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채용시장의 모습을 살펴보면 여전히 구직자들은 어학점수와 자격증과 같은 정량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줄 세워지고 일명 스펙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바탕으로 재단된다. 이 과정에서 구직자들의 실제 역량과 그들이 들인 노력은 쉽게 간과되기도 한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기업이 있다. 바로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예비 사회적 기업 RE_SPEC이다.

스펙을 재정의하다, RE_SPEC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예비 사회적 기업 ‘리스펙’은 ‘스펙을 재정의하다’라는 뜻의 ‘redefine specification’의 줄임말이다. 리스펙은 기존의 채용시장에서 구직자들이 충분한 업무수행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무와 무관한 어학점수나 자격증 등에 의해 줄 세워지고 평가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리스펙’은 지원자의 경험, 노력, 실질적인 업무수행능력이 지원자의 진짜 스펙이라는 이념 하에 기존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기반의 채용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리스펙’은 구직자들의 진짜 스펙을 재정의하고 있다.

리스펙 사무실 모습
리스펙 사무실 모습

처음 ‘리스펙’을 창업할 당시 지금의 유재은 대표와 박동우 공동 대표는 대학생이었다. 같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취업전선에 뛰어든 선배나 동기들을 보며 충분히 일을 잘할 사람들인데 서류 전형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채용문화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새로운 채용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정부지원사업인 사회적 기업가 육성과정에 지원했고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지금의 ‘리스펙’을 창업하게 되었다. ‘리스펙’의 박동우 공동대표는 “직무와 무관한 역량으로 지원자들을 줄 세우는 기존에 고착된 채용문화를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리스펙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라고 밝혔다.

영상으로 취업하자, 효과적인 1분 자기소개영상

‘리스펙’의 대표적인 사업은 구직자들의 영상이력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의 설계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단순히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는 것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영상이력서를 만들고 있는 만큼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 지원자가 기업에 자신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진행하고 이후 스크립트를 만든 후 촬영 및 편집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1분 자기소개영상 촬영모습

대략적인 진행절차는 이러하다. 우선 자기소개서 대본 첨삭부터 시작하여 수정을 2~3차례 진행한 후 대본이 완성되면 실제 영상촬영에 들어간다. 하루에 보통 8명 정도를 촬영하고 있으며 촬영 후 편집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편이다.

자기소개서 첨삭은 ‘리스펙’의 유재은 대표가 담당하고 있으며 1분 분량의 자기소개영상이 완성되기까지는 총 3~4일 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리스펙’은 B2G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관이 ‘리스펙’에 영상제작을 문의하여 비용을 지불하면 그 수익을 바탕으로 구직자들에게 무료로 영상이력서를 제작해주는 형태였다.

그런데 이후 ‘리스펙’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으로 취업하자’에 여러 지원자들의 1분 자기소개영상을 올리자 사비를 들여 영상이력서를 찍고 싶다고 문의를 해온 사례가 있었다. 그 지원자는 한 유명 패션 회사의 인턴이었는데 ‘리스펙’이 제작해준 영상이력서를 정규직 전환 미팅 때 보여주었고 인턴들 중에 유일하게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그 지원자의 경우 토익 점수 없이 정규직이 된 드문 사례였고 박동우 공동대표는 이렇게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자체 제작하자, 효과적인 1분 자기소개영상

‘리스펙’의 유재은 대표는 올해 9월 지원자가 영상이력서를 자체제작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스펙’이 수많은 지원자의 영상 이력서를 제작해주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리스펙’의 유재은 대표는 “구직자가 직접 만든 영상이력서를 바탕으로 구직자와 기업 간에 능동적인 상호 매칭이 가능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 라고 밝혔다.

구직자와 함께 자기소개를 준비하는 모습
구직자와 함께 자기소개를 준비하는 모습

실제로 ‘리스펙’에서 구직자들의 1분 자기소개영상을 제작할 때도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구직자들의 대본 숙지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 출시되는 자체영상제작 서비스는 카메라 가까운 곳에 텔레프롬프터를 설치하여 대본이 올라가게끔 해 구직자들이 대본을 보고 읽어도 시선처리가 어색하지 않게끔 만들었다.

또한 컷 편집이나 자막, 효과 삽입등과 같은 어려운 프로세스는 빼고 최대한 간단하게 구현하여 사용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영상 자체제작 툴은 클립별로 질문을 구별하여 구성하고 색인을 달아 놓아 인사담당자가 경우에 따라 자기소개 부분은 스킵하고 직무역량만 볼 수 있게끔 해 최대한 많은 구직자들을 검토할 수 있게끔 영상이력서의 장점을 살려 정보 이용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구직자와 기업 간 정보 불균형의 해소를 꿈꾸는 RE_SPEC

‘리스펙’의 궁극적인 목표는 채용시장에서의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상이력서를 만들어 온 것은 다양한 콘텐츠를 쌓기 위함이었다. ‘리스펙’의 박동우 공동대표는 현 취업시장에서 기업은 구직자의 수많은 정보를 가져가지만 구직자는 기업의 실제 초봉, 복지, 야근수당 지급 여부 등과 같은 구직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업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기업 역시 구직자들처럼 자신의 기업을 구직자들에게 자세히 소개할 수 있는 채용 영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동우 공동대표는 “기업과 구직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면서 지금의 무거운 채용시장의 분위기가 변화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박 대표는 “생각보다 연봉과 복지가 좋은 회사들이 너무 많은데 구직자들이 이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들을 구직자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브랜딩 채널을 구현하려고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기업과 지원자가 서로의 영상을 보고 자유롭게 지원하고 채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리스펙’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RE_SPEC이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단순히 착한 일을 하는 기업, 봉사를 하는 기업, 그러므로 당연히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리스펙’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 나감에 있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식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기업이다.

2019 디지털융합마케터 양성과정 교육(사회공헌)
2019 디지털융합마케터 양성과정 교육(사회공헌)

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도 더 커지고 그랬을 때 선순환 구조가 견고히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막히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사회공헌을 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이윤 창출과 사회공헌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는는 곳이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유능한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적 기업을 많이 운영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며 ‘리스펙’이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RE_SPEC이 사회적 기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

비단 사회적 기업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겠다고 꿈꾸게 되는 것은 청년 창업가에게 열정 못지않게 조급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세상에 없었던 생각을 빨리 실현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처음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무언가 거창한 것을 꿈꾸는 것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이 사회의 모순적인 부분들을 어떻게 혁신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하며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사회의 모순적인 부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청년이라면 긴 호흡을 가지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유재은대표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유재은대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공헌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 가치의 무게만큼이나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찍 지치지 않기 위해 긴 호흡을 가지고 조금은 냉정하게 사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지금 주어진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빨리 바꾸어나가겠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빨리 지치는 법이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오래 가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사업들로 먼저 기업의 몸집을 키운다든지, 자본력을 갖춘다든지, 혹은 네트워크를 갖추거나 사업에 대해 더 배워가든지 무엇이 되었든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엔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궁극적으로 꿈꿔왔던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그러므로 조급함을 갖지 않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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