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개혁신당 이준석(오른쪽),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2.19./사진=뉴시스
개혁신당 이준석(오른쪽),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2.19./사진=뉴시스

예고된 결말이다. 애초 화학적 결합은 성사될 수 없었던 이질적 정치세력의 만남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준석 대표가 주도했던 개혁신당에 공동대표로 합승했던 이낙연 공동대표가 결별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에 오랜만에 출현했던 제3지대 이른바 '빅텐트'가 해체됐다.

총선을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뜻밖의 통합이 이뤄졌었지만, 이념·가치가 다른 두 세력의 화학적 결합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측 그대로다.

'빅텐트를 쳤다'면서 뭉쳤던 이들은 11일 만에 다시 각자도생을 하게 됐다. 그곳에는 '새로운미래'도 없었고 '개혁'도 없는 신당이기에 예고된 결별로 보인다. 

결국 이낙연 공동대표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결별을 공식화했다.

지난 9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과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이 발표한 합당 선언이 물리적 결합으로 그치면서 파기된 셈이다.

통합 개혁신당이 운행 초반에 고장남에 따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에서 맞서 3자 구도를 만들겠다는 제3지대의 총선 전략도 물거품이 됐다.

개혁신당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입당을 두고 빚어진 신경전이 선거 지휘권 쟁탈전으로 확전되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결정적인 배경은 이준석 공동대표가 총선 선거 운동 및 정책 결정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주도적으로 의결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새로운미래 출신인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해당 안건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나갔고, 이준석 공동대표, 양향자 원내대표, 조응천 최고위원, 금태섭 최고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최고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회의장 퇴장 직후 이준석 공동대표를 국회를 해산시킨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비유했고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사당화'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의 기획설도 흘러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지도부 지역구 출마, 공관위원장과 당직 인선 등을 두고 이준석계와 이낙연계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는 후문이다.

기존 개혁신당 인사들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호남에서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낙연 공동대표는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기존 개혁신당 내부에서는 이낙연 공동대표 합류 이후 총선 공약 정책 발표에 제동이 걸리며 선거 동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 이준석 공동대표가 전날 선거운동 지휘 권한을 확보한 직후 개혁신당은 '전 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공약을 발표했고, 이날 오후에도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당직 인선과 주황색 당색(黨色)을 두고도 두 공동대표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특히 가치·이념을 두고 가장 큰 대척점에 서 있었던 이낙연 전 대표와의 결합이 20·30 남성 등 기존 개혁신당 지지층의 탈당 러시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준석 대표의 기획설이 나올만하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로 의석수를 채워 총선에서 3번을 달고 선관위 정당보조금도 받으려는 욕심에 화를 자초한 결과로도 보인다.

꿩먹고 알먹고가 그리 쉬운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합리적 보수세력의 재건을 외친 이준석이란 정치인에겐 치명타가 됐다는 상처만 남게됐다.

새로운미래는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에 사용한 당명인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했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중앙당 등록공고'를 통해 "이낙연을 대표로 하는 새로운미래 중앙당이 등록됐다"며 새로운미래가 현존하는 51번째 정당임을 알렸다.

창당준비위도 13개나 된다. 이번 총선에선 투표용지 길이가 80cm가 넘어 1미터에 육박할 거란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간에선 새로 생긴 정당을 두고 '떳다방'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정작 표로 심판할 유권자들은 정당 이름을 알지도 못할 지경이다. 

정책 대결이 사리지고 헤쳐모여만 무성한 이번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0 총선을 50일 남긴 오늘 씁쓸함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닐 것 같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