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지자체에서 사회혁신채권 사업을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했을 때, 지지를 구하기 위해 몇명의 시의원에게 관련 사업을 설명하게 되었다. 새로운 개념의 컨셉을 제안하고 공공의 영역에 반영하는 일은 언제나 어느 사회에서나 본래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 과정을 감당하는 것도 민간과 공공 협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에 들었던 한 지적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문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왜 실험을 하는가?”였다. 당시에는 설득이 내 업무였기 때문에 바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추후 서면에는 그에 대한 답을 다른 질문으로 남겼다. “시민의 세금이 아니면 누가 이런 실험을 허락하겠습니까.”
우리는 비즈니스에서 연구개발, 신사업 개발 같은 표현을 자주 본다. 더 나은 사업을 위해서는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는 일에도 미리 자원을 투입해 그 위험성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회문제 해결에서는 이런 혁신과 도전의 체계가 자꾸 개인의 기업가정신 혹은 희생적 도전에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사회공헌이나, 비영리조직의 사업 개발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자주 경험한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라거나 “그거 성공 사례는 있습니까?”라는 방식의 접근 말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그냥 원래 하던 것 좀 바꿔서 합시다” 정도로 끝난다.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문제, 특히 선진국의 사회문제는 기존의 문제 해결자로 활동하는 정부, 비영리조직, 기업 사회공헌, 개인의 봉사 등이 해결하고 남은 잔여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필연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존의 방식을 더 열심히 수행하는 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솔루션이 우리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위험성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시도, 좀 더 강하게 표현하자면 실험의 부작용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일반 비즈니스에서 신사업이 실패하는 것도 큰 자원적 피해가 돌아오지만,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어떤 이해관계자에게 특정의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급력이 일반 비즈니스의 실패에 비해서 더 크고 그 경로가 복잡할 수 있다. 이 부분을 고려하여 설계가 되어야함은 당연하다.
이런 실험적 도전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 도전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실험이라는 인식이 혹시 모르는 실패를 용납하고 사회적 경험의 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어렵고, 시작하면 실패할 수 없는 일들이 오히려 이 사회적 문제 해결 영역에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일들이 사회 혁신과 진보를 오히려 막아서고 있다는 사실은 참 슬픈 일이다.
올해 초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프로젝트 루프’를 발표했다. 소셜벤처를 포함한 8개 업체가 참여하여 협력구조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페트를 포함한 플라스틱 재생이 특정 기술이나 자원의 부족보다는 다자간 협력을 통한 전 가치사슬의 전환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 잘 되어야겠지만, 한번에 이 작업이 완전한 성공을 거두도록 하는데 집착한다기 보다는 이 과정이 중요한 검토과정과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추진되었다는데에 진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런 기업들과 소셜벤처들, 그리고 다른 주체들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나고 있다는 데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단번에 무엇을 완성하기 어렵다. 특히나 우리가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은 그렇게 쉽게 볼 일도 아니다. 실험이라는 것은 실패에 대한 면죄부라기 보다는, 더 과감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려책이며 이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배우겠다는 다짐이다. 물론 이 실험은 실험실의 과학실험, 비즈니스적인 도전 보다 복잡하게 사람과 사회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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