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국민 여러분께 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주장했던 김건희 씨가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진 전직 영부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게 되었다.
내란 우두머리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부인 김씨가 특검에 의해 구속 기소 기소 되면서,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법정에 서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권력의 사적 남용과 제도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29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씨에게 세 가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한 8억 원대 부당이득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대선 과정에서 2억 7천만 원 상당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그리고 통일교 인사로부터 '건진법사'를 통해 8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들이 검찰 단계에서 한때 무혐의로 덮였던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고도 기소를 못하지 않았냐"던 윤석열의 발언은, 권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사법 정의가 온전히 작동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특검이라는 독립적인 수사 주체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권력에 가려졌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김건희 씨는 구속 전 조사 당시 "저 같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며 자신을 낮췄지만, 기소 직후에는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듯, 저의 진실과 마음을 지켜봐 달라"며 '달빛'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혐의를 부인했다.
이는 과거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자신의 내란 혐의를 "호수 위 달그림자"에 비유했던 것과 묘하게 겹쳐지며, 진실보다 감성적 수사를 앞세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수사하느라 고생하신 특검 검사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해 과거 '권력을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한다'고 했던 발언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섯 차례에 걸친 특검 조사에서 김 씨는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기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집사 게이트'로 불리는 김예성 씨의 횡령 혐의, 그리고 '나토 3종 귀금속'과 '금거북이' 수수 등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권력을 등에 업고 공직을 거래했다는 정황과 자수 진술까지 확보된 만큼 특검은 이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이제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피고인 신분으로 서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된 지금, 법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정치적 파장과 무관하게 철저히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부여받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유죄·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선다. 권력에 대한 사법 정의의 독립성을 증명하고, 법 앞의 평등이 과연 한국 사회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민은 이 사건의 재판 결과가 한국 정치사와 사법 정의에 어떤 중대한 분기점을 남길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김건희 씨의 기소는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성숙도를 검증하는 시금석이 됐다. "법 앞의 평등"이 살아 있다는 것을 이번 재판이 보여줄 수 있을까. 국민은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