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회색빛 도시 속 빛나는 화면들만 보고, 화학물질이 섞인 무언가를 사용한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 있다. 아버지가 가꾸던 숲을 물려받아 체험 공간으로 바꾼 그곳. 세 자매의 손길이 깃든 풀내음 밤나무 숲 문옥영 대표를 만났다.

Q. ‘풀내음 밤나무 숲’은 어떤 기업인가?

A. 기본적으로 밤나무를 키우고 있어서 ‘밤나무’를 붙였고, 풀 향기가 가득한 숲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풀내음’을 덧붙여 이름이 완성됐다. 모두 숲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풀내음이 솔솔 난다. 밤나무 숲을 기반으로 임산물 수확, 숲 체험 등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주워와서 직접 먹기도 하고, 이외에 버려진 율피 등을 가져와서 율피비누를 만들기도 한다.

아로마 공부를 오래 했던 경험을 살려서 허브도 조금씩 키운다. 허브들로 향수나 디퓨저 등을 만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농장에서 처음 시작해 이제는 그 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것까지 발전한 상태다.

풀내음 밤나무 숲 문옥영 대표 / 사진제공 :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Q. 세 자매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독특하다.

A.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숲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숲이 방치돼 있었다. 황폐해진 모습을 보고 이 공간을 새롭게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로마를 공부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모색해봤다. 여러 기능 교육도 받아보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정말 낯설고 쉽지 않아서 고민의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그 시간동안 이 일이 힘들지만 보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동생들에게도 같이 해보자고 설득해 함께 시작하게 됐다. 막내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이 한창 숲 해설 공부를 하는 걸 보고 유아들을 위한 숲 해설가 자격도 취득했다.

이렇게 체험농장을 꾸려나가다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7년에 농업회사 법인을 만들면서부터다. 설립 이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다가 주위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는데 사회적기업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망설였지만 남동구청 행사에서 우리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Q. 주요 상품의 배경이 궁금하다.

A. 허브, 아로마 공부를 오래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 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마스크를 온종일 끼고 있을 때 마스크에 아로마 향을 묻혀놓으면 기분도 좋고 기관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 감기 기운이 있으면 코에 향을 묻히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효과가 있다.

비누 같은 경우에는 화학적인 원료들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제작한다. 그 이외에도 정말 많다. 민트에서 오일도 뽑아내지만, 직접 먹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 삶에 실현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이 고민을 제품에 녹여냈다.

그런데 이러한 생산 방식이 쉽지만은 않다.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유통기한이 길지만, 우리 것은 보존제,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 수가 없다. 또한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조한 인공 향에 비해 향 지속 기간이 짧고 중간에 향도 변한다. 몸과 마음에 이로운 천연향 제품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다루기에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다. 환경을 위한 불편한 방식을 요구하는 제품의 특징을 고객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렵다.

풀내음 밤나무 숲의 티 테라피 제품 / 사진제공 :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Q. 친환경 기업으로 지키는 원칙이 있다고 들었다.

A. 친환경적 원료의 사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밤나무 숲을 쫓아다니며 친환경적인 것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좋은 것, 건강한 것을 찾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가능하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전자 변형 식물을 안 쓴다. 100% 유기농은 힘들더라도 최대한 인증받은 원료를 쓰려고 한다. 그런데 판매하는 가격하고 수급하는 가격에서 차이가 날 때 딜레마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최상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착한 생산, 착한 판매, 착한 소비의 선순환이 이루어져 친환경 제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기를 소망하며 풀내음밤나무숲도 일익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Q. 밤나무 숲을 체험활동 장소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A. 밤나무 숲을 밤을 수확하는 시기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쉬웠다. 숲을 한 번씩 와보신 분들은 이 숲이 편안하고 좋다고 하신다. 위치가 아파트와 근접해 있어 접근성 또한 좋다. 가까운 곳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내버려 두는 것이 아까웠다. 이런 좋은 공간을 함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을 바탕으로 숲 체험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Q. 밤나무 숲의 체험활동은?

A. 숲은 계절에 따라 형태가 바뀐다. 은방울꽃이 한창 필 때면 그에 대해 설명을 한다. 밤꽃이 핀다 하면 밤꽃에 대해 얘기를 한다. 가을이 되면 밤 수확에 대해 얘기를 한다. 이처럼 숲 해설가가 계절에 따라서 해설을 진행한다. 숲을 즐길 수 있는 체험도 진행한다. 밤송이 옮기기 놀이, 모히토 만들기, 향수 제작, 밤 따기 등을 진행한다. 또한 자유롭게 숲을 즐길 수 있게 진행한다. 해먹을 설치해 그 위에서 쉬기도 하고, 나무 그네를 타고 놀 수도 있다. 숲, 그 상태를 느끼게 해주는 것에 신경 쓰고 있다.

 밤나무 숲에서 체험활동을 하는 모습 / 사진제공: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밤나무 숲에서 체험활동을 하는 모습 / 사진제공: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Q. 학생들과 수업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왕이면 보람찬 시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에 특히 신경을 쓴다. 심적으로 힘든 친구들이 왔을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한 번의 경험을 통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활동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일회성보다는 3~4회 정도 계절의 변화를 같이 지켜보다 보면 변화가 서서히 느껴진다.

보통 수업이 소규모로 진행되어서 한 명씩 대화를 나누고, 먹을 것도 챙겨주고, 다치지 않게 신경 써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사소한 관심에도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그래서 이런 관심이 필요한 친구들이 왔을 때 특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Q. 밤나무 숲을 운영하며 힘든 점은?

A.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다. 사람들이 와서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자연을 즐기되 접근하기 쉬운 자연을 만들어야 한다. 전에는 사람들이 나무를 베기만 하면 뭐라고 했다. 하지만 나무를 베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선 한 나무 당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나무를 골라 한그루씩 베어줬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나 비용 등의 문제로 하지 못했다. 다니기 쉬운 길을 만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정도의 개발을 위한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가 완전한 답은 아니다. 당연히 난개발은 막아야겠지만, 융통성 있게 완화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A. 그때그때 기억에 남는 게 많다. 그중 10월 중순에 봉사단체(양로원)에서 오신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그분들이 숲 위에까지 올라가지는 못하셔서 밤을 직접 가져다드렸다. 그 정도로 활동이 쉽지 않은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찾아와 주셨는데, 우리가 가져다드린 밤을 직접 까보면서 굉장히 좋아하셨다.

시각 장애인들과 했던 활동도 인상 깊었다. 밤송이를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활동을 좋아할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되게 만족스러워 하셨다. 직접 만든 오일을 가지고 봉사자분들과 함께 손 마사지를 해드렸다.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코코넛 오일로 손 마사지를 계속해드려도 손이 너무 건조하셨다. 그게 기억에 계속 남는다. 힘들어도 이런 기억으로 인해 보람을 느낀다.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풀내음밤나무숲 문옥영대표 / 사진제공: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풀내음밤나무숲 문옥영대표 / 사진제공: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Q. 앞으로 목표 및 활동이 궁금하다.

A. 여태까지 소극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산림 자체가 공익적인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싶다. 우리의 사업상 산을 완전 무료로 개방을 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기업으로서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우리 숲만 잘 가꾸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산들도 같이 가꾸고 싶고, 점점 수입산을 줄여가면서 국산 제품들을 쓰고 싶다. 멀리 가지 않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우리 지역의 재료를 우리 상품에 녹여내고 싶다. 우리는 밤나무 숲이라는 발판이 있기에 더 힘을 내서 적극적으로 이점을 살려보려고 도전 중이다.

‘자연은 친절한 안내자다. 현명하고 공정하며 상냥하다.’라는 몽테뉴의 명언처럼 코로나 사태 속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자연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다가오는 주말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실내에 있기보단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풀내음 밤나무 숲에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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