼에 소속되지 못한 인디 작가들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컨설팅하거나 선후원·후연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했다. 웹툰협동조합은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으로 독자들도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청년협동조합 연합회 행사에는 첫 참석이다.

권재욱 웹툰협동조합 대표는 “사업 자체도 어려운데, 사회적경제도 어려운 것 같다”며 현재 운영 상황을 공유했다. 이에 다른 참석자들은 “웹툰 업계의 플랫폼 독점구조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발표가 끝난 이후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진로나 코딩과 관련해서 강의하고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헤이르협동조합(대표 최현성)은 청소년뿐 아니라 청년들이 모여서 네트워크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목표다. 최현성 대표는 “청년들과 친숙해지기 위해 모임에 참여했다”며 네트워킹 행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은 2012년 설립된 디자인 인쇄 협동조합이다. 조합이 ‘올드’해지고 있다는 고민을 안고 참여했다는 박 이사는 “조합을 보다 젊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날 모임에서 공유된 ‘고충’은 실무적인 내용이 많다. 조합원 모집부터 사업 진행 그리고 회계·장부 처리와 같은 서류작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권 수석파트너는 “규모가 작은 협동조합일지라도 해야 할 서류작업이 굉장히 많다”며 회계·장부를 처리할 수 있는 공동플랫폼이나 채널 설립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돈 버는 거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비즈니스를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아 이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네트워킹 중에 이사들이 ‘협동조합’이라는 단어의 모호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임에 처음 참석한 한 대학생은 “협동조합 하면, 노동조합만 떠오르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협동조합이 있어서 흥미로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권 수석파트너는 “영어단어로는 노동조합(Union)과 협동조합(Cooperative)이 명확히 구분되지만 한국에서는 ‘조합’을 공통으로 쓰기 때문에 오해가 종종 생기는 것 같다”고 응대했다.

협동조합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는 심적 토로도 나왔다. 최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 안 한다, 그냥 회사다, 일반 회사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혀 공감을 얻었다.

이날 모임은 구체적인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의 설립 목적과 근황을 소개하고 참석자 간 인사를 나누는 가벼운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여러 청년 협동조합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협동조합 초기에 겪는 실무적 어려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만으로도 모임의미는 충분했다는 평가다.

협동조합가치연구소(대표 이두영)는 이번 모임을 주최했다. 연구소는 협동조합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청년들을 교육하는 일을 주로 한다. 이 회장은 “청년협동조합 운영과정에서 겪게 되는 험난한 과정과 여정을 청동회를 통해 함께 공유할 것 ”이라 포부를 얘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를 통해 청년협동조합 현주소를 들었다.
 

<인터뷰> “청년창업 정책? 청년협동조합 육성 위한 구체 정책 필요”

이두영 청년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청년 참여 확대할 협업 고민”

Q. 연합회 출범 3년이 돼간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A. 우선 청년협동조합을 찾기 쉽지 않다. 업종 연합회도 아니고, 청년을 위한 사업을 하는 곳이나 청년들로 이루어진 청년협동조합이 많지 않아서다. 두 번째는 구체적인 일이다. 네트워크나 협업은 단순히 무언가 함께 해보자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연합회에서 여러 협동조합과 함께 할 만 한 일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히 모이는 게 아니라 돈을 벌거나 협동조합에 이익을 주는 일이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Q. 청년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청년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있지만, 청년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한 직접 지원 정책은 많지 않다. 청년 창업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처럼, 건강한 협동조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청년 협동조합 육성 또한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하는 육성 지원 정책과 이들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Q. 협동조합가치연구소에서는 어떤 교육과 컨설팅을 하나.

A. 청년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과 관련된 제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이 있지만,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가 어렵거나 청년들에게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의 소재나 구성을 청년들이 조금 더 재미있어하거나 관심 있어 할 만 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컨설팅 또한 협동조합 설립이나 비즈니스 모델 정립 등 필요한 컨설팅을 교육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Q. 청년협동조합 스터디는 기존 교육이나 컨설팅과 어떻게 다른가.

A. 장기적 고민을 하고 있는 스터디다. 단순히 특정인이나 치유소 혹은 청동회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반 내용들, 예를 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영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는 전제하에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협동조합을 전혀 몰라도, 협동조합 자체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누구든 올 수 있고, 생각했던 것과 방향이 다르다면 또 언제든 나가도 무방하게끔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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