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주변에서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아 많은 사회적 담론에서 중요성이 평가절하돼왔다. 하지만 지난 106년 동안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환경 문제가 균형이 깨지고 갑자기 뒤집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환경 보존이라는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며 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을 시작한 ‘에코어스(ECOUS, 대표 김얼해)’를 만나봤다.


에코어스 김얼해 대표
에코어스 김얼해 대표./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에코어스는 어떤 기업인가?

A. 친환경 패브릭(fabric) 제품을 제작하는 에코어스는 이름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친환경 제품 생산·환경·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면이나 삼베와 같은 천연 소재로만 제품을 만든다. 면 생리대가 주력 제품이고,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메밀베개, 마스크 등 생활용품을 집중 제작하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 활동도 진행한다. 에코어스는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며 우리의 생활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알려준다.

에코어스의 면생리대 제품./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에코어스의 면생리대 제품./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나?

A.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한복을 디자인하고 판매한 경력이 20년이라, 봉제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창업 아카데미 수업을 듣게 됐다. 예전부터 면 생리대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었고, 2017년 8월에 일회용 생리대 파동이 일어났다. 면 생리대로 아이템을 잡고 창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해 10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제출한 ‘면 생리대 초경 선물세트’를 이용한 사업계획서가 선정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Q.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다. 창업 교육을 받았을 때 NGO를 통해 국내보다는 해외의 어려운 곳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교육을 받을 당시 우리나라에서 생리대에 관련된 이슈가 많이 논의되고 있었다. 이슈를 접하며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해외에서 국내로 관심을 돌렸고, 내가 가진 재봉 기술을 이용한 아이템으로 국내에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자는 다짐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내 다짐과 사회적기업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지원했고, 2019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면생리대 만들기 교육./사진제공=에코어스
면생리대 만들기 교육./사진제공=에코어스

Q.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A. 면 생리대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2018년도 10월 면 생리대를 출시할 때만 해도 상품을 진열하고 있으면, 세탁과 휴대에 대한 걱정으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현재는 인식 변화로 그런 걱정보다는 자연과 몸을 생각 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면 생리대 좋다던데, 써보고 싶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

판매하는 제품이 모두 천연소재이다 보니, 단가가 조금 있는 높은 편이다. 과거 한복을 만들면서 중국산 제품들의 결점을 많이 봤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눈에 보이는 미흡한 점들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질 좋고, 건강한 제품을 만들려다 보니 단가가 자꾸 올라가는 것이 고민이다. 공정을 한두 번 더 거치더라도 좀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 4동 행정복지센터 면 마스크를 기부하는 모습./사진제공=에코어스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 4동 행정복지센터 면 마스크를 기부하는 모습./사진제공=에코어스

Q. 에코어스가 반드시 지키려는 가치는 무엇인가?

A. 환경을 위해 혼방이 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또한 포장에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게 에코어스의 철학이다. 비닐 포장이 없어서 습기에 주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비닐을 하나라도 안 쓸 수 있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려 한다.

교육도 진행 중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분야 별로 플라스틱, 의류 쓰레기, 식품 등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것을 알려주는 환경 교육을 하고 있다.

친환경 기업은 의지가 중요하다. 우리도 쉽게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 2018년 마스크 상표 등록을 했는데 막상 판매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기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 약품을 써야 하고, 재료와 공정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사용 후 버렸을 때 잘 썩지 않아 처분이 어렵다. 아무리 좋은 기능성 소재라도 환경 오염이 된다면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동시에 이런 부분에서 조금씩 어려움이 있다. 모시, 삼베 등은 비싸서 단가를 맞추는 일이 너무 힘들다. 지금 막 도전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기업가 정신’을 투철히 가지고, 가격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조언해드리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면 생리대를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나아가 수출도 하고 싶다. 또한 공장 운영을 하며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 한부모 가정에 도움을 주는 활동까지 모두 에코어스가 이루고 싶은 목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 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사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 속에 뿌리 깊게 박힌 생각들을 변화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면 생리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을 진행하거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생활습관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부모 교육을 통해 더 넓은 세대의 인식 개선을 끌어내고자 한다.

꼭 하고 싶은 것은 면 생리대 기부 활동이다. 한부모 가정의 딸과 아버지를 모시고 파티 같은 행사를 열어 도움을 주고 싶다. 초경을 하는 아이에게 아빠가 설명해주기 어려운 부분을 가르쳐주고, 소중한 내 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다. 아직은 기업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아 사회공헌에 큰 노력을 쏟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매출이 늘어나 여력이 된다면 정말 하고 싶은 활동이다.

에코어스 김얼해 대표와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1기
에코어스 김얼해 대표와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1기

‘나를 사랑한다면 내 몸을 편안하게’. 에코어스의 슬로건 중 하나다. 김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나를 넘어 다른 사람, 더 나아가 환경까지 사랑하는 기업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막 첫발을 내디딘 친환경 기업으로서 여러 갈림길에 서 있는 에코어스.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지켜나가는 에코어스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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