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사진= K.Y. chung 작가 제공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사진= K.Y. chung 작가 제공

지금 우리는 뜻하지 않은 낮도깨비 같은 불청객의 방문으로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던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도 2003년 사스, 2010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를 경험했지만 이 처럼 큰 혼란을 불러 오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중 소설가인 딘 레이 쿤츠가 1981년에 발표한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에서는 중국 우한에 있는 연구소에서 인공 미생물 병기가 개발된다고 적혀있다. 소설 속에서 이 바이러스를 ‘우한-400’으로 명명했는데, 소설 출간 후 40년 만에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되었고 400은 ‘20x20’으로 쿤츠가 2020년 코로나의 발생을 예견한 것이 신기하다.

또한 실비아 브라운이 2008년 출간한 ‘세상의 종말(End of Days)’에서도 2020년경에 폐질환의 대 유행병이 전 세계에 퍼졌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10년 후에 다시 나타났다가 완전히 소멸된다고 예언했다. 지금 세상을 온통 난장판으로 뒤흔들어 놓고 있는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니 두고 볼 일이다. 약 100년 전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지속되면서 무려 5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 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과 기저 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이어서 벌써 사망자가 2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일부 백신은 개발되어 접종되고 있지만 그 효능은 미지수이고 아직까지 치료약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없는 가운데 감염자는 날로 폭증하고 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으니 모두들 지쳐있다.

자영업자들은 울상이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길거리 상점 곳곳이 '점포 정리, 반액 세일'이라 적어 놓았고 설렁한 상가에는 ‘임대’표지가 찬바람에 나부낀다.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받고 있다. 빈부 격차는 날로 심화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에다 온 가족이 밤낮으로 좁은 공간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스트레스가 겹쳐 코로나 블루가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으로 격화되어 가정 내에서 불화가 일어나 이혼율이 늘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가 만만치 않아 새로운 변화와 적응에 불안과 두려움마저 몰려온다.

외국에 살고 있는 딸네 가족이 휴가차 일시 귀국했다. 세계에서 모범적인 K방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도 오자 말자 감염환자가 격증해서 마치 승냥이를 피했다가 호랑이를 만난 격이다. 국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2주간 격리 생활하게 되어 부득이 그들에게 집을 내어주고 나는 아내와 ‘동가숙 서가식(東家宿西家食)’하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 온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에 숨바꼭질 하듯 지낸다.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외손주 녀석은 “할아버지, 어디에 계세요, 뭐하세요, 언제 오세요? 빨리 보고 싶어요.”라고 한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매 한가지 인데도… 참으로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할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방식을 되돌아 보게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단샤리(斷捨離)운동의 열풍이 일어났다. 단샤리란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으로 요가의 행법(行法)인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에서 따온 말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집에 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리고,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고,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보자. 생각을 비우고 가진 것을 나누며 여유로움과 휴식 시간을 가질 때이다.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그때 나는 바다로 나아가리라.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그때 나는 바다로 나아가리라.

강철왕 카네기는 갯벌에 낡은 나룻배가 멈춰 서 있는 무명화가의 그림을 사무실에 걸어두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 그림에는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글귀가 씌어져 있었다.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썰물이 지나가면 밀물이 오듯, 불황이 지나면 호황이 찾아온다. 지금은 호황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날을 위한 준비를 서두를 때이다. 구름이 걷히면 태양은 다시 빛난다.

이정재 시니어기자
이정재 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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