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지난 13일 '한국형 인셀,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인셀(incel)이 극우적 이데올로기를 차용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또한, 여성 대상 테러범죄의 법적 정의와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인셀'은 Involuntary celibate(비자발적 순결주의자 또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의 약자로, 성소외자의 일종으로서 연애를 하고 싶어 함에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모인 남초 커뮤니티의 남자 사용자 집단을 일컫는 영미권 신조어이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는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석자들로 가득 찼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리를 찾은 여성들은 한국형 인셀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며, 여성 테러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같은 날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고한 한겨레 칼럼 '이철희의 돌아보고 내다보고' 또한 같은 맥락으로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대 다이아나 무츠 교수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승리와 노동 계급의 저항 투표가 백인·기독교인·남성 중심 사회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철희 전 수석은 "한국의 극우 카르텔이 이러한 지위 위협을 핵심 이슈로 만들 경우 정치적 판도를 흔드는 강력한 세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수석은 ① 60대 이상 노년층의 지위 위협 ② 2030 남성들의 반페미·반북·반중 정서가 극우적 정치 흐름으로 조직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유튜브·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혐오와 적대를 확대 재생산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극단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며, 극우 개신교와 결합하면서 '대안 사실'을 넘어 '대안 세계'를 구축하는 흐름까지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형 인셀들은 단순한 반페미니즘을 넘어 정치적 연대와 세력화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여성 대상 테러범죄 증가와도 연결되고 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는 인셀 현상을 극우적 정치 신념으로 단순히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혐오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를 방관하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 "여성 혐오 범죄, 방치 속에서 점차 집단 행동화"... 온라인을 넘어 집단 행동으로

첫 발제를 맡은 정지혜 세계일보 기자는 발제를 통해 한국형 인셀의 본질이 단순한 정치적 극우 성향이 아니라, 여성 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결집한 집단적 움직임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며 점차 오프라인에서도 여성 혐오적 범죄를 저지르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기자는 "한국형 인셀은 단순히 극단적인 정치적 성향을 가진 남성들이 아니라, 여성 혐오 정서를 공유하며 이를 조직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한국에서는 인셀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도록 기득권과 정치권이 묵인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이들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서사를 만들고, 결국 사회적으로 용인받는 집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기자에 따르면, 한국형 인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페미니즘과 여성 혐오 정서를 공유하며 세력을 확장해 왔다. 이들은 네이버 뉴스 댓글, SNS, 유튜브 댓글 등을 활용해 여성 인권 및 페미니즘 관련 논의를 공격하며, 온라인 공론장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네이버 뉴스 댓글 통계에 따르면 뉴스 댓글을 다는 남성 비율은 75%에 달하며 여성의 3배이다. 이는 특정한 담론이 지배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원인이 되며 여성 혐오 발언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표지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파손되어 있다. /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표지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파손되어 있다. / 사진=뉴시스

때문에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기존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대상으로 발현된 혐오가 충분히 용인되자 더 자신감을 얻은 이들이 법원과 광장으로 범위를 넓혀 사회적 혼란을 가중 시켰다"고 내다봤다.

정 기자는 로라 베이츠의 '인셀 테러' 중 "트롤들에게 로비를 던져주지 말라... 남자들은 늘 여자들을 괴롭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여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식으로만 대응을 한다" 구절을 인용하며 "한국 사회에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공감했다.

정지혜 기자는 디지털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성별 권력의 우월감을 현실보다 훨씬 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건전한 논의가 사라지면서 상식적인 이용자들이 떠나고, 결국 이들이 더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무너진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해 "반(反)페미니즘 성향의 동지들과 우애를 나누면서 세력을 확장하며 활용하고 있는 이에 대한 분석이나 고찰이 없는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시민사회가 이를 되찾아 오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반성폭력 활동가이자 여성 폭력 사건을 모니터링해 온 연대자 D씨는 앞서 온라인 공론장에서 여성혐오를 즐기는 한국형 인셀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집단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대자 D씨는 "여성 혐오적 범죄를 방치한 결과, 한국형 인셀 범죄가 점차 개인적인 범행에서 집단 행동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을 언급했다. "가해자는 신남성연대와 같은 폭력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았고, 특정한 외형(숏컷)을 가진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간주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지만 경찰과 언론은 이를 혐오 범죄로 즉각 규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신미약이 인정된 최악의 판결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관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23.08.07. /사진=뉴시스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관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23.08.07. /사진=뉴시스

또한 D씨는 지난 2023년 연속적으로 벌어진 '테러 사건'들을 열거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키워진 혐오 감성이 오프라인에서 끔찍한 '테러'로 일어난 예를 들었다.

2023년 7월 초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본 여성을 폭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의왕 아파트 내 강간상해 사건'은 가해자가 "여자가 군대를 가지 않아서 강간하려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가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병역법 위반 사건 재판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평소 가지고 있던 여성혐오의 감정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D씨는 "여성혐오를 가중처벌의 대상이 아닌 감경을 받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불과 2주 만에 발생한 '신림역 테러 사건'과 '서현역 테러사건'에 대해 D씨는 "전형적인 인셀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원인 지적을 하지 않아 모방범죄가 쏟아졌다"고 했다.

신림역 테러 사건 '조선'에 이어 그를 모방한 서현역 테러 사건 '최원종', 조선이 멋져보여 흉기를 들고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와 초등학교·유치원을 배회하고 또래 여성청소년의 뒤를 밟은 16세 황씨가 있었다.

뒤이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에서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욕구"로 일면식 없는 여성을 폭행 후 살해한 '최윤종'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D씨는 이러한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을 정리하며 △가해자들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정황△범죄 타깃이 대부분 여성임에도 성별 요인을 배제한 '묻지마 범죄'로 규정 △검찰과 법원이 혐오 범죄로 명확히 판단하지 않음 △범행 방식과 동기가 비슷하게 반복됨에도 제도적 대응 부재 등이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D씨는 서울 은평구 아파트단지 정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40대 남성 A 씨를 살해한 '일본도 살인사건'을 두고 "반중(反中) 정서를 기반으로 극단적 사고를 키운 가해자와 그의 아버지가 '중국 스파이를 막기 위한 살신성인'이라고 두둔한 점"에 대해 "세대를 막론하고 극우 기득권의 '중국 스파이론'에 집착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D씨는 일본도 살인사건을 통해 "여성 혐오에 기반한 한국형 인셀들의 개인 범죄를 등한시하고 외면했던 결과가 결국은 기득권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서부지검 폭동이 있고 나서 한국형 인셀과 극우들 사이에 반중 정서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 사건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고 역설했다.

D씨는 "이 정신적인 문제 자체가 바로 범행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의 망상을 극대화하고 강화시키는 데 있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라는 것은 두 말할 바가 없다"고 단호히 전했다.

때문에 D씨는 온라인을 통해 조직적으로 폭력적인 매뉴얼을 공유하며 점점 급진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네이버 카페에는 성범죄자들이 증거 인멸 방법과 선처받는 전략을 공유하는 공간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 '자경당' 같은 극단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조직적으로 범죄를 모의하고 있다"며 "한국형 인셀의 집단화 경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신남성연대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진=신남성연대 유튜브 채널 갈무리

더불어 서부지법 폭동사태를 가담한 청년 보수층의 결집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튜브 '신남성연대'에 대해 "신남성연대는 텔레그램과 디스코드를 이용해 3만 명 이상의 조직적인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온라인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광장과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언급했다. 

D씨는 "결국 서부지법 폭동은 이들의 집단 행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이제는 단순한 온라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D씨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를 먹이 삼아 커진 이들을 우리가 극우 정서를 방관하고, 여성 혐오적 범죄를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축소한 결과, 결국 한국 사회 전체가 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어설픈 이해와 용서가 아니라 체계적인 분석과 대응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극단적인 여성 혐오 세력이 더 이상 공론장을 파괴하지 않도록, 그리고 현실에서의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여성 정치인을 향한 테러와 공격…여성 정치인 보호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 필요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발언하는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발언하는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토론회에서는 여성 정치인을 향한 테러와 공격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성 정치 세력이 강해질수록 여성 혐오적 공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여성 후보를 향한 유세 중 폭력 사건, 여성 정치인을 향한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총선 당시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홍대입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한 남성이 돌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가 여성의당 당사를 찾아가 협박하는 사건도 있었다. 여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물리적 테러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명예훼손과 가짜뉴스 유포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때문에 여성의당은 일반 정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정당들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크게 현수막을 내걸고, 간판을 설치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 하지만 여성의당은 사무소의 상세 주소조차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여성의당은 전화 문의를 빙자한 협박과 위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반 정당처럼 전화 응대를 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 정치 세력을 향한 조직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직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진숙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성 정치인을 향한 지속적인 공격은 결국 정치권 내 여성 대표성을 줄이는 효과를 낳고,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여성 정치인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테러 위협이 이어진다면, 향후 여성들이 공직에 도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여성 정치인을 향한 폭력을 엄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여성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여성 정치인 보호법 제정: 유세 중 폭력 피해를 방지하고, 여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협박·테러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 마련 △온라인 명예훼손 및 가짜뉴스 대응: 여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허위정보 유포 및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 필요 △정당 내 여성 정치인 보호 조치 강화: 여성 정치인과 당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 대응 시스템 마련과 같은 대책을 제안했다.

◆ "여성 혐오 범죄, 법적 정의부터 확립해야"...여성 혐오 범죄를 법적으로 다루는 국가 사례 및 국내 입법방향 제안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경하 변호사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경하 변호사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두 번째 토론에선 이경하 변호사가 나서 "여성 혐오 범죄를 체계적으로 유형화하고 법적 정의를 확립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UN의 여성 혐오 범죄 개념 모델과 세계 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UN은 2022년 '페미사이드 범죄'에 대한 통계 프레임워크를 승인하며 '여성증오범죄'의 개념과 유형을 설정했다.  페미사이드(Femicide)는 가장 극단적인 젠더 폭력의 형태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호사가 설명한 UN의 여성 혐오 범죄 개념 모델은 △여성 권리를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한 여성에 대한 공격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욕적이거나 공격적인 언사를 동반하는 폭력 △여성 단체 및 조직에 대한 공격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연쇄적인 공격 또는 살인 △여성 혐오 단체에 소속된 가해자가 여성을 공격하는 범죄가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 변호사는 여성의당이 겪은 문제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여성 혐오적 폭력 사건은 이 UN모델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가해자가 남성 6명을 먼저 보내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했음에도 법적으로 여성 혐오 범죄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살인은 명확한 여성 증오 범죄로 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 여성들이 각종 손팻말을 들고 '여성을 향한 폭력 반대' 시위에 참여해 행진하고 있다. 2023.03.09./사진=멕시코시티=AP/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 여성들이 각종 손팻말을 들고 '여성을 향한 폭력 반대' 시위에 참여해 행진하고 있다. 2023.03.09./사진=멕시코시티=AP/뉴시스

이 변호사는 해외에서 여성 혐오 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법적으로 처벌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2021년 한 남성이 귀가 중이던 여성을 납치·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수사 기관이 범행 동기 조사 시 여성 혐오가 작용했는지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023년 말,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이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이를 '테러'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선 2018년 기준 총 16개국에서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범죄를 '페미니시디오(페미사이드)'로 규정하고, 일반 살인보다 가중 처벌하고 있다. 마치 일반 살인죄보다 존속살인죄가 더 가중처벌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는 법원이 양형을 결정할 때 '성별에 근거한 편견 또는 증오'가 범행 동기일 경우 가중처벌 요소로 적용하고 있다. 2020년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가해자의 여성 혐오적 발언과 소지한 메모를 근거로 '여성혐오라는 극단주의적 사상에 따른 테러 범죄'로 규정했다.

이러한 점을 미뤄보았을 때 이경하 변호사는 "한국에서도 여성 혐오 범죄를 명확히 정의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에서 여성 혐오 범죄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법적·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혐오 범죄 통계조차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않는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수사 단계에서 여성 혐오가 범죄 동기로 고려되지 않음 △검찰 기소 및 법원 판결에서도 여성 혐오적 요소가 반영되지 않음 △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에도 여성 혐오가 범죄의 주요 동기로 포함되지 않음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2023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통계청장을 향해  "국제연합(UN)에서도 공식적으로 페미사이드 통계의 국제 표준을 승인했다"며 "이제는 통계청이 페미사이드 통계를 구체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페미사이드 통계 관련 진척된 사항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통계청장은 "국제적인 분류 기준을 적용하는 연구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으나, 여전히 페미사이드 범죄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범죄'로 유형화되면서 여성을 여성이란 이유로 공격했다는 주요한 범행동기가 지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변호사는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법 개정과 양형 기준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여성 혐오 범죄의 개념 정립하고 △양형 기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피고인이 '여성 혐오적 감정이 심신미약을 초래했다'며 감형을 주장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심신미약 감경 제한 및 가중처벌 규정 신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경하 변호사는 여성 혐오적 범죄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더 이상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으로 이를 축소하지 말고, 여성 혐오 범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대 남성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계집신조'./사진=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 자료집
10대 남성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계집신조'./사진=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 자료집

이예은 여성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러한 여성테러범죄 유형화 및 피해지원과 대응을 위한 정책을 제언했다. 이 의장은 "한국형 인셀의 여성 혐오는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가부장제 수호와 연결된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며 "여성 테러 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한국형 인셀 집단이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사회적 권력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며 "이들은 여성이 정치·경제·문화 등에서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명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했다.

이 의장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여성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여성 폭력 피해자가 범죄 피해 이후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호주의 '여성 폭력 피해자 유급휴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에서는 여성 폭력 피해자에게 10일간의 유급휴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사이버 괴롭힘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경찰 조사, 법원 출석, 의료 지원, 주거지 이전 등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의장은 "현재 한국에서는 여성 폭력 피해자가 범죄 이후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거나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긴급한 법률 상담, 보호시설 입소, 심리 상담 등의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유급휴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직장 내 여성 근로자가 특정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해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좌표'가 찍히고 공격을 받을 경우, 회사 내부에서도 심각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근무 시간 중 발생한 상사의 폭언, 따돌림,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온라인 괴롭힘이나 조직적인 여성 혐오 공격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넥슨 '집게 손가락 사태' 당시 엉뚱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신상을 공개하고 모욕했던 사례를 예로들었다. 

이 의장은  "온라인상에서의 괴롭힘과 신상 유포, 성희롱이 직장 내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에 포함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서 여성 권리 운동가들이 ‘오렌지 데이’ 기간을 맞아 여성 폭력 희생자들을 기리는 오렌지색 신발을 보도에 놓고 집회하고 있다. '오렌지 데이'는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시작으로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까지 이어지는 16일간의 폭력 추방 운동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폭력 없는 세상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사용해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이 펼쳐진다. 2024.11.26./사진=쾰른=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서 여성 권리 운동가들이 ‘오렌지 데이’ 기간을 맞아 여성 폭력 희생자들을 기리는 오렌지색 신발을 보도에 놓고 집회하고 있다. '오렌지 데이'는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시작으로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까지 이어지는 16일간의 폭력 추방 운동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폭력 없는 세상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사용해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이 펼쳐진다. 2024.11.26./사진=쾰른=AP/뉴시스

세 번째로 독일의 '온라인 여성 폭력 특별 단속 기간 운영'을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대대적인 온라인 여성 혐오 범죄 단속을 진행했다. 여성 정치인과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공격 사례를 조사하여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고 자택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는 강력한 대응을 시행했다. 이후 성적 대상화, 무분별한 비방, 성폭력 옹호 발언을 적발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SNS 및 커뮤니티 사업자에게 불법 콘텐츠 삭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예은 의장은 "마약·도박과 같이 특별 단속 기간을 운영해 여성 폭력 관련 게시물과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법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 콘텐츠 삭제 및 사용자 정보 보관 의무화'를 요구했다.

독일에서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해당 게시물 작성자의 IP 주소를 저장하도록 의무화했다. 온라인에서 성희롱, 신상 유포, 성폭력 옹호 발언 등이 발견될 경우 사업자는 이를 즉시 삭제해야 하며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이 의장은 "(독일은) 이 정책 덕분에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적 콘텐츠를 올린 가해자를 신속하게 추적해 처벌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이예은 의장은 "현재 한국의 포털 사이트 및 SNS 플랫폼들은 불법 게시물에 대한 삭제 기준이 모호하고,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여성 대상 범죄를 조장하는 게시물이나 가해자 정보가 쉽게 삭제되지 않는 문제 △IP 주소 및 사용자 정보를 보관하는 시스템이 미비해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도 사업자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불법 콘텐츠 삭제 및 사용자 정보 보관을 의무화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13일 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5에서 극우의 탈을 쓴 여성혐오자 :여성테러범죄 대응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2025.02.13/사진=조은결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인셀 집단이 과거에는 주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공공기관과 법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우려됐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혐오적 정서를 기반으로 조직화된 집단이 점차 테러 성향을 띠며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위험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과거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타깃으로 삼았던 온라인 혐오 세력이 점차 자신들의 정치적 불만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며, 법치 질서를 위협하는 단계로 나아간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그 위험성을 알리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 게 그 증거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여성 혐오적 범죄와 극단적 이념의 결합이 사회적 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토론회는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더 이상 이를 단순한 온라인상의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한 조직적 폭력이 실제 사회적 위협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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