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정원 증원사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제4차 비공개 연석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13./자료사진=뉴시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정원 증원사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제4차 비공개 연석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13./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개원의를 주축으로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6일 정부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18일부터 전국적으로 집단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협의 주요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안에 대한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증원안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기존 의료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이유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수정 및 보완: 정부가 제안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쟁점 사안을 수정하고 보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및 의대생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 철회: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전공의와 의대생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는 세 가지 요구에 대해 16일 오후 11시까지 답해주시기를 요청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18일 전면 휴진 보류 여부를 17일 전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8일 전국적으로 집단 휴진을 진행하고 이후 무기한 휴진을 포함한 전면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이 요구한 3가지 조건에 정부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는 윤석열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보인다. 

이번 집단 휴진 예고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충분한 농의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던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결정적인 배경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정부의 입장은 '정원 문제 재논의는 없다'로 강경해 갈등 해결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의협은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대와 연세대 의대는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고, 충북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등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이다. 다만,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 등의 필수 진료는 유지할 예정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18일 전체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이를 위반하면 15일의 행정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의료기관은 휴진 신고를 했어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면 진료를 해야한다. 또 당일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정부와 각 지자체가 현장 채증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 휴진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06.16./뉴시스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 휴진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06.16./뉴시스

한편 의료계의 집단 휴진 예고에 대해 환자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환우연합회 등 환자 단체들은 의료 공백으로 인해 환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사들의 집단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조직폭력배와 같은 행동'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반면, 의대생 학부모들은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의 환자 불편보다는 미래의 환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며, 의대 교수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투쟁을 촉구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의협의 집단 휴진 예고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사들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이번 집단 휴진 사태를 과거와 같은 흑역사로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응은 강경하기만 하다. 집단 휴진 장기화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병원에 구상권을 청구하고, 진료 거부를 방치한 병원은 건강보험 급여비용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경제적 불이익을 논의 중이다. 

중대본 회의를 통해 순환당직제를 가동하여 중증 및 응급 환자의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고, 국립암센터 병상 가동 및 비대면 진료 강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의협의 집단 휴진 예고와 정부의 단호한 대응으로 의정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환자 단체들의 반발 속에서, 정부와 의협 간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 

문제는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누구도 중재에 책임지고 나서는 기관이나 세력이 없다는 데에도 심각성은 더한다. 애초 이 사단의 단초를 제공한 윤석열 정부는 해결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국회를 보이콧하고 무노동 중인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식물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 야당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 소속 야당 의원들이 16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서울대병원 집행부를 잇달아 만났다.

이날 현장방문을 앞두고 복지위 차원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일정 공지가 나갔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복지위 간사 강선우 의원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서울대병원 집행부와 의정 갈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세 단체 모두 공감한 것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국민의 건강권이 가장 우선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의협이 이른바 최후 통첩을 보낸 가운데 이번 사태가 의료 서비스 제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의사단체와 정부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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