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2024.02.15./자료사진=뉴시스
 눈이 내리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2024.02.15./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모두 47석이 배분되는 비례의원을 두고 정치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강 구도가 고착화돼가는 한국 정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도 대변할 수 있는 소수 정당도 원내에 진입시키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은 이른바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사실상 소수 정당에 할애된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번 22대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정당은 이번에도 국민의힘이다. 병립형과 연동형 두가지 선택지에서 고심하던 민주당도 결국은 준위성정당이라는 카드로 맞서는 모양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비례정당이 5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로운넷은 주요 비례정당의 현재 상황을 톺아본다.

가칭 '조국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창당보고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02.18./자료사진=뉴시스
가칭 '조국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창당보고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02.18./자료사진=뉴시스

하루만에 3만여명 입당신청 (가칭)'조국신당'의 돌풍…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로 뛰어 올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가칭)조국신당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조국신당창당준비위원회는 임시 홈페이지(조국신당.kr)를 오픈해 입당 신청을 받기 시작한지 만 하루만에 2만여명이 입당 신청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조국 인재영입위원장이 13일 부산에서 창당을 선언한지 일주일만이다. 조국신당(가칭)은 3월 초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는 창당 선언 20일 만에 창당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창준위 관계자는 "임시 홈페이지 개통 이전에 이메일과 팩스 등으로 사전 신청을 받은 것까지 합치면 3만 여 명에 이른다"며 "우리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힘든 초스피드 창당"이라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조국신당 열풍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투표 선호도에서 국민의힘 주도 '국민의미래'가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달리는 한편 최근 발기인 대회를 마친 (가칭)'조국신당'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나타낸 조사 결과가 21일 나왔다.

/자료출처=스트레이트뉴스
/자료출처=스트레이트뉴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2005명을 대상으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 물었더니 '국민의미래' 39.3%,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연합' 30.0%, '조국신당' 10.8%, 개혁신당 9.0%, 녹색정의당 2.9%, 기타 정당 3.1%, 없음·잘모름 4.9%로 집계됐다.

/자료출처=데일리안
/자료출처=데일리안

또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남녀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국민의미래 39.7%,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비례연합정당이 26.8%를 기록했다. 이어 조국신당 13.0%, 개혁신당 6.5%로 뒤를 이었다.

앞서 지난 19일 여론조사 꽃도 지난 16~17일 이틀동안 전국 만 18세 남녀 총 2,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CATI 방식(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국신당의 지지율은 10,0%로 이준석 대표가 주도하고 이낙연 공동대표가 참여하는 개혁신당의 지지율(5.5%)에 비해 2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국민의미래는 28.3%,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비례연합정당은 24.7%로 집계돼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준위성정당에 이어 3위를 기록한 셈이다.(위에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조국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는 작가 조정래씨와 영화배우 문성근씨를 공동 후원회장으로 위촉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조국(祖國)의 굽이치는 근·현대사를 유려한 문체의 장편소설로 엮은 문단의 원로 작가인 조정래씨와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열은 문화예술인이자 조국(祖國)이 어려울 때마다 불의에 맞서 행동하는 삶을 살아온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새롭게 창당하는 조국신당(가칭)의 공동 후원회장을 맡아 힘을 보태는 셈이다.

공동 후원회장 조정래씨는, 새롭게 출발하는 신생정당이니만큼 조국신당(가칭)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도와주어야 한다며 조국신당(가칭) 후원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정당과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예상보다 늦은 행보를 보였던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3일 출범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창당될 국민의미래 대표에 대전 출신의 조철희 당 총무국장이 내정됐다.

내정된 조철희 총무국장은 당 사무처 공채 6기로 국민의힘 공보실장, 정책국장, 조직국장 등을 거쳐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한 위원장은 전날(21일) 저녁 입장문을 내고 "지난 총선에서와 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의 경험많은 최선임급 당직자'가 비례정당 대표를 맡아 비례정당 출범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공천 순번을 두고 내홍을 겪는 이른바 '한선교의 난'을 한 위원장이 사전에 원천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지난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비례정당으로 만들어진 미래한국당은 당시 4선 중진 한선교 의원이 대표를 맡았으나,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내홍 끝에 한 달 만에 퇴진했다.

한 위원장은 "저는 불출마하므로 비례정당을 위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 위원장이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위한 선거 유세에도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불출마할 경우 다른 당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한 위원장의 경우 비례정당 선거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앞두고 있어, 민주당의 비례정당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 할 전망이다.

지난 총선의 경우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유한국당 유세를 돕지 못했고, 불출마를 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더불어시민당의 선거를 도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21일 비례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 창당에 합의했다.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시민사회가 총 10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4·10 총선 울산 북구 지역구 후보를 윤종오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역구에 출마하면 민주당 후보와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기로 했다.

세 정당은 비례연합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을 다음 달 3일 공동 창당한다. 소수 정당과 시민사회는 비례후보 10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각각 3명씩 총 6명을 추천한다. 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인 연합정치시민회의(공동 운영위원장 박석운·조성우·진영종)는 '국민후보' 공모와 심사 절차를 밟아 4명을 추천한다. 비례 후보 명부는 30번까지 작성한다. 

민주당이 소수정당·시민사회 몫을 뺀 나머지 20명 후보를 추천한다. 시민사회 몫의 '국민후보'도 지난 총선 때처럼 이번 총선 후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개혁진보연합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셈이다.

비례 후보 명부는 국민후보를 시작으로 민주당과 소수정당 등이 순번을 번갈아 배치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국민후보 1번, 민주당 후보 2번, 진보당 후보 3번, 민주당 후보 4번, 새진보연합 후보 5번, 민주당 후보 6번 등의 순서로 정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자체 후보가 전체 비례 당선인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18번까지 당선된다면 국민후보와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각각 3명씩 민주당이 9명 당선자를 배출하게 된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김종민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무소속(원칙과상식) 이원욱, 조응천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및 관계자들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용산역에서 합동 인사를 하고 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김종민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무소속(원칙과상식) 이원욱, 조응천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및 관계자들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용산역에서 합동 인사를 하고 있다.

한편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체제였던 개혁신당새로운미래의 합당은 11일만에 없었던 일이 됐지만, 정당보조금 6억원 문제가 남았다. 현행법상 선관위에 돌려줄 수도 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는 일단 이 돈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을 두고 '보조금 사기'라고 비판했고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보조금 반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비례위성정당이 축낼 보조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맞받았다.

이준석 대표로부터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은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21일 공천관리위원장에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를 선임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최고위원회)에 참석, "전권을 위임 받았지만 전권을 휘두르는 '밀실 사천'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친노 인사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의 합당 파기 이튿날 조 위원장을 선임한 새로운미래는 본격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반(反) 이재명' 세력과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무려 50개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정작 유권자들은 이들 정당의 이름 조차 기억하기는 어렵다. 

오는 4월 10일 투표장에선 1미터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코앞에 다가왔다. 선거에 정책이 실종되고 유권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쓴 소리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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