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B'는 ‘라디스(LADIS, LAmp water DISinfection)’라는 자외선(UV C파장) 램프로 물을 살균하는 작은 장치를 만든다. 라디스가 자외선 빛으로 대장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 등을 사멸시켜 물을 안전한 음용수로 만든다. 'tAB'는 올해 7월 새로 문을 연 대전소셜벤처캠퍼스에 입주해 해외시장 개척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어떻게 해외시장을 개척할 지 고민이다.

#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소형 인공위성과 위성영상 사업을 하는 '세트렉아이(SI)'는 2015년에 방사선감시사업 부문을 분할해 ‘SI 디텍션’을 설립했다. '세트렉아이'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인공위성을 수출하며 시작했던 것처럼 자회사인 'SI 디텍션'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환경방사능감시기를 수출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대덕특구의 원조 본투글로벌 중견 기술기업중 하나다. 

'tAB'와 'SI 디텍션'의 공통점을 키워드로 얘기하자면 ‘해외시장 개척’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다시피 한 요즘 대한항공의 ‘비운항 및 감편노선’ 공시엔에는 방콕, 하노이, 싱가포르, 프놈펜, 자카르타 등과 함께 마닐라가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필리핀 루손섬에 12월말 자외선(UV) 살균기 공급을 위해 한창 준비중인 tAB 오대표는 현장에 직접 가볼 수 없고 고객을 만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tAB'는 올해 연말까지 필리핀에 살균기 2천대를 보내기 위해 한창 준비중이다. 전량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제작된다. 극초기 단계 기업에 대기업의 사회공헌형(CSR) 프로그램 재원을 활용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에 속한다.

다음번 시장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사업을 활용하려고 준비중이다. KOICA 'CTS'는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를 자체 기술과 비즈니스로 해결하려는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적개발원조(ODA)재원 활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제조달이든 뭐든 자체적인 시장개척이 되어야 사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

가보지 않은 길로 이제 막 나서는' tAB' 오환종대표를 대덕특구의 베테랑 해외마케터 'SI 디텍션' 임태형 이사가 멘토로 만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경험을 나눴다. 아래는 멘티 'tAB' 오환종 대표과 멘토 'SI 디텍션' 임태형 이사가 나눈 소셜벤처의 창업초기 해외시장 진출준비를 위한 꿀팁 멘토링 내용이다.

SI 디텍션 임태형 이사(사진 좌측)와 tAB 오환종 대표 / 사진=박창호 기자
SI 디텍션 임태형 이사(사진 좌측)와 tAB 오환종 대표 / 사진=박창호 기자

“제품 라인업이 필요하다.”

“고객들은 보통은 이것 보다 더 큰 거, 더 성능이 더 좋은 것은 없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제품의 라인업이 필요하다.“

임태형 이사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게 제품의 세분화가 앞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오 대표에게 말했다. 'tAB'의 살균기 사업은 대기업의 CSR 재원과 ODA 재원을 활용한 일종의 무상기부이므로 B2G 채널을 통한다. 하지만, 선의의 기부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결국 B2C나 B2B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개인이 쓰는 살균기보다는 빌딩 물탱크에 설치될 수 있는 대용량 살균기같은 B2B모델을 위한 제품개발이 앞으로 필요하다는 게 임이사의 조언이다.

tAB 오환종 대표가 마개형 살균기 LADIS를 설명하는 장면 / 사진=박창호 기자
tAB 오환종 대표가 마개형 살균기 LADIS를 설명하는 장면 / 사진=박창호 기자

“해외시장 개척은 '사람'을 아는 게 중요하다.” 

임이사는 "필리핀의 경우 초기 시장개척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지원하는 CSR사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의 SI디텍션의 기업인지도를 쌓고 현지 유관기관과의 밀접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SI 디텍션'의 경우 5년전 KOTRA CSR사업에서 2,000만원정도의 지원금을 받아 장비본체는 자사부담으로 하되 배터리 등 부대경비와 시장탐색을 위한 경비로 활용했었는데 시장을 두드려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그 뒤에 UN 국제기구 조달까지 연결해 볼 수 있었고 필리핀에서의 안정된 시장개척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필리핀 남부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의 다바오(Davao)섬에 SI 디텍션이 국산 환경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하는 장면 /사진=SI 디텍션
필리핀 남부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의 다바오(Davao)섬에 SI 디텍션이 국산 환경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하는 장면 /사진=SI 디텍션

중국시장은 2007년부터 두드렸는데 무려 1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아무런 답이 없다가 최근에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동안 원자력안전 분야의 정부/공공기관 채널을 통해 오랜 시간 직·간접적인 교분을 쌓을 수 있었고, 그렇게 형성된 인간관계가 시장을 여는 데 역할을 해서 최근까지 장비를 10여대의 장비를 수출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제품의 다각도 쓰임새를 찾는 노력이 필요” 

'tAB' 오환종 대표는 “UV살균기 라디스를 저개발국과 선진국 양쪽에서 모두 시장과 고객의 수요를 찾아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식 비즈니스 모델(BM)로 디자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I 디텍션 임이사는 "캠핑같은 아웃도어 시장쪽을 함께 두드려 보는 것은 좋은 생각같다. 그런데, 그 외에도 요즘 극심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해지는 걸 보면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tAB'의 제품이 필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에도 그런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요즘은 이재민분들이 체육관으로 대비하게 되면 그분들의 프라이버시와 위생문제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SI 디텍션의 말레이지아 현지 판매담당사측이 마침 국내 UV관련 기술제품을 문의해온 바 있어, 말레이지아측에 tAB 살균기를 소개해줄 예정이다. /사진=SI 디텍션
SI 디텍션의 말레이지아 현지 판매담당사측이 마침 국내 UV관련 기술제품을 문의해온 바 있어, 말레이지아측에 tAB 살균기를 소개해줄 예정이다. /사진=SI 디텍션

“진짜를 만난 느낌이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회사운영과 관련해 어떤 분께 어떤 조언을 받고 싶은가 ?”에 관한 질문에 대해 창업자들은 주로 선후배와 창업자 대표로부터의 실질적인 경험을 가장 듣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tAB' 오환종 대표는 "그동안 사업을 실제로 안해 본 분들이 코칭이나 멘토링에 나서고 스타트업 CEO를 가르치는 게 좀 이상했다. 오늘은 진짜같은 느낌이다." 며, "CEO가 모든 일을 다 알아야하고 책임도 져야해서 힘에 좀 부쳤었는 데, 이제 힘이 다시 난다.”고 베테랑 멘토를 만난 소감을 말한다.

'SI 디텍션'의 임태형 이사도 “가슴이 다시 뛴다. 오래 시간동안 일을 하다보니, 가슴뛰는 마음으로 다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 그런 생각이 종종 들었는데, 세상의 문제해결 하나만 바라 보고 패기있게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 창업가를 만나니 나도 새삼 생각이 달라진다.”고 멘토링 소감을 밝혔다. 

'tAB 오대표'와 'SI 디텍션' 임이사의 업력차이가 10여년이 넘지만, 멘토와 멘티 모두 진짜가 진짜를 만나면 열정의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한 청년소셜벤처가 도전하는 세상의 물문제 해결, 코로나19로 더 중요해졌다.“

대전시는 옛 충남도청 별관에 대전창업허브를 지난 7월에 개설했다. 'tAB' 오환종 대표도 소셜벤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어 대전창업허브에 입주해 일하고 있다 / 사진=tAB
대전시는 옛 충남도청 별관에 대전창업허브를 지난 7월에 개설했다. 'tAB' 오환종 대표도 소셜벤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어 대전창업허브에 입주해 일하고 있다 / 사진=tAB

소셜벤처 'tAB'가 만든 건 세계 최초 마개형 물살균기다. 저개발국의 수인성 질병을 감소시키고 노동참여율을 제고해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tAB'가 개발한 라디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물을 끓이지 않아도 돼서 환경적가치도 크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깨끗한 물과 위생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마실 물도 중요하지만, 개인위생과 안전을 위해서 더 자주 손을 씻어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창업기업들의 어려움들이 많다. 하지만, 대전의 한 소셜벤처가의 꿈은 오늘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tAB중 'B'는 독일어 ‘베라이터(Bereiter)’란 단어로 개척자를 뜻한다. tAB는 오늘의 어려움을 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소셜벤처 크라우딩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고, '11번가 스마트 스토어'같은 새로운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들을 찾아 나설 채비도 하고 있다. 개척자 tAB같은 소셜벤처가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너서 성장하고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응원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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