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온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임팩트 금융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앞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국내 임팩트금융을 선도하는 NAB 회원들이 줌(ZOOM) 온라인 화상회의에 모였다.

22일 오후 7시 30분 온라인을 통해 올해 첫 NAB 정기총회 및 워크샵이 열렸다. ‘NAB(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는 국가 간 협력 기구인 GSG(Glob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의 각국 대표 조직이다. 세계 각국에 28개가있다.

한국 NAB는 문철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방문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임팩트 투자 기관 및 관계자로 구성돼 임팩트 투자시장 활성화 전략을 세우고 수행한다. 현재 사단법인화를 준비 중이며 29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날 행사는 ‘코비드 위기와 임팩트투자의 대응’을 주제로 ▲생태계가 체감하는 국내 임팩트투자 현황 ▲코로나19 임팩트투자기금 제안 ▲코로나 위기 속의 임팩트 기회 ▲로컬임팩트와 시민자산화 등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자리에는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유한책임회사 대표,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김원영 (주)크레비스파트너스 총괄이사, 김재구 명지대 교수, 김형미 상지대 교수, 도현명 (주)임팩트스퀘어 대표, 문철우 위원장, 신현상 한양대학교 부교수, 심상달 융합경제연구소 소장,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 이예지 MYSC 책임컨설턴트 등 소셜벤처, 학계, 연구소 등에서 모였다.

NAB 회원 11명이 22일 줌으로 정기총회 및 워크숍을 열었다. 사진=NAB

임팩트금융 중요성 부각한 코로나19 사태

문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이번 위기를 타개할 민간재원 기반 임팩트투자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그는 SIB(사회성과연계채권)에 기반한 모델인 ‘임팩트성과펀드(Outcome Fund)'를 제안했다. ‘의도’가 아닌 ‘성과’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게 특징이다. 민간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하고, 투자자가 사전에 동의한 코로나19 관련 사회 가치 성과가 달성되면 재무적인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예를 들어 팬데믹이 끝나고 경제가 회복됐는데도 실직한 사람들이 재취업하지 못해 사회 문제가 됐다고 하자. 이들의 재취업을 위해 나타난 기업이 임팩트투자기금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실제로 일정 시점 안에 일정 비율의 실직자가 재취업에 성공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면, 이 사업에 필요했던 원금과 수익을 정부가 기금에 지급하는 형태다. 기금은 이후 민간투자자들에게 이를 분배한다.

문 교수는 임팩트 투자기금이 “국내에서는 서울시나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SIB 관련 사례들이 성공했다”며 “프랑스, 핀란드, 이스라엘 등 해외 사례처럼 지속가능한 기금 형태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위기가 닥쳤을 때 취약계층의 위험 수준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는 임팩트 투자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해 “마스크 생산 체계, 백신 갖추기, 기금 모으기 등 즉각 단기 조치도 있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이끄는 대응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코로나19 전부터 투자했던 기업 ‘놀담’은 시간제 방문 놀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로, 감염병 사태가 커지자 개학 연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200시간의 긴급 돌봄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놀담의 고객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 필수 노동자나 저소득층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이베이코리아, 행복나눔재단, 씨프로그램 등이 보탰다”며 소셜벤처와 대기업, 재단이 공동으로 임팩트를 창출한 사례로 소개했다. 코로나19 같은 위기로 사회 문제가 드러났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을 임팩트 투자로 뒷받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놀담 외에도 아이티 지역 소비자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DloHaiti,' 원격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인 인도 'Sevamob' 등 투자했던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발휘한 역량을 소개했다.

한국 임팩트금융, 성공사례로 증명 필요

임팩트 금융 시장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현 임팩트 금융 시장 분위기를 조망하며, 자정작용과 성공사례로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증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 대표는 “임팩트 투자가 트렌드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대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임팩트 투자를 받은 곳 중 성공한 예를 보여달라’고 하더라”라며 제도권의 관심이 커졌음을 실감했다. 그는 “성공한 곳도 너무 소수고, 아직 그렇게 큰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며, 지금은 매출이나 이익보다는 성장성과 가치로 주목받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어 “생태계에 돈이 점점 쌓일 텐데, 곧 그 투자에 대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도 “임팩트 영역이 임팩트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며 가치를 중시하는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도 이에 공감하며 “임팩트금융 생태계에서도 사회적 가치와 임팩트보다는 이자와 원금 보장에 더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가끔 보인다”며 “스스로 자정작용을 거쳐야 하고, 민간에서 자생하는 임팩트 자금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로컬임팩트의 최종 방법으로 시민자산화를 꼽았다. 자료=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역을 살리는 임팩트 금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도시재생 사업과 로컬크리에이터에 투자해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 중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권 대표는 “도시개발과는 달리 남아있는 자원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함께 살기 좋은 동네로 살려보자는 ‘도시재생’ 운동이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작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를 지원한다”며 “이 둘은 ‘로컬 스타트업’이라는 접점으로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곳이라도 누구는 소셜벤처로, 누구는 로컬크리에이터로, 누구는 도시재생기업으로 보고 투자한다”며 “관점은 다르지만 이런 흐름이 모여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NAB는 하반기 사업으로 10~12월 사이에 사회가치평가 국제컨퍼런스 사업, 임팩트투자 실무자 교육프로그램 사업, 코로나 대응 위한 임팩트금융과 사회적경제의 과제 컨퍼런스, 사회적경제기업 임팩트투자 투자설명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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