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자료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자료사진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설전이 화제다. 이번 22대 총선 구도에서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 중인 이른바 '조국 현상'이 또 다른 관심사로 등장한 셈이다.

두 사람의 악연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장관에 올랐던 조국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가 지휘하던 특수부 검찰에 의해 낙마하고 만다.

당시 조국 장관은 한동훈발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에 단순 낙마가 아닌 멸문지화를 당하는 뼈저린 고통을 겪고 말았다. 그랬던 그가 정당 대표로 정치 무대에 데뷔하면서 연일 한 위원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며 오는 4·10 총선에서 돌풍을 몰고 올 모양새다.

이른바 '한동훈-조국 대전'은 이틀 전 조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후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지난 5일, 오는 제22대 총선거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에 힘을 합치자고 공개적으로 언명했다.

최근 조국혁신당이 각종 비례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나타내며 존재감을 드러내자 민주진보진영 파이를 키운다는 판단에 두 대표가 양 당이 연대와 협력, 동지적 관계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자 한동훈 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날리면서 두 대표간의 만남을 깎아내렸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와 조 대표가 총선 연대의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국민에게 대단히 해로운 결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조국 신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었냐"면서 "어차피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 아니냐"라면서 이 같이 해로운 결합이라고 특유의 스타카토 화법으로 직격했다.

나아가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합리적인 사람은 다 내쫓고 그 자리에 위헌종북 정당인 통진당 후예와 조국 같은 사람으로 채울 것이라는 걸 이미 말씀드렸다"면서 "이제는 속내를 다 들킨 바에 그냥 막장으로 가자, 그런 생각인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러자 조국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연대조합이 해로운 조합이라 얘기 했는데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묻는 한 종편방송 기자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윤석열 한동훈 조합만큼 더 해로운 조합이 어디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조 대표는 또 한 위원장 예방 의사를 밝히며 "장관 시절 따님 11개 입시 비리가 모두 무혐의 처분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당 대표들과도 예방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하다"며 "실무진에서 방문 계획을 아마 전달했을 것 같은데 답을 받았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조 대표는 "한동훈 위원장 관련해서 많은 언론에서 좀 덜 부각되고 있는데, 한 위원장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심한 듯 한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그는 "(한 위원장과) 만나게 된다면 바로 얼굴을 마주보고 '(채널A 사건 관련) 왜 전화번호 관련해서 공개를 안 하시냐, 60장 사진이 뭐냐.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공수처에서는 손주성 한동훈 두 분이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뭐냐'라고 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장관 시절에 따님 같은 경우도 11개 입시 비리 이런 예가 있었는데, 모두 무혐의 처분됐지 않았느냐"며 "이거에서 의견도 제가 물을 생각"이라고 되받았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한동훈 위원장이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촌평을 내놓는다. 한 위원장은 특히 자당 보다는 민주당 등 다른 당의 공천과 관련해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하다보니 '평론가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한편 앞서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법무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 불거진 한 위원장 딸의 스펙 의혹과 관련 2022년 5월 한 위원장 부부와 딸을 함께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해당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2020년 한 위원장 딸이 허위 봉사활동자료를 제출하고 지방자치단체 포상을 받는 등 지자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자녀 입시 비리 문제를 둘러싼 두 사람의 공방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2년 전 4월, 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로서 쓰라린 심경을 전한바 있다. "부산대와 고려대가 각각 제 딸의 입학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다.

그는 "아비로서,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고 채칼로 살갗을 벗겨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면서 "제 배우자 재판 결과에 승복한 것처럼, 제 딸 재판 결과에도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과도한 권익침해가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 달라고 읍소를 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아비로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이제 만족하시냐?' 묻고 싶다. '윤석열 검찰'은 사모펀드 건으로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잡아넣지 못했지만, 자식의 인턴·체험활동을 문제 삼아 끌어내렸고, 그 배우자를 잡아넣은 결과 자식의 입학은 취소되었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조국 대표가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 당시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건 바로 조국 가족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검증해달라는 것이었다.

예컨대 '여론의 집중기획 취재와 신속하고 광범한 검찰 특수부의 압수수색을 통해 후보자 자식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인턴/체험활동 기록과 발급된 상장 및 증명서 등을 샅샅이 점검하고, 활동 시간이 한 치의 차이도 없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증명서에 대한 평가와 활동이 빈틈없이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조 대표의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법무부 장관에 올랐던 한동훈 검사는 장관에 이어 집권 여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에 오른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국면에서 한 위원장과 조 대표의 설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 초반 야당의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한 위원장의 등판으로 '한동훈 vs. 이재명'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조국의 등장으로 '한동훈 vs. 조국'의 대결 구도가 새로운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었다는 얘기도 된다.

최근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일대일 토론을 집요할 정도로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격이 안 맞으니 윤대통령이 응대하라고 일축했다. 이 것 역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 된 셈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