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지역활성화-관리대책 간 균형 찾아야”
“도시재생, 지역활성화-관리대책 간 균형 찾아야”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3.07 0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박학용 서울시도시재생지원센터 주택사업단장(전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장)

“시간을 충분히 주면 주민들이 성장하는 게 보인다. 주민들이 같이 경험하고 좌절도 해야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더 자기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도시재생에서 주민 참여가 가진 힘을 박학용 전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성북구에서 10여년 간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풀뿌리 등을 융합하며 지역공동체를 고민해왔다. 재개발의 그늘에서 방치돼 오랜 세월 노후화된 주거지로 인식되어 온 장수마을에서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운영하는 등 마을만들기를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민간 센터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며 사회적경제, 지역주민과의 협력하는 도시재생 모델을 고민했다. 

박 단장은 최근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 발표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에 대해 지역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도시재생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도 더 촘촘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재생 과정에서의 관리 대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촘촘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활성화와 관리대책에 대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장위동 도시재생의 경험을 정책에 연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서울시도시재생지원센터 주택사업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단장을 지난 2월 25일 서울시청에서 만났다.  

박학용 서울시도시재생지원센터 주택사업단장./사진=권선영 기자

- 성북구에서 오랜 기간 지역활동을 했다.     

2010년부터 성북구 내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풀뿌리 등을 융합하는 민간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장수마을이라는 재개발구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아닌 대안을 만들고자 마을기업 동네목수 활동을 시작했고, 함께살이성북 협동조합 등에 함께했다. 이런 지역활동들이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으로 연결됐다. 
 
- 주민 주도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었던 ‘동네목수’ 활동을 시작으로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했는데.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어야 한다. 그게 도시재생의 본질이기도 하다. 2015년 공동체활성화사업에 동네목수(하도급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당시 도시재생 사업에서 지역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민들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센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민간 센터장을 맡게 됐다. 그게 2016년 9월이다. 

- 장위동은 어떤 지역이었나. 

서로 배척하고 몰아내기 보다는 거주하며 필요한 조건들을 채워가는 게 주거지의 본질이다. 또한 빌라, 아파트 등 물리적 공간이 다양해야 거주자도 다양해진다. 주거가 획일화돼 있으면 한 방향으로 가기 쉽고 밀려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그런 대상들이다. 그런 점에서 장위동은 장점이 많은 지역이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이도 있고, 오래된 집도 있고 신축도 있다. 다양한 주민들이 섞여 사는 분위기다.  

동네목수가 장수마을 내 빈집을 매입하여 주민이 집수리를 하는 기간 임시 거처로 활용가능한 순환임대주택 2호를 만드는 공사 장면./사진제공=박학용
동네목수가 장수마을 내 빈집을 매입하여 주민이 집수리를 하는 기간 임시 거처로 활용가능한 순환임대주택 2호를 만드는 공사 장면./사진제공=동네목수

- 장위동의 도시재생사업은 어떤 특징을 가졌나.  

2014년 말 서울시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되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이 지역의 도시재생은 ‘주거환경이 별로니 개선하자’ 보다는 ‘어떤 동네가 바람직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보통은 도시재생 지역들이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거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요구받기 마련이다. 장위동은 그런 특징 없이 우리가 사는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특별히 주목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그야말로 특징이 없는 게 장점인 주거지 재생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기조로 사업을 진행했다.  

-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도시재생은 영역이 정말 넓은데 장위동은 주거지 재생 영역이다. 거주하는 이들의 주거 안정, 삶의 질 개선이 도시재생의 목표다. 이 영역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도 문제지만 관광, 상업으로 기능이 넘어가며 외부인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게 더 문제였다.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지는 등 외부의 지나친 관심은 공동체 형성이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오히려 관심을 덜 받으려 노력한 것 같다.(웃음) 

그런데 이 부분이 딜레마였다. 도시재생의 본질인 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외부의 지나친 관심을 자제해야 하면서 동시에 도시재생 정책이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도록 좋은 모델로 홍보도 필요한 시기였기에 고민이 많았다. 

-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주민의 참여’가 강조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가.  

장위동의 경우 뉴타운의 후유증만 남았을 뿐 이웃 간의 교류, 소통의 경험이 거의 없던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변하고 성장하는 게 보였다. 경험하고 좌절하며 함께 만든 결과물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고, 자기 역할에 대한 고민도 더 적극적으로 했다. 장위동에 지금 남아서 활동을 하는 분들도 과거에 함께 부대끼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이들이 다수다. 

- 행정의 속도와 주민 간의 속도가 달라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장위동은 그 전에 주민공동체, 사회적경제 등에 주민들의 참여 경험이 없는 지역이었다. 더구나 도시는 주민이 계속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곳이지 않나. 하지만 행정은 그렇게 바라봐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성공만 요구하고 실패에 대해서는 싹을 자르려 한다. 주민들을 믿지 못한다. 지금도 그런 갈등은 도시재생사업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2017년 장위동에서 열린 차없는 골목 놀이터축제.
2017년 장위동에서 열린 차없는 골목 놀이터축제./사진제공=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

- 현장에서 활동하고 중간지원기관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며 행정에 한계를 많이 느낀 듯하다. 

한계라기 보다는 아쉬운 면이 있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이 활성화되면 살기가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사업과정에서의 관리,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촘촘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활성화를 더 앞세우다 보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다. 이제 ‘활성화’와 ‘관리 대책’에 대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사업 과정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책을 세워나갔으면 좋겠다. 주거지가 성격이 바뀌어 상업화되면 지역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는 이들에게 정말 이득일까? 아니다. 예를 들면 신축을 할 경우 세입자가 당장 갈 곳이 없어지는데,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때 지역적 가점을 준다든지 그런 디테일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장위동처럼 주거지 안정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외부로 확대해서 알리는 이벤트적인 부분을 자제해야 한다. 무리하게 지역 특성에도 맞지 않는 걸 벌이지 말아야 한다. 

- 도시재생에서 행정과 주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중간조직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전반적으로 진화해가고 있다고 본다. 2015년부터 도시재생 현장에 참여하며 엔지니어 영역에서 많은 문제제기를 서울시에 했다. 그래도 서울시는 많이 수용해줬다. 탑다운에서 버튼업, 지금은 그걸 넘어서 민관 거버넌스로 발전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도시재생이 주민들에게 기회를 주되 전문가, 행정의 역할이 명확해지는 시기라 본다.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와 같은 지역의 중간지원조직들도 진화해가고 있다. 초기에는 중간조직들이 현장 경험은 없고 전문 지식만 가진 상태였다. 현장이 정책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에도 그게 잘 안됐다. 행정의 심부름꾼, 현장에서는 도움 안 되는 존재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지금은 여러 노하우들이 쌓여가고 있다. 현장의 요구를 정책으로 바꾸고, 정책을 현장이 수용가능하게 바꿔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해가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이 관료화되지 않았으면 안전주의로만 갈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실패의 기회를 주는 등 현장의 변화를 지원·지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융합의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사회적경제 입장에서는 경계를 넘나들며 지역공동체의 실험실이자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다.

성북구에서도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2017년 9월 성북도시재생협동조합 창립했다. 행정에 기대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민간의 힘으로 준비하자는 고민에서 주민 주도로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지역의 사회적경제들이 주축이 됐다. 1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자활은 환경관리를, 나눔돌봄협동조합은 노인돌봄서비스, 두꺼비하우징은 사회주택 등 기업들이 자기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다. 주 사업은 공공임대주택 내 주차장 공유 운영관리 및 입주자 커뮤니티 지원, 초등돌봄 등 지역민 대상 사회서비스 제공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박 단장은 도시재생의 ‘활성화’와 동시에 ‘관리 대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권선영 기자

- 최근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센터 내 주택사업단에서 일하게 됐다. 센터 내 주택사업단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앵커시설 짓는 것으로 모든 사업이 끝났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시작됐다. 저층 주거지 유지관리부터 간단 수리, 성능 개선, 소규모 신축까지 지원하는 역할이다. 

서울시에서 장위동 사례를 많이 벤치마킹 했지만 생각보다 잘 확산이 되지 않았다. 현장의 마인드를 가지고 정책에 연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 다른 현장에 우리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