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문제 해법 찾자"...재점화 되는 택시협동조합
“택시업계 문제 해법 찾자"...재점화 되는 택시협동조합
  • 이로운넷=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9.1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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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쿱연합회, 불공정 시장 개선·플랫폼산업 대비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추진
서울시와 협력해 택시기사네트워크 참여자 모집 나서
“이사장과 경영책임자 분리·추천투표제 도입 등으로 기존 모델 한계 극복”

"택시 운전사들이 한달 내내 쉬지 않고 밤낮없이 일해도, 평균적으로 돌아오는 월 급여는 130만 원이 안돼요. 며칠만 빠져도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구조죠. 소득이 낮으니 마음도 같이 황폐해져요."

10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이호연 씨는 택시업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사업주와 택시운전사 간에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다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업계의 이 같은 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지는 형국이다. 택시운전자들이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가지면서 운전사들 스스로가 사업 주체가 되는 택시협동조합 논의가 재점화 되는 이유다.

지난 5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진행된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명회.
지난 5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진행된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명회.

워커쿱연합회 “택시업계 불균형 문제 협동조합에서 해법 찾자”

​​지난 5일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이하 워커쿱연합회)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명회를 개최하고 서울 지역에 맞는 택시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택시업종은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기에 적합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미 여러나라에서 활성화돼 있으며, 국내에도 30여 개의 택시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성공 사례를 꼽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앞으로 확장가능성은 크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적합한 분야 중 하나가 택시업계”라며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누가 가지느냐가 중요한데, 그걸 택시운전사들 스스로가 가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는 게 협동조합”이라고 말했다.

​워커쿱연합회는 올해부터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인수·전환·설립을 지원하는 ‘BTS지원단’을 운영하며, 그중 하나로 택시협동조합 설립 및 인수전환 등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립 지원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함께한다. BTS지원단은 산업변화 속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를 보호하면서도, 모범적인 사업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강태 워커쿱연합회 대표는 “급변하는 택시산업 속에서 적극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며 "산업 구조가 변하는 지금, 협동조합을 많이 만들어 협력하고 규모화시켜 경쟁력을 길러가야 한다"고 말했다.

10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이호연 씨는 설명회에 참석해 기존 택시업계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 씨는 올해 초 강동구에서 택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10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이호연 씨는 설명회에 참석해 기존 택시업계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 씨는 올해 초 강동구에서 택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워커쿱연합회가 추진하는 서울형 택시협동조합은 기존 택시사업과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워커쿱연합회는 ‘일하는 사람인 택시운전사들의 자율과 자치로 운영되는 모델’임을 가장 큰 차별성으로 꼽는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며 새롭게 등장한 신종 서비스는 일자리를 비정규화하거나 임시직화하는 경향이 짙다. 장기적으로 사람들과 사회에 이익이 될지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 협동조합 방식의 시도가 많아지면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을 접목해 일하는 사람은 물론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워커쿱연합회측의 설명이다.

또한 이번에 준비하는 서울형 택시협동조합을 기존 택시협동조합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모델로 만들겠다는 게 워커쿱연합회의 고민이자 각오다. 앞서 서울에서 만들어져 운영되던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최근 내홍을 겪으면서 택시업계에서도 협동조합 방식의 운영에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임헌조 BTS지원단 공동단장은 “기존 택시협동조합이 안고 있던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여러 부분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사장과 경영책임자 분리 △추천투표제 도입 △이사회 비율제 등이다. 또한 자금 조달에 있어서는 사회적금융을 통해 일부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설립된 ​한국택시협동조합 조합원인 김윤정 이사는 이날 설명회에 참석해 “먼저 만들어진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재정 위기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에 추진하는 서울형 택시협동조합이 기존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더 좋은 모델로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쿱차이즈연합회는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자금 조달 부분은 사회적금융의 지원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는 쿱차이즈연합회가 밝힌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인수자금 흐름. /이미지제공=쿱차이즈연합회
워커쿱연합회는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자금 조달 부분은 사회적금융의 지원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는 워커쿱연합회가 밝힌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인수자금 흐름. /이미지제공=워커쿱연합회

<워커쿱연합회가 제안하는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5가지 특성>

​1. 협동조합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협동조합에 이해가 높은 워커쿱연합회가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한다.

​2. 자본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금융을 연결할 계획이다. 기존 조합을 인수할 때 조합원, 신협,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등을 통해 출자금을 마련하고, 인수자금은 기존의 인내자본(BTS펀드·한국사회혁신금융·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제1금융권으로부터 지원받는다.

​3. 협동조합 운영이 갖는 장단점을 교육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 참여하는 이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준비하며 창립할 수 있는 절차를 밟는다.

​4. 이사장의 과도한 권한을 경계한다. 민주적 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장과 전문경영인을 분리해 권한을 분산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운영 방식을 도입한다. 이사장 입후보제도를 추천투표제로 바꿔 공감받는 리더십을 세우도록 한다.

​5. 배당과 수익배분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한다.

워커쿱연합회는 협동조합을 설립 시 관심있는 이들이 대중적으로 참여가능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택시기사네트워크를 우선 만든다는 계획이다. 택시기사네트워크는 협동조합을 희망하는 택시기사들과 은퇴자들이 서울형 택시협동조합을 함께 만드는 준비모임이다.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좋은 택시협동조합 모델을 논의하는 교육연수를 진행하며, 서울형 협동조합을 공동 설립해나가도록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워커쿱연합회에서는 이날 설명회를 시작으로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택시기사 조직화에 본격 착수했다. 택시기사네트워크를 조성하고 네트워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립 운영 방안 등 집중교육을 진행한 후 연내 1개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목표다. 네트워크 산하에는 인수추진단을 설립해 택시사업권 인수를 추진하고, 인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조달 등은 사회적금융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서울지역 동서남북에 4개 모델을 만들고, 서울형 택시협동조합그룹을 창립해 택시산업을 혁신하고 플랫폼 사업에 대응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쿱차이즈연합회는 연내 1개 모델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워커쿱연합회는 연내 1개 모델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박 대표는 “앞서 만들어진 택시협동조합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다음 모델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며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 이런 우려와 오해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박강태 워커쿱연합회 회장

박강태 워커쿱연합회 회장
박강태 워커쿱연합회 회장

- 서울형 택시협동조합이 왜 필요한가.

택시산업은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모델이 필요하다. 서울도 지역 특성에 맞는 서울형 택시모델이 필요하다. 최근 공유경제를 표방하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돈은 플랫폼 사업자가 벌고 일하는 노동자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지면서 기존 사업체들은 망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을 막는 건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대응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체와 노동자들이 택시사업체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 플랫폼에 대응하며 능동적 선택을 하는 게 필요한 때다.

​기존 택시사업 구조에서 법인을 협동조합으로 전환시키는 건 의미가 있다. 지금은 산업구조의 변화가 있으니 오히려 협동조합을 많이 만들어 그들 간의 협동으로 규모화시켜 서비스 경쟁 등 경쟁력을 길러가야 한다. 예전에는 단위사업 중심의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산업 차원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플랫폼 기술 접목하거나 대등하게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본다.

​- 서울에 택시협동조합이 있는데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택시협동조합 모델을 다시 만들겠다는게 부담스럽지 않나.

그래서 더 필요하다. 그 다음 모델이 나오고 못하고 있지 않나. 누군가는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 이런 우려와 오해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 협동조합 설립 전에 택시기사네트워크를 먼저 만들어 충분한 교육과 논의를 거친 후 설립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조건만 갖춰지고, 임금 상승 등 협동조합이 가진 장점만 부각해서 급하게 설립·운영하면, 당장은 그게 빠른 것 같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늦어지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기능적으로만 보는 시각, 매력 있게만 보이려 하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사회변화 기제로서 역할도 하기 어렵다.

​​- 서울형 택시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변화는.

당장에는 기존의 고용 불안정과 비정규화에 맞서 조합원들의 소득 개선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택시운전사들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 자기의사결정권을 가지고 협동조합 간 협동 체제로 노동자, 이용자, 사회가 모두 만족하는 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사진. 박재하(이로운넷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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