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자산화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위기를 기회로’ 자산화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2.21 0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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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들간 연대로 지역자산화 시도
사회적기업 공동 건물 매입, 착한건물주 프로젝트 전개

다수의 시민이 공동 소유의 자산을 마련해 사용·운영·관리할 권리를 확보하는 시민자산화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임대료 상승 등으로 공동체공간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들의 둥지 내몰림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이 2012년-2016년 서울시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된 공동체공간 74개소(마을기업 18개 포함)를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4개 공동체공간 중 97.2%가 소유가 아닌 ‘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공동체공간들의 24%가 자·타의에 의해 이사한 경험이 있었다. 타의 사유는 재건축, 임대료 상승, 건물주 이주 요청 등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체공간 운영자들 76.4%는 자구책 마련을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구체적인 실천을 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사회적경제기업들도 비슷한 처지다. 특히 카페 등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은 일찍이 둥지 내몰림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작은나무협동조합 최수진 전 이사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며 “서울에서 카페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수익창출도 하고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마을기업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얘기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적 이슈의 계기가 된 서울 마포구의 작은나무 카페

이러한 어려움에 사회적기업 도우누리 등이 참여하는 광진주민연대는 2017년 11월 지상 4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공유 공간 '나눔'을 열었다. 주변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임대료로 운영되며, 회원 단체들의 사무실, 생협, 병원 등이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도 몇 년 전 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연남동에 공동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나눔과미래는 사회적부동산 공유 프로젝트인 '리커머닝(부동산을 다시 공유재로)' 결과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부동산을 시민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며 공유재산으로 만드는 시민자산화 과정을 돕는 프로젝트로, 한국사회혁신금융, 동작신협, 오마이컴퍼니, 비플러스, 재단법인 동천 등 전문그룹들이 참가자 발굴부터 홍보, 컨설팅, 자원연계 등을 지원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 주식회사 빌드,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 울타리넘어, 함께주택협동조합 등이 도움을 받았다. 

변형석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올해 전국적으로 사회적경제영역의 건물 매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도시재생 정책을 통해 지역에서 200~300억대 건물을 매입하는 시도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둥지 내몰림을 겪은 몇몇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자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포 3개 협동조합, 해빗투게더협동조합 만들고 지역자산화 시도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마을카페를 기반으로 마을공동체사업을 벌였던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하 나무그늘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협동조합 2곳과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만들었다. 

3개 협동조합은 모두 마포구 소재의 기업들이다. 마포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임대료 상승세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다. 나무그늘협동조합은 2017년 초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5년 넘게 사용했던 공간을 떠나야 했다. 임시방편으로 인근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절실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던 지역의 36.6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과 그해 5월에 TF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자산화 준비에 돌입했다.

지역자산화를 위해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구성한 3개 조합 대표들. 왼쪽부터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정문식 대표,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박영민 대표,  36.5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정혜진 대표
지역자산화를 위해 해빗투게더협동조합에 참여하는 3개 조합 구성원들. 왼쪽부터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정문식 대표,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박영민 상무이사,  36.6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정혜진 의사./사진제공=해빗투게더협동조합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지역자산화의 모델은 영국의 ‘아이비하우스 펍(Ivy House Pub)’이다. 3개 조합원들이 2017년 9월 연수차 직접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아이비 하우스 펍’은 영국 최초로 주민 공동체 주식과 협동조합으로 직접 펍(Pub)을 인수하고, 지역 자산을 주민의 힘으로 되살려 지역공동체의 공유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3개 조합은 TF를 구성한 이래 1년6개월 간 매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향후 지배회사가 되어 지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주식회사 '더커먼즈'를 설립하고, 더 많은 지역의 투자자를 모아 더커먼즈를 통해 자산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산 공간은 공동 사무실, 코워킹스페이스, 복합 문화공간 등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마련해 자산의 운영·유지, 대출 상환, 공동체에 이익 분배가 가능하도록 설계 중이다. 

박영민 우리동네나무그늘 상무이사는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통해 최대한 자금을 모으겠지만 상당수 자금은 일반 시민들의 투자를 받아 충당할 계획이라 지역 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며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도 주식회사의 주주가 돼 지역이 공동 소유하는 새로운 지역자산화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5개 지역단체와 61명의 개인이 뜻을 함께해 5천여만원이 모인 상태다. 이후 크라우드펀딩과 기관투자 등으로 부족한 기금을 충당해 올해 내 건물 매입을 하는 게 목표다. 

박 상무이사는 “국내에서 시민자산화 논의가 본격화된 게 얼마 되지 않아 이를 뒷받침할 제도나 중간지원기관 등이 부재해 어려움이 많다”며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에 관련 조직들이 계속 연대하며 정책 제언 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다양한 자리를 통해 시민자산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9일 개최한 '공동체 공간포럼'. /사진제공=해빗투게더협동조합

터치포굿-자리 공동으로 건물 매입, 착한건물주 프로젝트 진행  

소셜벤처 1세대인 터치포굿과 (주)자리는 지난해 말 공동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서울 숭인동에 연면적 250평의 6층 건물이다. 터치포굿은 이곳에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인큐베이팅 공간 조성을 계획 중이다. 일부 공간은 청년 주거공간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주가 가능하도록 했다. 

터치포굿과 (주)자리가 공동으로 매입한 숭인동 건물./사진제공=자리

비용 부담이 컸지만 이들 기업이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공간에 대한 절박함이 자리한다.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10년을 한 공간에 있었는데 결국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했다”며 “업사이클 사업을 하다 보니 쓰레기 배출량, 물 사용량이 많아서 새로운 사무실을 얻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10년 간 청소년 자립을 위해 카페 운영을 해온 자리도 공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바다 자리 대표는 “7개 매장 운영하며 매월 4천만원 정도 월세를 냈는데 상가다보니 부담이 컸다”며 “월세 내는 것보다 이자 내는 게 훨씬 적다는 생각에 매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지난해부터 사회적기업가 7명과 함께 자산화에 대한 모임을 가지고 공동매입을 고민했다. 치솟는 임대료로 안정적인 활동이 어려운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업들의 필요조건들이 제각각이라 추진이 쉽지 않았다. 두 기업이 먼저 결심에 나섰고 행동으로 이어졌다. 매입 방식은 자체 예산 20%, 허그(주택도시보증공사) 대출로 80%를 충당했다. 
  
하지만 매입 과정이 녹록했던 건 아니다. 박 대표는 “건물 매입이 처음이다 보니 용어나 제도를 몰라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 건물매입으로 투기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박 대표는 “사회적기업들의 자산화는 고유한 사회적 목적의 집중과 확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기업은 앞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주변 사회적기업가들과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주변에 매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우리의 시행착오 과정을 공유해서 조금이나마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임대인-임차인 모두 상생 할 수 있는 착한건물주 육성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그 첫 시작으로 오는 23일에는 자산화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를 공개적으로 가진다. 신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슬럼화 등 사회문제를 자산화프랜차이즈화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산화와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건물주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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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2019-02-21 17:43:45
착한건물주...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