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야권 정치인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당과 언론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지난 1월 4일과 5일, 무더기로 통신자료 조회를 실시한 사실을 뒤늦게 통보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의혹과 관련된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대상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의원, 그리고 다수의 언론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전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자 메시지 내용을 올리며 "통신 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 기록도…"라고 밝혔다. 추미애 의원도 같은 날 동일한 문자 메시지를 공유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4일 이 전 대표의 통신정보를 조회했다.
통신자료 조회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 없는 절차로,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가입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검찰이 관련 전화번호를 추적해 통화 내역까지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검찰은 다수의 현직 언론인과 정치인에 대해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한 것과 관련해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중앙지검은 전날(4일) 입장을 내고 "이번에 통신가입자 조회사실 통지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 검찰이 실시한 조치는, 피의자 등 수사 관련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되는 해당 전화번호가 누구의 전화번호인지를 확인하는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인되는 정보는 가입자 인적사항과 가입·해지일시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위와 같은 가입자 확인 절차는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하여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이고, 최근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시한 사실이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5일 "검찰이 이재명 전 대표가 암살 미수 테러로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던 시기에 통신 사찰을 강행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직무대행은 "박정희·전두환 같은 독재자들도 혀를 내두를 포악한 정권"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독재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4·10 총선 민심에 불을 지를까 봐 그동안 숨긴 것"이라며, "심각한 선거 개입이고 여론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이번 조치는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단체 "언론‧시민에 대한 무차별 사찰은 독재회귀의 물증" 지적
언론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비상시국회의는 "언론인 통신 사찰"이라고 규탄하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통신정보 조회는 이전부터 벌어져 온 일이지만, 언론계와 정치권, 시민사회, 일반인들까지 망라한 3,000여 명이라는 숫자는 국가 권력 기관에 의한 유례없는 민간인 사찰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 사찰은 독재회귀의 명백한 물증"이라고 규탄했다.
언론단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선 "대통령과 당대표 모두 검찰 출신이고, 여러 국가 요직을 검찰 인맥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벌어진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시민에 대한 무더기 통신정보 사찰을 옹호한다면 스스로 과거 민정당, 공화당과 다름없는 독재권력의 주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당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언론계와 국민들 앞에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또 "언제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관련 조항 개정에 나설 것을 약속하고 야당과의 협의에 즉각 착수하라"면서 "이러한 상식적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검찰발 민간인 사찰 사건의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비판 가세... 윤 대통령 과거 발언 소환
조국혁신당의 박은정 의원도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치인은 물론 언론인과 일반 시민까지 무분별하게 사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에 윤석열 정권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도 되겠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비판했던 발언을 소환하며,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맞불을 놓으며, 공수처가 2021년 12월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89명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범위와 정도의 문제"라며, "(이번 정권에서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조사했고 모든 조사대상자들에 통신조회 사실을 유예하고 7개월 만에 결과를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행보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언론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검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사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와 검찰이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