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의 철새들이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사진 = 서산시 제공
천수만의 철새들이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사진 = 서산시 제공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지난 21일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개선안이 발표되자 경제지를 중심으로 들뜨는 분위기의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토지이용효율을 높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년만에 전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지역전략사업 추진에 따라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총량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사업을 위한 부지로 그린벨트 지역을 활용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며, 중앙정부는 구무회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지역 전략사업을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해제 총량을 모두 소진한 지자체는 추가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가 없으며 해제 가능총량은 2008년 설정된 이후 현재까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주시할 내용은 환경평가 1~2등급의 그린벨트 해제도 허용하겠다는 점이다. 그린벨트 내의 토지는 보전가치에 따라 1~5등급으로 평가되며 1~2등급의 경우 해제가 불가능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대신 다른 대체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해제를 해주겠다는 얘기다.

하필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파격적인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 발표에 들뜨기 보다는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떼돈을?···장사 잘 되던 기존 시가지 슬럼화 될 수도

매일경제는 22일 "옆집도 떼돈 벌었대" 전국 땅부자 확 늘까…자투리 농지 제한도 확 풀기로라는 제목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반기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매체는 "정부가 이번 방안을 구상한 것은 자투리 농지가 기계화 영농 효율성이 낮아 농업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간 자투리 농지를 활용해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시설이나 체육시설, 근처 산단의 편의시설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컸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면 기존 시가지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경향신문은 21일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소멸 위험을 안고 있는 비수도권에서 맞지 않는 개발 방식이라는 지적을 전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인구 유입이 없기 때문에 외곽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성공하더라도 구도심 일자리와 주거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라며 "개발업자들만 싼값으로 분양해 이익을 챙겨 나가면, 원도심 치유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목원대학교 최봉문 교수는 "마구잡이식으로 규제가 풀리면 그린벨트로 지정됐던 외곽 위주로 개발이 되고 구도심은 망가져 인구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라면서 "보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약속하에 보호해온 1·2 등급지가 망가지면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후세대의 미래는 암담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과거 보수정부에서 풀었던 그린벨트 구역도 해제 이후 계획과 다른 시설이 들어가면서 망가졌다"라며 "앞으로도 개별 지자체장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해제부터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두고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면서 "모호한 지역경제 활성화나 산단 조성을 위해 GB 해제를 허용하고 국민생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것은 정부가 공공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대규모 개발이 도시 외곽에 집중되면서 기존에 장사가 잘되던 시가지를 슬럼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철새 때문에 개발 안 돼" 방화시위 하던 천수만···철새도래지가 매력인데...

5단계로 분류되는 환경평가는 표고, 경사도, 농업성적도, 임업성적도와 식물상, 수질 6개 평가항목으로 이뤄진다. 각 항목 중 1개만 1등급이어도 그 지역의 종합 등급은 1등급이 된다.

1등급은 원칙적으로 일체의 개발을 불허한 지역으로 환경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보존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 곳이 인위적으로 관리가 잘 되서 높아진 것이 아니라 천연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긴데 대체지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지도 의문이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 개발사업을 더 줄여가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데, 보전된 녹지를 해제한다는 방향은 자연을 더 파헤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대 김진유 교수는 "국제적으로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맨 마지막에 건드려야 할 그린벨트 1·2등급지도 개발을 촉진한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개발에 대한 집착으로 철새도래지 천수만에 방화시위가 벌여졌던 사건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천수만은 원래 각종 해양생물들이 서식하는 청정해역이었지만 1980년부터 15년에 걸친 현대건설의 간척사업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자 순식간에 어패류와 연체동물들이 사라지고 그 많던 갈매기와 도요 등 철새들도 떠나버렸다.

이에 현대건설은 이 지역에 기계영농법을 도입하고 외부인 출입을 차단해 의도적으로 낙곡을 남겨 새들이 돌아오게 만들었으며 긴 노력의 결과 천연기념물인 황새, 큰고니, 희귀종인 가창오리 등이 서식하는 철새 도래지가 됐다.

사건은 2005년 5월16일에는 천수만 A·B지구 갈대숲 1천여평이 인근지역 주민들의 방화에 의해 훼손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환경부가 천수만 B지구 부남호와 농경지를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하자, 관광레저도시 조성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 1등급 분류의 근거가 된 철새들을 내쫓기 위해 방화시위를 벌인 것이다.

시위에 참가된 시민들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묶이면 각종 개발 행위를 제한 받는다"라며 "철새를 위해 인간이 떠나란 말이냐"고 소리를 높였다.

천수만은 이런 갈등에도 서산시의 주도하에 철저한 관리가 이어지면서 철새들이 장관을 이루는 관광지가 됐다.

만약 진귀한 철새들이 찾아와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해진 천수만에 철새들이 사라졌다면 레져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굳이 관광객들이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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