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공천과 경선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상대당의 공천에 대한 평가도 점점 날이 서는 모양새다.

공천 심사의 반환점을 돈 국민의힘이 26일 첫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최대 35% 감산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현역이 모두 승리해 현역 교체 폭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감동 없는 공천'이란 지적과 '개혁이 실종된 공천'이라고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공관위는 오직 총선 승리만을 고려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용산 대통령실 출신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공천을 거머줬다. 현역 의원의 경우 아직까지 단 한명도 탈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곳으로 밀려났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친명 핵심'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해 서영교, 김영진 의원 등 다수의 친명계 인사들을 단수공천 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 4명에 대해선 경선을 치르기로 해 공천 과정을 둘러싼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거대 양당은 상대를 향해 깎아내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시스템 사천'이라고 언급하자 국민의힘에선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며 맞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정당은 선거 초반부터 영입인재를 발표하며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 당의 전략을 일찌감치 시사 한바 있다. 

영입인재 1호의 의미는 여야 각 정당의 제22대 총선에 임하는 전략과 각 정당이 추진하는 미래 구상의 바로미터로 해석될 수 있어 이에 이로운넷은 주요 정당이 영입했던 1호 인물들의 현주소를 통해 당의 총선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2024.01.08./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2024.01.08./뉴시스

국민의힘 인재영입 1호는 교육전문가 정성국 전 교총 회장

국민의힘 영입 1호 인사는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이다. 그는 교총 역사상 두 번째 평교사 출신 회장이자 첫 초등교사 출신 회장으로, 그간 교권 강화와 교육 정책에서 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는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젊은 학부모들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첫 인재영입 인사인 정 회장이 부산 부산진구갑에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부산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

부산학부모총연합회는 정 전 회장의 출마를 두고 "부산은 이미 전국 최초 교육정책들을 펼치며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에 있다"며 "더 좋은 조건이면 언제든 내던질 수 있는 분이 부산 교육개혁을 운운하며 출마하는 것에는 학부모 입장에서 반대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재영입 당시 한국교총 회장 신년사를 통해 "교총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던 정성국 전 회장이 사흘 만에 회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국민의힘 행을 선택한 데 대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정 전 회장은 3년 회장 임기의 절반만 채운 채 그만둔 것이어서 교총 회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현재 교총 회장 직무대행은 여난실 부회장이 맡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20일 한국교총 첫 현직 초등교사 출신 회장으로 당선된 정 전 회장이 임기를 1년 6개월가량 남긴 채 중도에 그만두게 되면서 한국교총은 회장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한국교총 회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않은 공식 사례는 2004년 4월 1일 사임한 이군현 전 회장 이후 20년 만에 첫 사례다.

한국교총은 현재 급격한 회원수 감소가 두드러지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 공관위 공천심사 결과에 반발해 경선 파열음이 유독 거세지는 부산진갑의 정치 지형이 심상치 않다. 

경선 후유증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옆 지역구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자 중진들의 구심 역할론도 제기된다.

40여일 남은 총선에서 정 후보는 본선 티켓을 확보하고도 여전히 선거 사무실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어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지역민들 사이 커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차 인재영입식에서 박지혜 변호사에게 점퍼를 선물하고 있다. 2023.12.11./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차 인재영입식에서 박지혜 변호사에게 점퍼를 선물하고 있다. 2023.12.11./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 '기후·환경' 전문 박지혜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은 '영입인재 1호'로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인 박지혜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 이미지로 접근했다.

민주당 인재위원회 위원장인 이재명 대표는 "기후 문제는 이제 생존의 문제, 최고의 경제 문제, 우리의 미래 문제가 됐다"며 박 변호사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산업 체제도 기후변화에 맞춰 완전하게 바꿔가야 한다. 그중 핵심인 에너지 정책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어렵지만 그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혜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기후 위기 대응 기반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며 "화력발전을 빠르게 줄이고 탄소중립의 길로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장점 운영자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 큰 흥미를 느껴 경기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과학고 졸업 후에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 학사를 졸업했다. 조선 엔지니어가 되기에 좋은 학력이었지만, 이내 환경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스웨덴 유학길에 올랐고 룬드대학교 환경경영 및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SK텔레콤을 다니던 중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기업에 사회책임경영을 촉구하는 공익활동을 더 전문성 있게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박 변호사는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환경 문제에 책임을 다하려 했지만, 세상은 별로 변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결국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지혜 변호사의 경기 의정부갑 전략 공천이 검토하고 있다. 의정부갑은 오영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략 지역구가 된 곳이다.

박 변호사의 의정부갑 공천이 확정되면 국민의힘 공천을 확정한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과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가칭 '조국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열린 '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인재영입 발표식'에서 1호 영입인사인 신장식 변호사에게 꽃다발을 건내고 있다. 2024.02.25/뉴시스
가칭 '조국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열린 '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인재영입 발표식'에서 1호 영입인사인 신장식 변호사에게 꽃다발을 건내고 있다. 2024.02.25/뉴시스

조국신당 영입 1호는 신장식 변호사…윤석열 정권 심판 선명성 강조

뒤늦게 총천판에 뛰어들며 돌풍을 이어가고 잇는 (가칭)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 25일 창준위 출범식을 개최하고 인재영입 인사 1호로 신장식 변호사를 영입했다.

최근까지 MBC에서 시사 라디오 방송 '뉴스하이킥'을 진행하던 그는 계속되는 편향성 시비와 여권의 비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의 반복되는 제재 끝에 자진 하차했다. 

조국 인재영입위원장은 "진보적 가치와 비전을 확고히 갖춘 강소정당, 민주당보다 진보적이고 기동력 있게 그리고 단호하고 강하게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과 싸우는 정당, 그리고 민생과 복지가 보장되는 행복 국가를 추구하는 정당 그것이 바로 우리 당이 만들어진 이유이며 지향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선을 앞두고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이런 지향에 부합하는 인사를 모시기 위해 뛰고 있다"라며 그 첫 성과로 신장식 변호사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국신당은 신장식 변호사를 1호 인재로 영입하면서 이번 선거 구도를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선명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신 변호사는 일성으로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공동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영입 인재 입당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김준우 녹색정의당 공동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영입 인재 입당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녹색정의당 대기과학자 조천호, 개혁신당은 반도체전문가 이창한 영입1호로

녹색정의당은 당명 그대로 환경을 고려해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박사를 인재영입 1호로 발표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조천호 박사께서 녹색 행보의 원탑이 되어 더욱 정교한 논리, 정책으로 시민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전문가인 조 박사는 2015∼2018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냈다. 조 박사는 "기후위기로 인한 파멸이 우리 운명이 될 수 없다"면서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고, 바로 이것이 녹색정의당에서 제가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기후환경단체들을 비롯한 시민사회 진영은 "기후위기는 국가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며 "4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정당과 정파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 의지가 있는 정당, 정치인에게 투표하자"고 촉구하고 나서 눈에 띈다.

이들은 기후정보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한 민감도도 높으면서 실제 투표 의향도 있는 이른바 '기후유권자'가 3명 중 1명이나 된다는 결과에 고무돼 있다.

한편 이준석 대표가 이끌어가고 있는 개혁신당은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총선 1호 인재로 영입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양향자 의원은 "대한민국 반도체의 '살아있는 전설'인 이 전 부회장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전 부회장은 제18회 기술고등고시(기계분과)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

이 전 부회장은 특허청, 통일부,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국방부, 대통령 비서실,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현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자문위원, 한국생성AI협회 이사 등을 역임 중인 이 전 부회장은 "대한민국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발목을 잡는 다툼을 불식하고 힘을 합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소명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입당 소감을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신당 '새로운미래'는 총선을 위한 '영입 인재 1호'로 국가대표 선수, 스타트업 대표 등 청년 4명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낙연 인재영입위원장은 장승환 부산대 연구교수, 최재영 한국영상대 외래교수, 조규민 오섬라이브 대표, 신재용 삼보 국가대표 선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는 취업과 창업 분야 전문가인 장승환 교수가 청년 일자리 정책을 구현해낼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2018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신재용 씨에 대해서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딴 러시아 무술 '삼보' 국가대표로 스포츠 분야 정치 리더로 성장할 것을 기대했다.

최재영 교수는 공연문화예술 전문가이며, 조규민 대표는 투자회사와 발명기업을 운영하는 창의적인 청년사업가라고 소개했다.

국민힘과 민주당 등 거대 야당을 제외하고 군소 정당들의 영입인재 1호를 종합해보면 조국신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녹색정의당은 '기후환경' 문제를 개혁신당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의 공천에 따라 전국 각 지역에서의 대결구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실종된 선거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각 당이 내놓을 선거 공약에도 주목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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