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다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은 상품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기업은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겠죠.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기업도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겁니다.”

개인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이차경 대표는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 딸이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며 무기력하게 있는 것 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행동하고 있다”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고, 소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영등포구에 소재한 세이프넷지원센터에서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를 만났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주장한 것부터, 올해 하반기 의제로 삼고 있다는 채식 실천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소비자기후행동의 모든 활동은 “지구를 이대로 둘 수 없어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와의 일문 일답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Q. 소비자기후행동에서 주장해 온 소비기한표시제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의 의미는.

일주일 전에 산 우유의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상이 없어 먹을 수 있기도 하고, 맛과 냄새가 변질돼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먹을 수 있는 기간을 소비기한이라고 한다.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면서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식품에 유통기한만을 표시해왔다.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유통과정에서도 폐기된다.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러다 소비기한표시제에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기한표시에 대한 경험이 없다. 때문에 법안이 자리잡기까지는 굉장히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소비기한을 도입한 이유가 설명되고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준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 돼야 하고, 식품 안전을 위한 냉장유통시스템도 더욱 철저하게 만들어야 한다.

2023년부터 식품의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하지만 우유의 경우 8년을 더한 2031년부터 적용된다.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필요한 법률인 만큼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유예기간이 우유 외 다른 가공식품으로 확장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노력했다. 이제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령, 시행규칙도 감시하고,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에 대한 우려나 혼란이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Q. 소비자기후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진 조직인가.

출발은 (사)참여하고 행동하는 소비자의 정원(이하 소비자의 정원)부터다. 국가에 식품정책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GMO) 완전 표시제 개선 등을 주장했다. 그러다가 각각의 이슈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중심적인 문제인 기후위기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소비자들이 기후위기에 집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회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문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조직명을 소비자기후행동으로 바꿔 1월 26일 출범했다. 현재 340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한다. 현재 소비자기후행동은 서울·수도권, 중부·호남, 영남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2명, 총 6명의 공동대표가 활동 중이다. 

위기의 시대를 사는 지금, 소비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스럽지만 내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는 것 보다 “할 수 있는걸 하기 위해” 의제를 만들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소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힘으로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정부 정책도 변화 시킬 수 있다.

Q. 소비자기후행동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올해 전세계적으로 52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그중 농업, 임업, 기타 토지이용과 관련된 부분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우리가 이 부분에 집중하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소비자의 실천에 대해 생각했다. 실천 내용으로 ▲식품 폐기물 줄이기 ▲(미세)플라스틱을 적게 쓰기 ▲친환경 유기농산물 이용 ▲채식 위주의 식단 실천이다.

특히 채식 위주의 식단은 집에서 소 한 두마리 정도를 키우는 정도를 말하는게 아니다. 기업적으로 키워지는 축산업인데, 이들 동물들이 먹는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아마존의 나무와 산림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량도 상당하다.

하지만 최소 한달에 하루, 일주일의 하루 정도만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1명이 10명이 되고, 10만명, 향후에는 100만명 이상이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 채식을 한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채식에 유난을 떨거나 개인의 취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수준에서 실천하자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 것도 내가 행복하게 살기위한 건데, 이런 식의 소비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속도를 줄이고 좀 더 똑똑한 소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 6월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대표가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지난 6월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대표가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Q. 지금 환경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난이 일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삶은 시한부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베리아, 그리스, 터키는 불타고 있고, 중국과 유럽은 홍수 때문에 난리다. 아침 저녁으로 불에 타고 물에 잠긴 소식을 듣는다. 우리나라도 작년 60일이 넘는 장마를 경험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전 세계 78억명의 인구 중 ‘나 혼자 애쓴다고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나라도 할수 있는 것을 하자’고 바꿔 생각해야 한다. 지구의 위기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파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하반기에는 플라스틱과 채식 관련 이슈를 주요 의제로 가져갈 것이다. 소비자 조직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관심가질만한 이슈를 살펴볼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찾고 이슈를 고민하면서 그때그때 불거지는 이슈에 대응하고 고민하며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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