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4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정부의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언론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국민의힘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가결했다. 변경된 안건 순서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3법이 쟁점 법안 중 가장 먼저 상정됐다. 당초 첫 번째 안건으로 예정돼 있던 상법 개정안은 뒤로 밀렸으며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순서상 방송3법 이후로 조정됐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의 처리를 오는 21일 이후 또는 8월 상순 이후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 정청래 "검언사 개혁 중 언론개혁부터…방송3법 먼저 처리" vs 국힘 필리버스터로 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언론·사법개혁 중 하나인 언론개혁과 관련된 방송3법이 제일 앞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라며 "새 당대표가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으셔서 방송법을 먼저 처리하고 물리적 시간 때문에 노란봉투법 등은 오늘 못 하지만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본회의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오찬 회동을 갖고 본회의 상정 안건 순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그쪽(국민의힘)에서도 방송법을 먼저 (상정)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KBS 이사회는 현행 11명에서 15명으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EBS 이사회는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된다. 

이사 추천권자는 국회 교섭단체 외에 시청자위원회, 방송 종사자, 학계, 법조계 등으로 다양화된다.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재적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임명된다.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설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도 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과반 동의를 요구하는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도 도입된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일 방송3법을 '노조의 방송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달 두 차례 긴급 토론회를 열어 "방송3법은 언론 독립성을 보장하기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 "법 시행 후 불과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은 특정 세력의 방송 장악 의도"라는 등의 부정적 시선을 비쳤다.

그러나 지난 6월 1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92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공동성명을 통해 "방송3법 개정은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방송3법 개정의 적기를 놓쳐 윤석열 내란정권의 방송장악에 길을 열어준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정치권력이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장 국민추천제, 시청자 위원회 강화, 방송제작 자율성 보장 등 핵심 조항들이 포함된 이 개정안이 언론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동조한 인사들이 여전히 공영방송을 좌우하고 있다"며 "더 이상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새로 선출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즉각 방송3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방송3법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빈자리가 눈에 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송3법 중 첫 번째로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오자 국민의힘은 예고한 대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첫 주자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개시 후 24시간이 경과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다만 하루에 단 한 건의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만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이번 회기(7월 임시국회, 8월 5일까지) 내에는 방송법 개정안 1건만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은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 순차 처리될 전망이다.

◆ "내란 정당 국민의힘은 노조법 개정과 방송법 국회 통과 방해를 즉각 중단하라"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서울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 기자회견에서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20년 노동자의 투쟁으로 얻은 결실"이라며 "방송3법은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경총 주장만 되풀이하며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조성은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방송3법은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위한 법안임에도 이를 민주노총의 장악 시도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장인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은 재계와 윤석열 정부의 두 차례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진전된 역사적 성과"라며 "국민의힘의 무제한 필리버스터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운동본부는 "ILO 핵심 협약에 부합하고 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상식적인 법안조차 거부하는 것은 자본의 탐욕에 굴복한 결과"라며 "노조할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노조법 2·3조 및 방송3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은 4일 중앙당사를 비롯해 부산시당과 울산시당 앞에서 오전 11시에 진행했으며 이어 오후 1시에는 충북도당, 대전시당, 충남도당, 경남도당, 강원도당 앞에서, 오후 2시에는 인천시당과 전남도당 앞에서 각각 개최됐다.

김정관(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접견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 예정인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연이어 방문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과 각각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노란봉투법은 6개월, 상법은 1년의 시행 준비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향후 후속 법령 개정, 경제형벌 완화 태스크포스(TF) 등 후속 논의과정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경제계 이슈를 전담 대응할 '기업환경팀'을 신설·운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김 장관은 산업현장 안전사고와 관련해 "안전재해 사전 예방이 기업활동에 중장기적으로 훨씬 도움이 된다"며 "처벌과 손해배상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쟁점 넘은 양곡법·농안법 국회 통과, 여야 합의로 본회의 통과...지역화폐법도 통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가득 쌓여 있는 벼 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양곡법은 찬성 205명, 반대 13명, 기권 19명으로, 농안법은 찬성 199명, 반대 15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됐다. 

양곡법은 초과 생산 쌀의 수급 조절을 사전적으로 유도하며 농안법은 농산물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가격안정제' 도입이 핵심이다. 윤석열 전 정부는 양곡법에 대해 '1조4000억 원 재정 소요'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이재명 정부는 사전 조절 시스템을 도입해 재정 부담을 2000억 원 수준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쌀값 폭락과 수급 불안정에 따른 농민 피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오늘 통과한 기본안정망이 제대로 작용되도록 계속 챙길 것"이라며 "'농업 민생 4법' 을 계기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약속한 국가책임농정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양곡법과 농안법에 대해 "이전에는 사후 조치 중심의 내용이었다면 (이번 법안은) 사전적인 조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바꿨다"며 "양곡법은 남은 쌀이 없도록 사전에 논에 다른 작물 재배 재정 지원까지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했고, 농안법도 사전 수급 안정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임실지역 노인층에게 지급되는 이·미용 전용 임실사랑상품권./사진=뉴시스
임실지역 노인층에게 지급되는 이·미용 전용 임실사랑상품권./사진=뉴시스

또한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의 국가 지원이 의무화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화폐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과 운영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다. 상품권의 할인율은 지자체에 따라 10% 안팎으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부터는 발행액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인 2022년부터 3년 연속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액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관련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나는 일이 반복돼왔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당시 국비 지원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도 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결국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개정안은 또 행안부 장관이 지자체의 보조금 예산 신청을 예산 요구서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재정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신청 내역을 조정해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재정이 열악한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보조금 예산 추가 지원 근거도 신설했다.

아울러 행안부 장관이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 계획은 5년마다, 세부시행 계획은 매년 수립·시행하고 이용실태 조사도 3년 이내의 범위에서 반드시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지자체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 정부가 이에 소요되는 할인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발행 기반을 조성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 인구감소지역 등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이 지원하게 돼 지역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지역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8월 6일 새로운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21일부터 본회의를 열어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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