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윤석열의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안건이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됐다. 야권은 "인권위 사망의 날"이라며 반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10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안건을 논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안건은 인권위의 본연의 역할과 무관하며, 헌법재판소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20일에도 해당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논의를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원위원회에서 다시 이를 논의하려는 시도를 보이며 인권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가 된 안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으로, 그 핵심 내용은 윤석열의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는 인권위의 관할을 벗어난 사안으로 평가된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이며, 대통령과 총리는 공적 직책으로서 심판의 대상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이미 국가기관에는 일반 국민과 동일한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방어권 문제를 인권위가 다루는 것은 월권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인권위는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제출한 긴급 진정에 대해 조사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내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반면, 내란 혐의자로 지목된 윤석열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논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결국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 준하는 엄격한 직무조사 실시 등 엄격한 적법절차 원칙 준수 및 법리 적용의 잘못이 없도록 충실하게 심리할 것'의 안건은 재적 위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됐다. 찬성 위원은 안창호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 한석훈, 이한별, 강정혜 비상임위원 등 6명이다.
◆ 야당 "국민 인권 보호해야 할 인권위가 내란 혐의자 비호… 강한 유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소속 의원은 이날 방청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인권위 사망의 날이다. 법원에서 결정하는 사안도 인권위가 '이래라 저래라' 판단하는 상왕 정치"라며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에 인권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논평을 통해 "탄핵은 국가기관 간의 관계를 헌법 절차에 따라 다루는 과정으로, 인권위의 관할 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이미 국가기관에는 일반 국민과 동일한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방어권은 헌법재판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규정된 법적 권리일 뿐, 인권위가 다룰 인권의 영역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위가 해당 안건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월권이며, 기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 의원은 "인권위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인 권력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한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 의원은 이번 안건을 상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용원 위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은 과거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재를 부숴야 한다'는 발언으로 내란 선동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며 "이번 안건을 통해 극우 세력을 선동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 의원은 "오늘 아침 극우 단체들이 인권위원회 건물을 에워싸 경찰이 출동하는 등 이미 소란이 발생했다"며 "반헌법적 발언을 일삼고, 인권위를 내란 선동의 거점으로 삼는 김 위원에 대해 인권위는 즉시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신 의원은 "오늘 전원위원회는 인권위가 5천만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남을 것인지, 권력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라며 "인권위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의 방패막이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도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안건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 인권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기관이지, 내란 혐의자의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미 안건 발의에 참여했던 일부 위원들이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또다시 논의를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인권위원회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불면, 스트레스,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국민들이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데도 인권위는 묵묵부답"이라며 "국민을 위한 기관인지, 특정 권력자를 위한 기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또한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지지자들이 욕설을 강요하며 '사상 검증'을 시도한 사건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취재진에게 "이재명 개 XX", "시진핑 개 XX" 등의 욕설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검증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러한 행태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로 규탄받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며, 언론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거나 검증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이러한 반헌법적 행위를 용납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며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또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속히 답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