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블루포인트 파트너스 이용관 대표, 스타트업계에서 그는 '공대형'으로 불린다. 사진=박창호 기자

최근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임팩트 투자’와 ‘임팩트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리활동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일의 과정과 결과가 사회적으로 의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타스테크’와 같은 임팩트 스타트업들은 최근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리딩하는 SK로부터 ‘사회적 성과’ 인센티브를 받았다. 양식장의 포식자인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어 어민들의 골칫거리도 없애고, 염화칼슘으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같은 임팩트형 테크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이자 마이크로 모험자본(VC) 운용사인 ㈜블루포인트 이용관 대표를 대전의 본사에서 만났다.

Q. 이 대표가 생각하는 ‘임팩트’의 의미는?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창업을 주로 고위험-고수익의 모험자본의 메커니즘에서 들여다보는데, 최근에는 문제중심적 창업이 가져올 임팩트에 대한 관점도 함께 갖는 경향이 많아지는 듯 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임팩트는 한마디로 ‘문제중심형’이라할 수 있겠다. 

창업쪽도 투자쪽도 점점 ‘기술의 힘’을 깨닫고 있다. 성장동력이든 문제해결이든 결국 기술이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 공감대가 커진 것이다. 최근 이러한 임팩트 창업에 투자하는 자본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기술이 좋으면 임팩트 있는 결과가 나오는가?

기술이 풀 수 있는 문제는 많지만 모든 게 다 임팩트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좋은 뜻과 좋은 생각만으로 임팩트가 만들어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공에서 주로 민간이라도 해도 일부는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식으로 사업들이 추진된 면도 아주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런 경우 상당수는 사업적으로 지속가능성의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경제성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경제성을 갖춘 모델로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사회적 문제해결과 경제성 즉 가격사이의 ‘갭’을 기술이 해결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방법론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원을 투자해서 기술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시장의 적합도를 강화해서 실패를 줄여주는 역할이 필요한 데 이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 외에 다른 임팩트형 투자는?

플라스틱 환경오염 관련 분야다. 투자자로서 이런 문제해결을 위한 창업팀들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분야의 혁신성을 가진 기술들을 발굴해 창업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고 후속투자를 하는 등 밀착지원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다. 화장품 용기는 끈적거리는 내용물 때문에 재활용이 잘 안된다. 실리콘 소재의 풍선같은 파우치 용기를 안에 하나 더 넣어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이너보틀(inner bottel)이란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엑셀러레이팅을 하고 있다. 이너보틀은 2019년도 아시아개발은행(ADB)가 선정한 올해의 스타트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다른 사례는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하수처리장 슬러지속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미생물 박테리아가 먹어서 해결하는 바이오 해법을 가진 업체다. 아직 완성도를 높여할 숙제들이 있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하면 큰 임팩트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많은 임팩트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시장에 좋은 고객이 더 많아져야한다. 좋은 회사는 좋은 고객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 다소 엉성하고 비싸도 문제중심적인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서는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해주면서 초기 기술을 검증해주고 피드백을 해주는 좋은 고객들이 시장에 좀 더 많아져야 한다. 혁신 기술의 개발과 혁신의 수용과정에서 ‘얼리 어답터’들이 하는 역할들과 비슷한 역할이다. 하이테크뿐만아니라, 임팩트 기술에 대해서도 그런 역할이 많아져야 한다.

(주)블루포인트 파트너스는 올해 4월에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SVS)의 사회혁신기술 사업화 엑셀러레이팅 펀드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선정됐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조은채 부장 페이스북

동시에 좋은 투자자본들도 함께 많아져야 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Venture Capital)은 태생적으로 확률이 낮아도 폭발적인 고성장이 기대되는 사업에  투자한다.

문제는 폭발시점(flash point)인데 모험자본이 고성장 폭발을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은 7~8년이다. 임팩트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그 폭발시점이 보통의 사업보다 늦을 수 있다. 펀드 운용사(GP)들이 이런 점들을 고려해 좀더 긴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운용사 펀드에 자금을 대는 모태펀드와 같은 유한책임출자자(LP)들의 이해와 인내심이 함께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또, 운용사(GP)들에 대한 수익보상에 대해서도 임팩트형 투자의 경우 일부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공공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공이 제공하는 자금은 스마트하게 쓸 때가 가장 효율적이다. 그건 바로 숨어있던 민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며, 그럴 때 효율이 가장 최적화될 수 있다고 본다.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벤처창업부의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같은 정책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TIPS 프레임웍에서는 민간이 대상 기술 솔루션을 선정하고 나면, 공공이 같이 투자해주는 데, 효율 측면에서 보면 가장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공공이나 정부가 player로 직접 뛰어들려 하기보다는 공공과 민간이 TIPS형으로 역할분담을 나누는 공공 재원투입이 임팩트 투자분야에도 앞으로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투자할만한 임팩트 스타트업은 어떤 것?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창업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마트한 창업팀은 궁극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았을 때는 우선 다른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과 방법론을 고도화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좋은 뜻과 이상적인 미션이 있더라도 경제성을 담보하는 비즈니스로 성숙되지 않았을 때라면 일종의 디딤돌 비즈니스처럼 우선 보유한 솔루션을 활용해 사업을 펼치며 완성도를 더하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창업팀이나 스타트업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팀이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구매력을 가진 시장이 열려야 보유한 솔루션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그래야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포인트의 본사는 2014년도 창업때부터 계속 대전에 있다. 대전은 이용관 대표에게 어떤 의미?

대전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도시이다. KAIST가 있고,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다. 하지만, 학교 때는 학문적으로 배우는 데 집중하느라 사실 다소 무관심했다. 학위를 마치고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에도 대전에 시장이 없어서 반도체 시장수요가 있었던 수원이나 구미, 이천같은 도시로 출장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서 대전의 도시면모에 대해서는 깊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2014년도에 블루포인트를 창업해 투자자가 된 후에는 대전이 잠재력이 큰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잠재력이 큰 재료들의 가치전환이 잘 안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 기술의 연구개발 못지않게 그런 기술들을 활용해 사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으로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환이란 변화를 만드는 데는 여러 주체가 필요한 데, 그런 주체들에 대한 존중의 문화가 필요하다.

블루포인트 파트너스는 가치를 만드는 계획 ‘버전 2.0’을 만들 ‘작당모의’ 공간 '시작점'을 준비중이다. '시작점'은 KAIST 쪽문에 위치하고 8월말 문을 연다. 사진=블루포인트 파트너스 제공

현재 가치를 만드는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KAIST 쪽문쪽에 ‘시작점’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준비중이다. 보스톤시 맷사추세츠 공과대(MIT)와 하버드대 사이에 있는 켄탈 스퀘어라는 공간을 ‘시작점’의 모델로 생각했고, 도발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작당모의’를 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그 공간에 ‘시작점’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얼음에 바늘을 집어 넣으면 균열을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시작점’이 공고한 벽과 같은 현재의 생태계 상황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생태계 전체의 DNA를 보다 열린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늘 8월말이면 공사가 끝나서 문을 열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버전(version) 2.0의 시작이다.

다른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로 인해 ‘뉴노멀’에 이어 요즘 세계경제포럼(WEF)같은 곳에선 ‘리셋(reset)’ 같은 용어까지 사용하는 등 생산과 소비의 규범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야기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분야에 일어날 변화와 혁신의 결과가 어떤 면에서는 혁신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접근성의 격차(divide)와 소득격차의 간극을 더 크게 만들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혁신의 결과가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며 현 경제시스템에도 잘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도 함께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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